[꿀딴지곰의 겜덕연구소] 레트로 게임기 개조의 끝! 신세계가 펼쳐진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꿀딴지곰의 겜덕연구소]를 운영하는 조기자입니다.
오늘은 레트로 게임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식을 갖추신 꿀딴지곰님과 함께 게임기 개조의 달인 술개님을 함께 모셨습니다. 레트로 게임에 대한
지식과 레트로 게임기의 개조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꿀딴지곰님에 이어 게임기 개조 덕후 술개님 등장!]
꿀딴지곰 : 오늘은 특집에 특집을 더한 날이로군요. 덕중덕이라 불리우시는 또 한 명의 거성 '술개님'이 여기에 등장하시다니요.
조기자 : 그렇죠.. 술개님도 전국구 레트로 게임 덕후 중에 한 분이신데, 이번에 레트로 게임기 개조편을 진행하면서 테크니컬 해설자로 모셨습니다. 술개님은 숱한 게임기 개조 외에도 저와 함께 XTM에서 방영한 '겟잇기어' 레트로 게임 편에 함께 출연한 분이기도 합니다. 반갑습니다~~
(술개님을 형상화한 캐리커처. 이래뵈도 팬픽이다?)
술개 : 안녕하세요. 술개입니다. 갑자기 내 캐리커처와 이곳에 불러냄을 당하여 아직 얼떨떨합니다만.. 모처럼이니 좋은 시간 됐으면 좋겠습니다.
꿀딴지곰 : ㅋㅋㅋ 저 그림 레전드였죠. 개조 편에 술개님이 함께 하시니 든든하네요. 오늘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될까요?
조기자 : 뭐 제가 사회를 보고, 게임기 개조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눠주시면 되겠습니다. 크게 기존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자 출발해볼까요~
[뉴패미콤을 개조해보자!]
꿀딴지곰 : 첫 주제는 뉴패미콤이로군요. 뉴패미콤을 첫 개조품의 주제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요?
조기자 : 아무래도 레트로 게임기의 최고봉 중 하나가 바로 패미콤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MSX(재믹스류) 쪽이 더 애정이 갑니다만 '슈퍼마리오'나 '드래곤퀘스트', '드래곤볼', '카비' 등 국내에서도 상당히 유행한 인기 게임들이 패미콤으로 많이 나왔으니 첫 주자로 잡았습니다.
(80년대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을 양분했던 두 세력의 수장들. 패미콤과 재믹스)
꿀딴지곰 : 좋군요! +ㅂ+ 어린 시절에 패미콤과 재믹스는 국내 콘솔 시장을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게임기들이죠. 패미콤이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풀리긴 했지만, 재믹스는 호환기인 아이큐1000, 2000 시리즈가 '교육용 컴퓨터'라는 미명 아래 많이 보급되었으니까요. 세력도를 보자면 패미콤이 살짝 앞서거나 백중세를 이뤘다고 할만합니다. 일단 패미콤을 먼저 다뤄보도록 하죠. ^^
조기자 : 그럼 꿀딴지곰님, 패미콤을 가장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고, 어떤 개조가 필요한 것일까요?
꿀딴지곰 :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당연히 화면 출력을 RGB로 개조하는 것이죠. 옛날에는 패미콤 게임 화면이 이뻤다..라고 기억하고 계실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알에프(RF) 단자나 콤포지트(AV) 단자를 썼기 때문에 알고보면 많이 번지는 화면이었단 말이죠. 요즘 눈높이로 보시면 실망하실겁니다.. 선명한 화면과 채도 높은 색감을 경험하시려면 무조건 R.G.B 개조가 답입니다.
술개 : 푸크푸크. 그렇죠. 저도 여러가지 게임기를 개조했지만, 뉴패미콤 RGB 개조 때 특히 많이 즐거웠었지요. 한 번 개조 사진을 볼까요?
술개 : 여기 뉴패미콤이 있고, 껍질을 벗겨보았습니다. 드라이버로 아래쪽을 살살 풀어주면 이런 기판이 나오거든요. 위에 슬롯 기판이 있고, 아래쪽 가운데에 PPU(그래픽 칩)가 있습니다. 오른쪽과 아래쪽 돌기 부분은 조이패드 조작기 부분이지요.
개조의 시작은 그래픽 칩(PPU)을 뽑고, 새 PPU를 넣으신 후에 각 신호에 맞게 배선해주면 됩니다.
술개 : 세밀한 개조 부분까지 다루긴 힘드니.. 개조 부분을 건너뛰어 보자면.. 위 사진과 같이 기판 뒤편에 라인 작업을 해주시면 됩니다. RED 부분에 커팅이 필요하니 참고하시구요. 그 다음에 가변 저항을 달아서 색감 조절할 수 있게 해서 해준 다음~
짜잔~ 개조를 마치면, 사진과 같이 아주 미려한 RGB 화면이 나오게 됩니다. 화질은 뭐 말할 것도 없이 도트 그래픽이 너무 선명해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지요.
조기자 : 아 역시 RGB 화면은 굉장합니다. 화면만 봐도 과거 아케이드 게임센터에서 보던 또렷한 그래픽이 그대로 재현되네요. 무조건 개조가 필요하다는 데에 다시 한 번 동감하게 됩니다. 이렇게 개조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꿀딴지곰 : 뉴패미콤 개조가 예전과 달리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패미콤을 RGB로 개조하려면 굉장히 비싸고 힘들었었죠. 왜냐면 RGB 출력이 되는 패미콤 그래픽 칩이 아주 귀했거든요.
조기자 : 패미콤의 RGB 그래픽 칩이 구하기 어려웠나 보군요. 그래픽 칩이 시중에 파는 물건이 아니었던 건가요? 아님 너무 비쌌던가요?
꿀딴지곰 : 아니죠~ 시중에 팔던 물건이 전혀 아닙니다. 예전에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오리사냥' 이라든지 몇몇 패미콤 게임이 아케이드 게임센터에 나온 적이 있었어요. 총으로 오리를 잡던 기억나지 않으시나요? 총을 쏘고 나면 멍멍이가 등장하고요.
(오리사냥. 왕년에 아케이드게임센터에 간 사람이라면 기억하는 추억의 그 게임!)
조기자 : 잘 알죠~ '오리사냥'!! 외국에선 '덕헌트'로 출시됐었죠. 패미콤으로도 해봤지만 진짜 재미는 아케이드 게임센터에서 였죠. 새를 놓치면 개가 비웃는 표정이 아주...;;
꿀딴지곰 : 바로 그겁니다. 그렇게 옛날 패미콤 게임 중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센터 전용 기판으로 나온 게임들이 몇 개 있었어요. VS 시리즈라고 하는데.. 패미콤 RGB 그래픽 칩은 그 기판에만 있었던 겁니다.
조기자 : 그렇다면...;;;
꿀딴지곰 : 그래서 옛날엔 몇 종류 안 되는 희귀 닌텐도 기판을 최소 50만 원 이상 주고 이베이 등지에서 구입하여 몇몇 매니아분들이 개조용으로 사용했던 거죠.
(닌텐도의 VS 시리즈. 이 기계 안에 있는 기판을 구입해서 RGB 그래픽 칩을 추출해야만 패미콤 RGB 개조를 할 수 있었다. 은색으로
감싸져있는 녀석이 귀한 그래픽 칩이다.)
조기자 : 아니.. 그렇다면 패미콤을 RGB 개조를 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요? 너무 개조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까. 30에서 50만 원짜리 그래픽 칩이라니..;
꿀딴지곰 :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환경이 좋아졌다구요. 바로.. 중국에서! 뉴패미콤용 RGB 그래픽 칩을 생산하기 시작한 겁니다. 가격도 10만 원 초반 대면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요.
(중국에서 판매하는 그래픽칩 킷. 이것만 있으면 내 패미콤이 최강 그래픽을 가지게 된다!)
술개 : 사실 오늘 여기서 뉴패미콤을 대상으로 개조를 진행해서 그렇지, 중국에서는 일반 패미콤 용 개조 킷도 판매를 하지요. 알리와 같은 쇼핑몰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개조 킷이 잘 되어 있어서, 납땜 스킬이 좋지 못하더라도 쉽게 작업은 가능합니다. 다만, 처음에 오리지널 PPU를 떼어내는데 있어 실수가 있으면 기판이 죽어버리니까 그 부분을 조심하셔야 하구요.
조기자 : 자 기억하셔야 할 것은, 패미콤은 RGB 개조가 필수라는 거~~!
[PC엔진 시리즈, RGB 개조와 LCD 개조를 해보자]
조기자 : 음.. 갑자기 주제가 PC엔진 얘기로 넘어갔군요. 패미콤에서 바로 PC엔진이라니.. 아무래도 좀 이상한데요? 슈퍼패미콤이나 MSX, 메가드라이브 라는 걸출한 게임기들이 있는데 말이죠.
꿀딴지곰 : 슈퍼패미콤이나 MSX, 메가드라이브는 기본적으로 RGB 출력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RGB 개조를 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또 하나의 귀중한 콘솔 게임기 PC엔진은 RGB 개조를 해야만 하죠. 기본적으로 콤포지트 출력 밖에 없거든요.
(PC엔진과 대표작 PC원인. 얇은 휴카드를 활용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조기자 : 어떤 게임기이든 RGB 개조를 해야 한다는 부분은 공감해요. 솔직히 'PC원인'이나 '매지컬체이스' 등 명작들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PC엔진도 개조가 필수가 되긴 할 것 같네요.
술개 : 맞습니다. PC엔진도 명작 게임들이 많기 때문에 RGB 개조를 꼭 해야 하죠. 제가 가장 많이 RGB 개조를 한 게임기이기도 합니다.
조기자 : 개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패미콤류처럼 PPU를 뽑아서 교체하는 방식인가요?
술개 : 아닙니다. PC엔진은 미약하긴 하지만 RGB 신호가 원래 나오는 기기죠. 다만 콤포지트 출력만 나오도록 하면서 막혀있었던 거죠. 기판을 분석하면 신호가 나오거든요.
조기자 : 그렇다면 그냥 연결만 하면 작동되는 건가요?
술개 : 아니에요. 신호가 나오긴 하는데 다만 신호가 너무 약해요. 그래서 그 신호를 캐치하여.. 증폭회로를 만들어주면 훌륭한 RGB신호를 볼 수 있지요.
그 증폭회로를 IC앰프라고 하는데, NJM2267D와 같은 칩을 활용해서 개조할 수 있습니다.
(RGB 증폭회로의 모습. 쥰지님 블로그 발췌)
(개조가 완료된 PC엔진과 RGB 케이블)
조기자 : 일반 PC 엔진에 이어 또 다른 시리즈도 있지 않나요?
꿀딴지곰 : PC엔진은 집에서 즐기는 거치용 콘솔 게임기이지만, PC엔진GT와 LT라는 걸출한 휴대용 게임기가 있습니다. 일본 버블 시대에 등장한 게임기로,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죠. PC엔진LT의 경우 특히 비싼데요, 91년도 말에 발매되면서 정가가 99,800엔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돈으로 따지면 100만 원이 훌쩍넘는 거죠.
워낙 레어다 보니 최근에도 괜찮은 상태의 박스셋이 국내에서 200만원선에 거래가 된 바 있고, 현재 일본 옥션에서도 GT 알셋이 약 3만엔, LT 알셋이 거의 8-9만엔 정도 합니다. 박스가 포함되고 상태가 좋다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구요.
(PC엔진GT(좌)와 PC엔진LT(우). 부르주아의 상징이라 할만하다.)
(게임보이 보다도 꽤 묵직했다. 하지만 PC엔진의 모든 기능이 그대로 들어있어 당시에 최강의 휴대 게임기로 군림했다)
조기자 : 가격이 예전에도 무시무시했지만 지금도 엄청나군요; 이러한 PC엔진GT와 LT를 개조하는데는 사실 담력이 좀 필요하겠어요. 자칫 망가지거나 하면 피눈물을 흘릴 것 같은데요. 내돈 내돈~하고 말이죠.
술개 : 그래서 매우 섬세하게 개조를 하셔야 합니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인터넷에 개조 정보는 잘 나와있으니 공부를 충분히 하고 개조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술개 : 일단 이것이 콘덴서의 위치입니다. LCD 개조도 개조이지만, PC엔진GT는 콘덴서가 오래되어서 사운드가 잘 나오지 않는 등의 자잘한 고장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콘덴서를 싹 갈아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콘덴서도 전해 콘덴서와 탄탈 콘덴서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비싸더라도 탄탈을 추천드립니다. 고체형이라 누액이 발생하지 않아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거든요.
(콘덴서를 갈기전과 후의 모습. 탄탈 콘덴서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술개 : PC엔진 GT 개조는 이전 PC엔진과 형태는 비슷합니다만.. RGB 신호가 출력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AV 콤포지트 신호로 LCD를 교체하는 작업이 주가 됩니다.
조기자 : 음? RGB 개조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술개 : 사실 RGB 개조가 되는 게 가장 좋죠. 하지만 시중에 나오는 3~3.5인치 LCD 중에 RGB 입력이 다이렉트로 들어가는 녀석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실험해보니 3.5인치 LCD에서는 AV 콤포지트 화면으로도 아주 깨끗한 화면이 출력이 되더라고요. 일종의 타협을 한 셈입니다.
(분해해서 AV 신호를 빼서 LCD에 이식. 비지란테라는 게임의 화면이 잘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꿀딴지곰 : 헛 +ㅂ+ 비지란테! 특유의 타격감이 넘치는 횡스크롤 액션이죠! 쌍절곤만 있다면 천하무적! 거기다 PC엔진 GT의 연사기능이 붙는다면 끝판까지 깨는 건 일도 아니죠.
조기자 : 꿀곰님 진정하세요 ㅋㅋ 이번엔 하드웨어 개조편이니까요. 저도 게임 얘기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긴 하지만..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고 있습니다.
꿀딴지곰 : 알겠습니다. ㅠㅠ
술개 : 조금 더 진행을 해보자면 음.. PC엔진GT의 기존의 액정은 굉장히 작았거든요. 2인치대 LCD였으니까요. 그것을 3.5인치로 늘리려다보니 당연히 케이스 가공이 들어가야 합니다. 깎아내고.. 글루건으로 LCD를 고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술개 : 짜잔~ 그리고 조립을 하게 되면!! 이런 대형 화면을 가진 휴대용 게임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완성된 모습. 탈태환골했다?!?)
술개 : 오리지널 화면과 개조된 화면을 함 비교해볼까요?
술개 :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화면 크기와 선명함을 함 보시죠.
조기자 : 와우! 이건 뭐 비교 대상이 못 되는데요? 개조한 후에 너무 선명하고 화면도 크고 좋아졌네요.
술개 : PC엔진GT는 시간을 들여서 개조해두면 아주 효과가 좋은 기기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
조기자 : 그럼 GT 개조를 본 김에 PC엔진LT 개조도 한 번 해볼까요?
술개 : 좋지요. 일단 PC엔진LT도 분해를 해야겠죠. 당연하겠지만 LT는 아주 비싼 물품이므로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어디 한군데 부러지지 않게요.
(PC엔진LT를 분해한 모습. 액정이 크고 아름답다..!)
술개 : 일단 GT와 똑같이 콘덴서를 전부 탄탈 콘덴서로 교체를 해줍니다. 또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여러 번 해야하기 때문에 비싸지만 FPC
커넥터와 케이블을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라운드 세라인, vin 세라인, LCD 볼트 한 라인, LCD 데이터 한라인을 정리하면 됩니다.
술개 : 또 한가지 특징은, 사진처럼 lcd가 연결되는데, LCD가 4인치이기 때문에 승압을 안정적으로 해주기 위해 승압 서브 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5V 승압 정도로도 작업은 가능하지만, LCD가 커지면서 그보다 높은 전압이 들어가면 좋습니다.
술개 : 푸크! 충전을 하면 불이 들어옵니다. 완성입니다~
꿀딴지곰 : 하악! +ㅂ+ LT가 완전체로 탈바꿈되는 모습을 봤네요. LT는 과거에 정말 꿈의 기기였죠. 전설 속의, 혹은 환상 속의 기기.
이렇게 4인치 LCD로 개조를 해놓으니 아주 눈이 부시군요.
원래 4인치이다보니 개조를 해도 전혀 개조한 티가 나지 않기도 하고요.
술개 : PC엔진LT도 개조해두면 아주 뿌듯해지는 기기지요. 이전에 한 지인분 개조해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시더라는.. 지금도 혹시나 해서 4인치 LCD를 몇 개 주문해놓은 상태입니다. 개조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비싸게 받겠습니다(응?)
조기자 : 저도 창고에 묵혀있던 LT를 꺼낼 때가 된 것 같네요. 개조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하하
[게임기어(핸디겜보이)를 개조해보자]
조기자 : 이렇게 PC엔진 시리즈를 마쳤으니..다음으로 게임기어를 함 볼까요?
꿀딴지곰 : 게임기어는 한국에도 정식 발매가 되었던 휴대게임기입니다. 삼성 핸디겜보이로 발매되었다가 삼성 핸디 알라딘보이로 명칭이 바뀌기도 했죠. 80년대부터 닌텐도와 세가가 전통적으로 경쟁을 해왔는데, 닌텐도가 게임보이를 내서 승승장구하니 세가가 내놓은 것이 게임기어입니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칼라 LCD를 채용했고, 또 '세가마스터시스템'을 그대로 넣어서 파격적이라는 얘기를 들었죠. 다만.. 배터리 문제가 심각했지요. 건전지를 6개 넣고 3시간도 즐기지 못 했던 비운의 기기이기도 했던 겁니다.
(삼성핸디겜보이의 모습. 오른쪽의 겜보이가 축소되어 그대로 들어갔다)
(당시 발매 가격은 19,8000원. 물가 대비 만만치않은 가격이었다.)
조기자 : 맞아요 생각납니다. 어린 시절엔 참 재미있게 했었는데, 당시 돈으로도 2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아무나 구입할 순 없었죠. 제 경우도 이런저런 게임기들 팔아서 돈을 모아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닉'을 특히 좋아했고, 또 '샤이닝포스' 시리즈는 완성도가 어마어마했었어요. 초보들 대상으로 하는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 '아리에르'도 아주 인상깊었구요.
꿀딴지곰 : 특히 '샤이닝포스'는 상당한 수작으로, 향후 메가씨디로 합본이 이식되기도 했죠. 작은 화면에서도 상당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었고 세가마스터시스템 특유의 효과음이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다만 요즘 핸디겜보이로 게임을 하는 건 절대로 비추합니다. 왜냐면 화면이 너무 너무 구리게 느껴질테니까요. 옛날에야 환상이다!라고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이 게임기를 가지고 게임을 했나 싶을 정도지요.
(액정의 모습. 지금 보면 칼라인지 흑백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다. 구려도 너무 구리다.)
술개 : 게임기어도 한동안 LCD 개조가 유행하지 않다가, 비교적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유럽에서 각각 엔지니어들이 LCD 개조 키트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어요. LCD를 구입한 후 방법에 맞게 납땜해주면 되는 구조입니다. 요즘은 품절이 된 것 같으니 일본이든 유럽이든 틈틈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품절이 풀리면 바로 구입해주시길 추천드려요.
방법은 뭐 분해하신 후에, 설명서대로 납땜해주면 되는 구조입니다. 난이도는 크게 높지 않습니다만, 일본에서 개발된 개조킷과 유럽에서 개발된 개조킷이 차이가 있으니 체크하셔야 합니다. 납땜 포인트는 2-30개 정도 생각하시면 되겠구요.
(개조완료. 요즘 시대에 맞는 선명한 화질을 가지게 되었다. 스캔라인은 덤 / 마리오곰님 사진 발췌)
[게임보이(미니컴보이)와 GBA도 빠질 수 없다, 개조하자!]
조기자 : PC엔진GT와 LT, 그리고 게임기어 액정 개조가 있었는데, 개조 얘기가 나온 김에 게임보이(국내명 : 미니컴보이) 시리즈도 소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꿀딴지곰 : 게임보이는 그야말로 90년대를 주름잡았던 휴대용 게임기의 제왕이지요. 닌텐도가 닌텐도64로 고전하면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다 게임보이 덕분이었습니다. 휴대용이면서 팩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린 시절 꿈꾸던 환상의 게임기였지요.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구요.
조기자 : 맞습니다. 소풍이든 어디든 하나만 있으면 든든했죠. 개인적으로 '열혈경파', '마계촌' 같은 액션 게임도 많이 했고, '성검전설', '사가' 시리즈, '젤다의전설' 같은 RPG에도 푹 빠져있었지요. 양재에서 선릉에 있는 학원에 갈 때까지 일부러 RPG를 하면서 걸어 다니기도 했고요.
꿀딴지곰 : 아.. 길에서 RPG를 하기 위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다니요.. 버스 4-5정거장 정도 될텐데.. 참 대단하시네요. ㅋㅋ 하긴 전 '사가' 시리즈를 몰래 하느라 변소에 들어갔다 안 나와서 어머니께 등짝 스매시를 맞았던 기억이 있군요 ^^;;
(이 광고모델분들도 이젠 중년이 되었겠지.. 지금은 무얼 하고 계실까.)
(이렇게 얇은 팩을 교체할 수 있었다니! 당시에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술개 : 다들 아시겠지만, 게임보이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화면을 봐주지 못할 수준이지요. 무조건 개조를 해야 할 수준입니다. 과거 추억으로 한 대 가지고 있으려면 일단 개조해두는 게 좋지요.
조기자 : 게임보이 액정이 그렇게 별로인가요?
술개 : 예전엔 어떻게든 플레이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잔상도 너무 심하고 눈이 아파서 볼 수가 없어요.
(화면이 너무 구려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 흐리고 잔상도 심하다.)
조기자 : 이것도 액정을 교체해주면 확 나아지겠죠?
술개 : 그럼요. 개조를 하게 되면 이렇게 됩니다.
조기자 : 오오. 성검전설. 파이널판타지 외전! 레솔미~~ 미파미 레도 레쏠미~~ 아직도 타이틀 화면의 멜로디가 기억나는 게임이죠. 숱하게 클리어했었습니다. 나름 타격감 죽이는 게임이에요.
술개 : 허허허. 덕후같으니.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뒤쪽에 라이트를 줘서 밤에도 할 수 있게 했고요, 액정도 잔상이 없는 최신 액정으로 교체한 것이죠. 아주 플레이할 만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술개 : 들어간 품목은 기본 오리지널 게임보이 외에 RGBbb( 기존 한가지 색상만 나오는 백라이트가 아니라 7가지 색상이 나옵니다.), RGBss(백라이트 색상선택 컨트롤러(?)라고 보시면 됩니다.투명 버튼과 연계하면 아주 이쁩니다.), 바이버트칩(화질개선칩), GBAmp(엠프입니다. 기존 스피커보다 5배정도의 스피커출력을 깨끗하게 뽑아낼수 있습니다.), 배터리 잔량 체크기, 5v 충전모듈, 승압보드, nds용 배터리, 슬라이드 스위치 3ea 등입니다. (야잔님의 글과 사진을 발췌해서 소개중)
바이버트 칩이라는 것은 화면의 신호레벨을 TTL 레벨로 올려주기 위해 Not gate를 두 번 거쳐주는 것인데.. 기술적인 부분이니 이해하시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냥 넘기겠습니다 ^^;
술개 : 이쁘죠? 하하하. 조금 더 개조해본다고 하면 더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도 있지요. 보시죠. 짜잔.
술개 : 미니컴보이 케이스 안에 NDS를 집어넣는 개조입니다. GBA의 비교적 최신 게임(?)을 게임보이 케이스로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야잔님의 작품입니다.
조기자 : 와 대박!!
술개 : 많은 분들이 '게임보이'에 대해 추억이 있으시다 보니.. 이렇게 닌텐도DS를 넣어도 감성적으로 느끼시더라고요. 닌텐도DS가 GBA 호환인 건 아실테고, GBA 부분만 분리해서 집어넣은 버전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조기자 : 이런 LCD 백라이트 개조품은 어떻게 구할 수 있나요?
술개 : 기성품이 아니니까요, 몇몇 개조하시는 분들을 찾아가 연락할 수 밖에 없지요. 대표적으로는 부산에 계시는 '깐돌사마'님이 있는데, 그분께 연락드리면 아마 개조해주실 겁니다.
조기자 : 아하~ 깐돌사마님 엄청 개조 잘 하시죠. GB나 GBA, 원더스완 등 LCD 개조된 기기들 판매도 하시는 것 같구요. 혹시 그분 연락처 궁금하신 분은 제 이메일(igelau@donga.com)로 문의주세요 ^^
술개 : 하핫. 또 이렇게 개조 놀이를 진행하다 보면 몇 가지 아이디어가 더 떠오르게 되는데요, 바로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한 개조입니다.
조기자 : '라즈베리파이'요? 그 미니 컴퓨터 말씀하시는 건가요?
술개 : 그렇습니다. '라즈베리파이'를 미니컴보이 케이스 안에 집어넣으면 활용성이 극대화되거든요.
(급기야 게임보이 케이스에 미니 컴퓨터를 넣는 프로젝트가 생겨났다 )
조기자 : 흐흐. 소개해주시죠.
술개 : 짜잔! 이것이 바로 '라즈베리파이'를 케이스에 집어넣은 '미니컴파이' 입니다. 미니컴보이 + 라즈베리파이의 합성어로 만든 신작 휴대용 게임기랄까요.
술개 : 푸크푸크. 만드는 방법은 뭐 간단합니다.
일단 3D로 도면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지요. 제가 직접 그린 도면입니다.
이렇게 도면을 꾸민 후에~
술개 : 6버튼이 가능하도록 개조해서 넣고요, 여기에 라즈베리파이를 연결해서 동작이 되는지 테스트합니다. 일단 화면이 잘 나오는군요.
술개 : 그리고 버튼 입력을 해주기 기판을 뜹니다. 기판은 2종류인데, 하나는 조작계 쪽이고 또 한쪽은 사운드와 스위치입니다. 저렇게 기판을
떠서 잘 조립해주면 완성~
중간에 배터리 충전회로라든지 배터리 삽입 등은 생략하겠습니다.
술개 : 조기자님도 그렇지만, 저도 이전에 레트로 게임 개조를 진행하다가 XTM에서 진행하는 '겟잇기어'에 출연한 적이 있지요. 거기서 '미니컴파이'를 소개했더랬지요.
(데프콘의 모습. 겟잇기어 사회자로 XTM 겟잇기어 '레트로게임편'에서 함께 녹화를 한 적이 있다)
꿀딴지곰 : 다시 봐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개조 물품들은 기존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분들은 싫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자신이 예전에 즐기던 게임기를 구했는데, 도저히 못 봐주겠으면 이렇게 개조를 해주면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기자 : 백번 맞는 말씀이십니다. 휴우. 오늘도 꽤 여정이 길어지는데요, 마지막으로 개조기 한두 개만 더 보고 오늘 코너를 마치도록 하시죠 ^^
꿀딴지곰 : 넵 알겠습니다~
[개조의 끝판왕, 재믹스 네오와 구엑박 네오]
조기자 : 흠..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재믹스 네오와 구엑박 네오로군요. 어떤 물품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꿀딴지곰 : 직접 제작에 참여하셨으면서 굳이 소개를 제게...(-_-+).. 재믹스 네오는 몇몇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는 회원들이 '네오팀'이라는 것을 결성해서 만든 '재믹스'의 복각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MSX 최후의 기기로 나왔던 '원칩MSX'를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재믹스의 모습을 본따서 제작되었지요. MSX 30주년 기념으로 레트로 게이머들이 자작한 게임기이기도 합니다.
조기자 : 사실 국내에서 제작된 동호인들의 MSX 관련 기기로는 원탑이라 할 수 있지요. MSX 30주년 기념으로 제작했는데, 해외에서도 엄청나게 극찬 받았고 외국 분들이 MSX 축제에 전시하겠다고 한 대만 달라고 조르기도 했었죠. 한국 MSX 마니아들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도 되었던 기기라 매우 뜻깊어요.
술개 : 흐흐 '재믹스네오'를 제작한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제품 디자이너 '요오'님이 디자인을 했고요, 유럽의 바이오스 제작 전문가를 통해 MSX2+로 인식이 가능한 최종 버전이라 할 수 있지요.
(요오님의 디자인. 매우 미려하다)
(실제 디자인의 모습. CNC 가공을 통해 미려한 외관이 그대로 구현)
조기자 : 이 재믹스 네오가.. 예전의 재믹스 팩이 그대로 꽂히는 거죠?
술개 : 그럼요. 재믹스 팩이 꽂힐 뿐만 아니라 요즘 모니터에 연결할 수 있도록 VGA 출력도 존재하고 USB를 통해 PC용 키보드나 조이스틱도 대응됩니다. SD메모리도 존재하구요. 스캔라인 기능도 추가되어 있습니다.
조기자 : 팩 슬롯이 2개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술개 : 하나는 팩을 꼽고.. 또 하나는 사운드 팩이나 세이브를 위한 백업 팩을 꼽을 수 있는 용도지요.
꿀딴지곰 : 요즘 시대에 와서, '재믹스'를 다시 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복각을 해서 현시대에도 명맥이 유지된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레트로 게임인들이 이렇게 과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기기가 나온다는 걸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조기자 : 흐흐. 제작자 중 한 명으로써 좋은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마지막으로 또 하나 소개를 해볼만한 게 있는데요, 바로 '구엑박 네오' 입니다.
(설계도와 송쿠마님이 찍어주신 사진)
꿀딴지곰 : 기존의 구엑박이 워낙 탱크만큼 크고 무식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최대한 경량화시키자는 취지로 개조된 버전이 바로 '구엑박 네오' 입니다. 맥북 같은 느낌의 알루미늄 재질에 검은색 폴리카보네이트를 통해 반사되는 느낌이 아주 고급지죠.
구엑박의 기판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라서 성능적인 부분은 완전히 같고, 부피는 약 1/2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할만큼 작아졌지요. 제작에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구엑박 오리지널과 네오의 모습. 부피 차이가 꽤 난다)
조기자 : XBOX 로고를 그대로 박아 넣은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마루에 한대쯤 놓고 싶을 정도로 이쁘네요. 나중에 실물을 보고 싶습니다.
꿀딴지곰 : 이미 가지고 있으시면서 참나... -_-+
조기자 : (먼산) 휴우. 오늘도 길고 긴 여정을 함께 보냈네요. 오늘 와주신 술개님 고생많으셨습니다. 글 감수도 감사드리구요.
술개 : 푸크푸크. 다음에 또 뵐 일이 있다면 불러주십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이바이~
꿀딴지곰 : 매번 게임만 다루다가 이렇게 하드웨어도 다루게 되니 재미있네요. 그래도 전 전공이 게임이니, 다음 시간엔 재미있는 게임 이야기로 찾아뵙죠~ 기대해주세요! ㅇㅈㅇ)/
조기자 :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짤막하게 '레트로 게임기의 개조'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혹시나 이 글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 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꿀딴지곰의 고전게임블로그 운영중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다.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이게라우'로 불리우는 진성 매니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