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의 겜덕연구소] 스파2의 숨겨진 비밀과 세계 최강자들의 대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꿀딴지곰의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레트로 게임 분야에 최고의 권위자인 꿀딴지곰 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격투게임의 대명사 '스트리트파이터2' 시리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기자 : 안녕하세요 꿀딴지곰님, 오늘은 간만에 격투게임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 볼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격투 게임도 엄청나게 많지 않습니까?
꿀딴지곰 : 넵~ 그 중에서도 오늘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플레이 했고 그때 그 시절 오락실에서 살다시피 하게 만들어준, 본격 대전 게임의 시초라 불릴 만한 '스트리트 파이터2'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조기자 : 크~ 최고의 격투 게임이죠! 그런데..'스파2'로 얘기하자면 1부로는 택도 없을텐데.. 할 얘기가 무궁무진 하니까요. 어떻게든 좀 줄여야 하겠습니다. 하하. 일단 2와 대시 정도로 한정해서 얘기해보시죠.
< 추억 1> 스트리트 파이터2에 속했던 각종 오마쥬들
조기자 : '스트리트 파이터2'가 전세계적으로 격투게임의 붐을 만들었다.. 이런 내용을 다루는 건 이제와서 좀 식상하겠죠. 그렇다면 오늘은 본격적인 이야기 보다는 '스파2'에 대한 몇 가지 이슈 중 재미있었던 추억을 다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일단 오마쥬 얘기를 먼저 해보는 게 어떨까요? '스파2'에는 여러 오마쥬가 있었죠. 사실 표절에 가까운 이슈라고 하겠습니다만..
꿀딴지곰 : 개인적으로는 표절보다는 패러디나 오마쥬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군요.. ^^; 당시 기준으로 보면 저작권적인 부분도 인지가 약했을테고, 지금 생각해보면 웃으면서 넘어갈 수준이라 생각됩니다만 말이죠.
조기자 : 일단 어떤 걸 먼저 얘길 해볼까요?
꿀딴지곰 : 일단 유명 복서 이야기가 있겠죠? 당시 북미 지역에서 권투 선수의 상징이라면 당연히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었는데, '스파2'의 4천왕 중 한 명인 복서의 이름이 M.바이슨이었죠. 누가 봐도 타이슨이었던 사천왕. 게다가 대시 때부터 생긴 잡기 공격이 타이슨 씨의 특기인 박치기라니.. 이건 뭐 대놓고 패러디한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M 바이슨은 누가봐도 마이크 타이슨 이었다)
조기자 : 캡콤도 당시에 타이슨 씨에게 고소 당할까봐 겁이 났던 것 같긴 합니다. 덕분에 북미판 스트리트 파이터에서는 사천왕들의 이름이 싹 바뀌었는데.. 이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헷갈려 하시는 유저분들이 많으시죠.. 일본판 다르고 북미판 다르고.. 지역에 따라 캐릭터 이름을 부르는 게 다르다니 참..
꿀딴지곰 : 한국에서는 실기시절 당시 대부분의 오락실에서 북미판 기판이 유통됐었기 때문에 끝판왕을 바이슨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복서는 발로그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유저들 사이에서는 사천왕 이름을 서로 다르게 부르곤 합니다. 아니면 서로 헷갈리지 않게 아예 이름으로 안 부르고 특징으로 불러 버리곤 하죠. 권투선수는 '칙칙이', 스페인은 '꼬챙이', 끝판왕은 '장군' 같은 식으로요.
조기자 : 끝판왕 장군 역시 표절 관련 논란이 있었죠?
꿀딴지곰 : 나치를 표현한 듯한 그 모습.. 상당히 익숙했었죠. 당시 일본 만화 중 '리키오(力王)'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등장하는 '와시자키'라는 캐릭터가 끝판왕과 상당히 흡사하죠. 비교해보시면 완전 판박이 입니다. ^^;
(리키오의 와시자키와 스파2의 끝판왕. 대놓고 베낀 티가 너무 난다)
(제도물어 애니판에 등장하는 가토 야스노리(加藤保憲)의 모습)
조기자 : 크~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소위 요즘 인터넷 유행어로 '빼박캔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것 뿐만이 아니지 않나요? 사실 예전에 이 캐릭터를 베낀 거라는 얘기도 있었지 않습니까. '제도물어(帝都物語)'라는 만화에 비슷한 캐릭터인 마인 가토(加藤)가 있어서 그 캐릭터를 벤치마킹했다는 얘기도 있었죠. 이렇게 보니 전형적인 나치의 군관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꿀딴지곰 : 또 다른 포스터도 한 장 보시죠. 예전에 충분히 논란이 됐었던 이미지죠. 디자인의 구도나 일러스트, 디자인 레이아웃 등이 매우 비슷하지 않습니까? 게임이 출시된 당시엔 저런 표절들이 워낙 비일비재 했었기 때문에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특집 하나 나올 수준입니다. ^^;
조기자 : 흐흐. 정말 그렇네요. 저작권이 강화된 현재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만 말이죠. 이외에도 ‘스트리트파이터2’ 게임 내에도 패러디 요소가 제법 있었죠?
꿀딴지곰 : 일단 소소한 패러디를 보자면 장기에프나 달심 같은 경우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장기에프 엔딩을 보시면 고르바쵸프를 연상시키는 러시아 대통령이 그와 함께 러시아 전통 춤을 추고, 국내 웹에서 떠도는 정보에 의하면 달심 또한 당시에 인도, 파키스탄 지역의 격투가였던 실존인물 '달시마'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 확인은 못했습죠.. -ㅂ-;
(장기에프 엔딩. 고르바초프와 흡사한 러시아의 그분)
< 추억 2> 스트리트 파이터2에 등장했던 각종 버그들
조기자 : 스파2 때는 각종 버그들이 꽤 많았었지요. 당시에 이 버그로 플레이 하다가 오락실에서 옥상으로 끌려나간 분들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꿀딴지곰 : 아무래도 정상적인 비기는 아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학다리' 같은 버그는 귀여운 수준이었는데.. '허공던지기' 같은 것들이 나오면서 오락실 의자가 날아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고 봅니다(물론 '플라잉 체어샷'을 실제로 본적은 없... -_-;)
조기자 : 가일 버그를 보자면 학다리, 허공던지기, 그림자 붙이기, 게임기 끄기 정도겠지요?
꿀딴지곰 : 학다리는 가일이 섬머솔트를 하기 직전의 자세에서 멈춰버리는 건데요, 상대적으로 커맨드도 쉬운 편이라 실수로도 자주 발생했고, 다시 썸머솔트킥을 입력하면 바로 풀렸기 때문에 애교 같은 기술이었지요. 다만, 허공던지기(허공잡기)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버그가 더 양산되었습니다.
(이 상태로 굳어져 있는 가일. 아크로바틱한 자세가 힘들어보인다)
조기자 : 맞아요. 생각납니다. 허공던지기가 공간던지기라고도 불리웠죠? 레버를 뒤로 해서 모았다가, 소닉붐을 쏘듯 레버를 앞으로 하면서 큰 발과 중 손을 함께 누르는데.. 중 손을 미묘하게 늦게 누르면 큰 발이 캔슬되듯 하면서 적을 잡았죠.
꿀딴지곰 : 처음 누가 발견했는지는 모르지만.. 저희 동네에서는 베가(꼬챙이) 판에서 주로 연습해서 썼습니다. 꼬챙이가 에너지가 줄어들면 플라잉 바르셀로나 어택을 쓰기 위해 철창에 매달려 있곤 했는데 이때 충분히 기술을 연습할 수 있었죠.
생각해보니 허공던지기는 발동조건이 2가지인데, 말씀하셨던 커맨드는 숙련된 분들이 쓰는 커맨드이고, 좀더 쉽게 쓰려면 약 소닉붐을 하나 쏜 다음에 그 소닉붐이 화면끝으로 사라지기 전에 커맨드를 입력하면 적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잡기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야 됩니다. 적이 잡기거리 내에 없으면 누르지도 않은 강 손이 나가는데 이건 입력이 제대로 들어간 겁니다.
조기자 : 학다리와 허공던지기와 함께 자주 쓰던 버그로 그림자 붙이기도 재미있지 않았습니까? 상대방을 매달고 다니면서 나름 쾌감이었는데요. 흐..
(그림자 붙이기를 당하면 상대방이 뛰던 점프를 하던 옆에 붙어다녀야 했다)
꿀딴지곰 :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VSBjqSV40Uw) 영상보시면 어떤 분이 찍어서 올린 게 있는데, 중손 잡기를 캔슬하면서 섬머솔트를 쓰면 상대방이 저렇게 달라붙습니다.
조기자 : 기억납니다. 저 상태에서 허공던지기를 하면 상대방이 던져지면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여기서 문제가.. 제한시간이 다 될 때까지 저 상태가 해제되지 않으면 게임기가 거기서 멈춰버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버그가 꽤 유행했기 때문에 오락실 주인 아저씨도 나중엔 그걸 잘 알아서 돈을 돌려주는 일은 없었죠..
꿀딴지곰 : 백 원을 받아내려면 아무래도 가일의 리셋 기술이 최고 아니었을까요? 갑자기 기기가 꺼졌다고 말할 수 있었으니까요. 커맨드는 가일이 드래곤 스플렉스(강손잡기)를 쓰면서 이를 캔슬하듯 썸머솔트 킥을 하면 꺼집니다. 갑자기 기기가 전원스위치를 리셋한 듯 퍽 하고 꺼지죠.
조기자 : 조작만으로 기기를 꺼버리는 무시무시한 기술이 아닐 수 없었죠. 당시에는 실험해볼 겸 몇 번 써봤었는데, 틀림없이 기기에 무리를 줬을 거고.. 지금 생각해보니 몹쓸 짓이었네요. 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해봤는데, 기판은 물론 심지어 에뮬레이터에서도 꺼지더군요.
꿀딴지곰 : 모두 다 오락실 키드들의 추억이네요. -ㅂ-a 다른 캐릭터 버그도 있었는데.. 저는 장기에프가 떠오릅니다. 장기에프는 원래 연타는 약손만 가능했거든요. 약발로도 되긴 했지만, 저스트 프레임으로 굉장히 정확하게 입력해야 연타를 먹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특이하게도 약발을 한 번만 쓰고 이후 약손을 연타하면 약발이 연속으로 나가는 버그가 있었죠.
(장기에프 약손 연타.. 이후 언제 스크류파일드라이버가 나올지 몰라 긴장되었다)
조기자 : 아 그랬나요? 현역 시절에 저는 약발을 정확하게 따닥 따닥 눌러서 입력해야 했었는데.. 그렇게 쉬운 버그가 있었다니..
꿀딴지곰 : 점프해서 한 번 먹인 후에 약발 3~4연타.. 별 뺑뺑... 멋졌죠.
조기자 : 이외에 버그인지 아닌지 좀 미묘한 것들도 많이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스턴 상태로 별이 도는데 또 별이 돌게 한다거나.. 장풍이 통과하는 것 같은 것들 말이죠.
꿀딴지곰 : 맞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일같은 경우.. 약손을 일어나서 사용하면 사정거리가 멀었죠. 그래서 6~7번 잘 연타하면 별이 도는 상태에서 또 별이 보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2 한정) 오락실에선 대표적인 열받게 만드는 얍삽이였기 때문에 체어샷 유발 기술이었구요, 이런 얍삽이는 류도 가능했었죠.
조기자 : 생각해보니.. 류는 약손을 맞춤과 동시에 바로 약승룡권 2대를 팍팍 맞으면 또 별이 들었었죠. 대시 시절 악명 높았던 끝판왕 같은 경우도 약손과 큰 발 더블 니프레스를 활용해서 별이 든 상태에서 또 별이 들게 할 수 있었고요.
(악명높았던 스파2 대시 버전의 더블 니 프레스. 헛점이 거의 없는 기술에 큰 발 콤보는 덤.)
꿀딴지곰 : 미묘한 판정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사가트의 하단 장풍을 혼다의 날아박치기가 통과한다거나, 사가트가 일어나서 장풍을 쏠 때 블랑카는 서서 걸어가도 맞지 않는다든지.. 달심은 사가트의 상단 장풍을 앉아서도 못 피했기 때문에, 슬라이딩으로 피해야 했던 캐릭터였지요.(장기에프처럼 달심이 미묘하게 앉은 키가 크다는 판정이었는지)
조기자 : 말씀을 듣고보니 달심의 슬라이딩과 혼다의 머리 박치기가 생각나네요. 혼다가 날아오면 타이밍 맞춰서 하단 슬라이딩으로 떨군 후 집어던졌던 그 뻘쭘한 상황 말이죠. 하하하.
< 추억 3> 스트리트 파이터2 루머와 만연했던 얍삽이들
조기자 : 생각해보면, 스파2만큼 루머와 얍삽이가 많았던 게임도 드문 것 같아요. 저도 재미난 루머들을 많이 들었었는데요.
꿀딴지곰 : 제가 들었던 루머중 하나는 사가트 스테이지에서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불상이 일어나서 귀싸대기를 때린다 뭐 이런 거 였습니다. ^^;
(불상이 일어나서 이렇게 싸대기를 날린다고? ㅡㅡ; 엉뚱한 루머가 많았다)
조기자 : ㅋㅋ 불상이 말이죠? 저도 들었는데, 일어나서 귀싸대기를 때리는 건 아니었고.. 눈을 떠서 레이저를 쏜다 이런 거였어요.
꿀딴지곰 : 2의 경우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4천왕을 고르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은 어느 동네에나 있었던 거 같아요. 꼬챙이 철장 스테이지에서 커맨드를 요상하게 넣으면 된다 라든가, 끝판왕 스테이지에서 몇 번 점프해서 기술을 입력하면 된다.. 등등의 루머가 있었지만 모두 가짜였던 걸로 파악되었지요. 실제로 제 친구들은 당시 캡콤사에 직접 "편지"를 보내서 공식 답변을 요구한적도 있었는데 캡콤측에서 보내준 포스터 및 기타 스파관련 용품만 받고 그런 일은 없다는 답을 받았었죠.. ㅋㅋ 그만큼 4천왕을 플레이 해보고 싶은 당시 스파 유저들의 간절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기자 : 가일의 버그가 만연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었죠. 요상한 것들을 봤으니 뜬소문을 믿었던 거 같아요. 지금이라도 뭐 그런 숨겨진 비기가 있다면 오픈되었으면 좋겠네요. ㅋㅋㅋ
꿀딴지곰 : 아, 비기 말고도 상대방을 괴롭히는 여러가지 얍삽한 기술이 탄생했던 게임이 스파2이기도 했죠.
조기자 : 얍삽이야 뭐 많았습니다만.. 일단 초창기 시절 류와 캔의 '짤짤이'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약발로 점프해서 뛴 다음에 짤짤짤짤.. 다시 약발로 뛰어서 짤짤짤짤..
꿀딴지곰 : 초창기에 승룡권 등의 대공기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엔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얍삽이죠. 나중에는 약발 후 잡기냐 하단 강킥이냐 계속 짤짤이냐 등으로 심리전이 들어갔던 기술이구요. 얍삽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이후 격투게임에 사용되는 2지선다, 3지선다 패턴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었다고 보여지네요. ^^
조기자 : 유일한 히로인인 '춘리'도 얍삽이 쩔지 않았습니까? 저도 엄청 애용하던 캐릭터에요.
꿀딴지곰 : ㅋㅋ 제 주력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춘리는 전통적으로 중손이나 하단 중발이 강해서 써먹기 좋았죠. 초반에는 춘리로 중 손을 뻗어서 상대가 막아도 잡고 맞아도 잡고.. 그 이후 여러가지 얍삽이를 응용했었지요. 당하는 입장에서는 보통 빡치는 게 아니었을 거에요. =ㅂ=a
(중간 손에서 연속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행진. 대전상대들의 동전이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조기자 : 장기에프도 아주 얍삽하지 않았습니까? 악명을 떨치던 캐릭터잖아요. 헙! 하면 끌려들어오는 스크류 파일드라이버. 게다가 스파2 때는 잡히고 나서 멀어지지도 않아서 한번 잡히면 그 판 끝날 때까지 계속 잡혀야 했지요. 그래서 멀리서 견제만 하다가 하단 발에 한 번 걸리든지.. 한 번 끌려들어 잡히기라도 하면 심장이 쿵.. 하고 무리가..;;
(자비를 느낄 수 없었던 장기에프의 밥줄 기술 ‘스크류파일 드라이버’
꿀딴지곰 : ㅋㅋㅋ 장기에프의 스크류 파일드라이버는 엄청나게 잡기 거리가 길었죠. 훅 하고 빨아들이는데.. 역시나 접근 못하게 하는 게 최고였지만 잡혔을 경우 상대방이 실수하지 않는 한 그 판은 졌다고 봐야 했습니다.(스파2 오리지널 한정) 처음에는 한 바퀴 돌리는 코맨드를 순식간에 쓸 수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지만 익숙해지고 나서는 정말 무서운 캐릭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조기자 : 그 외에도 브랑카가 중 손이 빨라서.. 점프 강 발이나 강 손 이후 중단 손으로 이어지는 하단 중 킥 등의 3단 콤보로 상대를 농락하던 게 생각나네요. 일단 점프 공격에 한 대 맞으면 나머지는 주루룩 콤보이고, 기절하면 바로 아프게 3단을 또 맞아야 했던..
꿀딴지곰 : 맞아요 브랑카도 기본기가 좋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중단 킥 견제와 큰 발, 큰 손 등으로 적절한 거리에서 싸우면 무서웠죠. 이따금 한 번씩 나오는 롤링어택도 무서웠구요.
< 추억 4> 스트리트 파이터2 고급 공방
조기자 : ‘스트리트파이터2’의 공방은 후반기로 가면서 상당히 세련되어지고 무서워졌죠. 고급 기술들도 생겨났구요.
꿀딴지곰 : 고급 기술이라 하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조기자 : 네에. 안전점프 같은 기술들이나, 장풍 견제를 노린 같이 맞기 등등을 말하는 것이죠. 후반부에 알려진 고급 기술들이 승패를 좌우하곤 했으니까요.
꿀딴지곰 : 안전점프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던 기술이죠. 원리는 뭐.. 상대방의 기상공격 프레임을 체크해서, 그 발동이 일어나기 전에 땅에 닫도록 날라차기 공격을 하는 거죠. 말로 좀 어려운데.. 쉽게 설명하면, 상대방이 일어날 타이밍에 아슬아슬하게 땅에 닫도록 점프해서 날라차기를 하는 겁니다.
상대가 아무 것도 안하고 방어하고 있으면 내 날라차기를 막아야 할 것이고, 승룡권 등의 대공 공격을 쓰면 그 공격 판정이 발동되는 프레임 안에 착지를 하게 되어 상대가 방어를 하게 되는 거죠. 즉, 공격자가 무조건 유리한 상태로 공격하게 되는 게 안전점프죠.
(켄이 낮게 날라차기를 하면, 류가 기상하며 승룡권을 하더라도 막을 수 있다)
- 관련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qDyIunlft1s (스파2 터보 기준 영상)
조기자 : 사실 안전점프는 저도 애용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2’ 시리즈나 ‘킹오파’ 시리즈 등에서 애용되는 기술이었는데 향후 격투 게임들은 캐릭터들이 낙법을 하거나 일어나는 위치가 달라진다거나, 캐릭터 별로 일어나는 타이밍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써먹기 어렵게 변했죠. 그래서 나중엔 캐릭터마다 맞추는 법을 따로 익히기도 하는 등.. 여튼 고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테크닉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꿀딴지곰 : 장풍 견제는 어떤 게 있었나요?
조기자 : 아 뭐 별다른 건 아닙니다만, 예를 들어 브랑카나 혼다 류 장풍이 없는 캐릭터의 경우는 장풍 캐릭터가 장풍을 노련하게 쏘면 휘둘리지 않았습니까? 점프로 피하거나 해야하는데 잘못하다간 승룡권을 맞기 일쑤고요.
꿀딴지곰 : 그렇습니다. 장풍 후 승룡권은 ‘스트리트파이터2’ 의 영원한 기본 운영법이라 할 만 하지요.
조기자 : 그래서 장풍을 뛰어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장풍을 쏘는 순간에 그냥 같이 공격을 뻗어서 함께 맞아버리는 겁니다. 브랑카의 하단 강손, 혼다의 하단발 등인데, 이 기술들이 리치가 상당히 길 거든요. 적당한 거리에 있다가, 장풍을 쓰면 함께 때리면서 맞는 거죠. 이들 캐릭터들은 기본기 자체가 좋기 때문에 장풍을 봉쇄해서 싸울 수 있는 그런 운영법이었습니다.
꿀딴지곰 : 저도 달심의 고급 공방이 생각이 나네요. 달심의 드릴킥 공격이나 약손의 대공 공격 등이요. 요가프레임 후 판정이 빠른 걸 틈타 잡는 것 등등. 2나 대시 시절에 달심을 정말 무섭게 만든 공격법이지요.
(달심 최고의 공격, 드릴 어택. 막혀도 전혀 딜레이가 없다. 영원히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기술)
조기자 : 흐흐 달심의 고급 공방은 정말.. 엄청나지요. 특히 '대시' 버전에서 달심의 드롭킥은 끝판왕의 '더블니프레스'와 류켄의 '승룡권'과 함께 전 캐릭터 기술 중 가장 강력한 기술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적당히 파고들어서 역가드로 박치기를 시키고, 집어던지고, 끝이 없었죠.
꿀딴지곰 : 중국의 최고수 '대호자'의 플레이를 보면 달심의 진가를 알 수 있죠. 절대 원거리 캐릭터가 아니고, 근거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달심의 모습이란 정말 기가 질리는 수준이었다고 할만합니다.
달심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동영상이 궁금하시다면 이 대전 영상을 함 보시죠.
http://video.mgoon.com/1818489
< 추억 5> 초고수들의 대전!! 한국 VS 중국
조기자 : '스트리트파이터2'를 얘기하다 보면 역시나 누가 제일 잘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꿀딴지곰 : 그렇죠. 저 만해도 현역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오락실 원정을 다니면서 도장깨기를 하곤 했었으니까요. 주캐릭터는 춘리이기도 했지만, 당시에 다른 동네보다 먼저 익힌 가일로 왠만한 동네 오락실에서는 99연승은 기본이었던 시절이었네요 ㅋ 덕분에 저희 일행이 다녀갔던 동네가 나중에는 고수들이 득시글 거리게 되었던 후일담도 있었습니다.. (뿌린 가일 씨앗을 거두기 위해서 달심을 따로 익힌 계기가 되었죠)
조기자 : 참 현역 시절에 재미있었죠. 아직 하이텔 등의 전국구 네트워크망이 구축되지 않았던 시기이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수많은 고수들이 저마다 자기가 최강이라고 외치던 시절이기도 하죠. 전국적인 대회라도 있었다면 그런 난세의 효웅들이 일제히 강력함을 겨룰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꿀딴지곰 : 확실히 아쉽습니다. 강남 지역 기반이었던 저랑 제 친구들도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여줬었거든요.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열정대로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조기자 : 만약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요?
꿀딴지곰 : 세계 최강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적어도 그에 근접한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 국내에도 계시죠.
조기자 : 어떤 분들인가요? 세계 최고급의 실력이라니..
(정인오락실. 국내 스트리트파이터2의 성지라고 할 만 한 곳. 센아이님 사진 발췌)
꿀딴지곰 : 하핫 뭐.. 아실 만한 분들은 아시죠. '스트리트파이터2' 계열로 국내 최고의 격투게임의 성지가 어디인지를요. 바로 노량진의 정인 오락실 아니겠습니까. 그곳에 출몰하시는 괴수분들은 끝판왕 장군의 무한 콤보 정도는 밥 먹을 듯 하시는 분들이고, 거기 가서 구경해보면 한 경기 한 경기가 '세계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준이 높지요.
조기자 : 정인오락실! 그곳의 실력이야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죠. 그러고보니 정인오락실 주요 멤버분들과 중국 최고수분들과의 일전이 생각이 나는군요.
꿀딴지곰 : 어떤 일전인가요? 뭔가 큰 이벤트가 있었던 건가요?
조기자 : 그럼요. 사실 정인 오락실 분들이 다른 나라 고수분들과 대전하는 적이 꽤 있었죠. 그중에서도 몇 년 전이긴 하지만, 중국 최고수들이 집결해있다고 하는 '천진' 지역에서 한 고수가 한국 정인 오락실을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한국 정인 오락실 고수분들과 자웅을 가리자는 거였죠.
꿀딴지곰 : 오 그 것 아주 흥미롭네요.
조기자 : 저도 전문 격투 게이머이긴 하니 주변의 고수분들로부터 얘기를 듣기도 했고, 다음의 '스트리트파이터2' (SF2CE) 카페에서 관련 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어마어마한 일전이 벌어졌다더군요. 우선은 천진 지역으로 초청을 받은 뒤에, 정인 분들 중에 한두 분이 실력을 볼 겸 천진 지역으로 건너갔다고 해요.
꿀딴지곰 : 그래서요?
조기자 : 막상 천진지역에 가보고는, 정인 지역의 고수분들이 깜짝 놀랐다더군요. 한국의 현역 시절 수준으로 열정적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그 모습들. 그리고 엄청나게 수준이 높은 모습. 깜짝 놀랐다는 것이죠.
꿀딴지곰 : 중국 천진지역 분들의 수준이 엄청나게 높았던가 보군요.
조기자 : 네. 그렇죠. 기본 스킬은 거의 비슷한데, 20년이 지난 '스트리트파이터2 대시'가 너무도 활발하고 열정적으로 대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거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여튼 십 수년 간 '대전 장인'으로 불리우는 분들이 영원히 '스파2 대시'를 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고 있었다더군요.
꿀딴지곰 : 호오. 그렇다면 정인 오락실 멤버들과 격렬한 승부가 있을 수 밖에 없었겠는데요? 자존심이 걸린 한중전 말입니다.
조기자 : 네에. 중국 천진에 다녀온 멤버들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정인 멤버들은 상당한 긴장과 함께 한중전을 준비하게 되었고, 채비를 해서 중국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무림의 대전쟁이 발발하듯 긴장감이 아주 역력했다고 하지요. 뭐 이전부터 상하이쪽과 교류전을 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천진 지역이 최고의 격전이었다고 하네요.
(당시 한중전 사진. 다음팟 동영상 캡처)
꿀딴지곰 :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ㅂ+
조기자 : 사실 저도 거의 눈팅으로 보는 것이지만,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0893428&srcid=158763
여기서 확인할 수 있죠. 당시의 모습을요.
결론적으로 미세한 차이이긴 하지만, 한국 대표인 정인 선수분들이 아쉽게 졌다고 합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는데, 현재는 아쉽게도 다음 카페에서 관련 영상을 닫아놨네요.
꿀딴지곰 : 그 경기를 볼 수 없는 건가요? 중국이 얼마나 강했길래... 보고 싶은데 말이죠.
조기자 :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지요. 중국 최고수들의 위용도 놀라웠다고 하는데, 브랑카, 꼬챙이로 징글맞게 잘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역시나 아까 소개했던 '대호자' 달심이 주요 견제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13년 동안 달심만 팠다는 대호자.. 한국 선수분들이 많이 선전했습니다만 아쉽게 몇 점 차이로 패배하고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꿀딴지곰 : 하아.. 그러면.. 이제 최고수 분들의 플레이를 영상으로는 볼 수 없는 건가요?
조기자 : 아뇨 다음팟에 고수분들의 영상을 볼 수 있긴 하지요. 요즘은 온라인 대전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 기판과는 차이가
좀 있지만, 요즘도 한국, 중국, 일본 등 고수들이 서로 대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고수들의 대전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있는
전통 스파 카페(SF2CE)에서 다음팟에 올려놓은 영상이지요.
http://tvpot.daum.net/source/Top.do?page=20&srcId=158763&q=&sort=date
꿀딴지곰 :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겠습니다. 오랜만에 동영상을 보니 옛날의 들끓었던 열정이 불끈 불끈 솟아나네요.
조기자 : 개인적으로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45158046&srcid=158763 요런 영상 추천드립니다. ^^ 류와 장기에프의 치열한 대결이 진국입니다.
그리고.. 중국 개인전 결승 영상도 꼭 한 번 보세요.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0949619&srcid=158763 바이슨과 달심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확인하실 수 있죠. 그외에도 보내드린 링크를 타고 가면 초고수분들의 영상이 잔뜩 있으니까요, 하루종일 스파2 영상에 시간을 빼앗기실지도 모릅니다 ^^
꿀딴지곰 : 아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 되겠네요.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아직까지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도 놀랍구요.
조기자 : 그렇죠. 왕년에 잘했던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파이트 케이드라든가 아크라이브(중포루)를 통해서 글로벌 대전에 참가하실 수 있을 겁니다 ^^
< 추억 6> 정영덕 씨의 스트리트파이터 IBM PC 판
꿀딴지곰 : 중국과의 한중전 이후에는 국내에서 만든 정영덕 씨의 IBM PC용 '스트리트파이터2'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내야 하겠네요.
조기자 : 오~ 완전 유명한 사건이었죠. 당시에. 집에서 게임기도 없는데 '스트리트파이터2'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거든요.
(하이텔의 정영덕(wd40) 씨가 만든 '스트리트파이터2' IBM PC판. 나무위키 발췌)
꿀딴지곰 : 사실 이 버전은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었지만.. 당시 시절에 국내 유저들에게는 갈증을 해갈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당시에 나름 재밌게 즐겼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프레임이라든지 판정이라든지 완성도면에서는 상당히 떨어졌지만 말이죠
조기자 : 흐흐. 일일이 화면을 캡처해서 만든 것으로 아는데.. 그래도 당시에는 너무나도 뛰어난 퀄리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즐길 수 있다는 점만 해도 감지덕지인 시기였는지라..
꿀딴지곰 : https://www.youtube.com/watch?v=NyxIXQf-bWE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번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보세요.
조기자 : 휴우.. 이런 재미난 일들을 포함해서 아직도 '스트리트파이터2' 시리즈에 대해 할 말이 많은데, 아쉽게도 이번 시간엔 이쯤에서 줄여야되겠군요.
꿀딴지곰 : 아니 벌써요? 아직 '스트리트파이터2' 콘솔 버전에 대한 얘기나, 캐릭터 별 필승 운용법, '스트리트파이터2' 개조 버전들 얘기를 하나도 못했는데요? 특히 개조버전의 경우 일본에서 대회도 있었고.. 할 말이 많습니다만... ㅠ_ㅠ
조기자 : 아쉽습니다. 이번에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숨겨진 얘기들 위주로만 다루려던 것이니까요. 말씀하신 것들도 또 다룰 기회가 올 겁니다. ^^ 특히 오래된 대전 격투 게임의 대회 얘기는 언제 한 번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네요. '아랑전설' 시리즈나 '킹오파' 시리즈, '버추어파이터' 시리즈, '철권'.. 그리고 현재의 '스파5'에 이르기까지 격투 게임 실력자들의 얘기도 한 번 풀어볼 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
꿀딴지곰 : 정말 좋은 생각이시네요. ^^ 아쉽지만 그렇다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조기자 :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짤막하게 '스트리트파이터2'에 대한 숨겨진 얘기들을 알아보았는데요, 혹시나 이 글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 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꿀딴지곰의 고전게임블로그 http://blog.naver.com/valmoonk 운영중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다.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이게라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