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의 첫번째 모바일RPG 데빌리언, 엘린만 있고 도전은 없다

출시된지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대작 MMORPG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은 게임 테라. 이 테라를 만든 개발사로 유명한 블루홀이 자신들이 만든 첫번째 모바일RPG를 선보였다.

블루홀이 인수한 지노게임즈(현 블루홀지노)가 개발하고 게임빌이 퍼블리싱을 맡은 데빌리언은 예전 김치블로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동명의 PC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것이다. 레이븐, 히트 스타일의 모바일 액션RPG 장르이며, 원작에서 호평받았던 변신 시스템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블루홀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인 만큼 원작과는 관련이 없기는 하지만 엘린 등 테라의 인기 캐릭터 및 몬스터가 등장해 테라 팬들의 호기심도 자극하고 있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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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PC 온라인 게임 IP를 소재로 만들고, 글로벌에서 다수의 게임을 성공시킨 대형 게임사의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것은 현재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고 인정받는 조합이다. 게다가 캐릭터성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테라의 마스코트 엘린도 추가됐다. 모바일에서의 성공이 간절한 블루홀이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준비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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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RPG는 처음이긴 하지만 PC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해본 경험을 가진 개발진이 만든 게임답게 데빌리언의 첫 인상은 매우 깔끔한 편이다. 히트처럼 시대를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왠만한 대작 게임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은 수준 높은 그래픽과 잘 정돈된 인터페이스 덕분에 양산형이 아니라 오랜 기간 공 들여 만든 게임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모바일은 처음이라고 하지만 대작 MMORPG로 유명한 회사와 모바일RPG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퍼블리셔가 최종 검수하고 출시한 게임이 이 정도 퀄리티가 안나온다면 그게 더 문제이긴 하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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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는 스테이지를 반복 클리어하면서 장비를 모으고, 강화 및 합성을 통해 더 상위 장비를 수집하는 전형적인 모바일 액션RPG 방식이다. 당연히 자동 전투를 지원하며, 스테이지를 별 3개로 클리어하면 소탕권이라고 해서 전투 없이 바로 아이템과 경험치를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른 게이머들과 PVP를 즐기는 투기장, 다른 게이머와 협력해서 거대 몬스터와 대결하는 레이드, 요일마다 다른 보상을 주는 요일던전, 단계별로 클리어하면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지하신전 등 다른 모바일 액션RPG를 즐겨봤다면 익숙할 콘텐츠들을 대부분 지원한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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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후발주자인 만큼 데빌리언만의 특색을 가미했다. 원작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변신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주인공이 인간과 악마의 혼혈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투를 통해 게이지를 일정 수준 이상 모으면 악마로 변신해 다른 스타일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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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을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의 육성 부분도 좀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 다른 게임에서는 장비와 스킬 업그레이드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이 게임은 장비 뿐만 아니라 변신 전 스킬과 변신 후 스킬을 따로 육성해야 하며, 데빌스톤이라고 해서 룬을 장착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개념도 넣었다. 그리고 스킬을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해서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라도 육성 방식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 모바일 액션RPG와의 차별화를 위해 성장의 다양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자동 사냥 위주인 스테이지에서는 장비 등급처럼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운 캐릭터들이 맞붙게 되는 PVP에서는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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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할 수 있는 캐릭터는 가장 기본이 되는 전사인 카일과 전투 마법사 스타일의 아일라, 그리고 광역 범위 공격 스타일은 엘린 이렇게 3종이다. 이중에서 아일라과 엘린은 테라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테라 팬들이라면 친숙하게 느낄 수 있으며, 특히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엘린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만, 마족으로 변신한 후의 모습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나름 잔혹하고 파괴적인 악마로 변신한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하려고 한 것 같은데, 남자 캐릭터인 카일만 유일하게 그런 느낌을 줄 뿐 아일라와 엘린은 별 변화가 없다. 특히 모든 캐릭터가 근접 공격인 상황에서(마법사라고 하는 아일라 조차 근접 전투다), 변신 후에도 똑같이 근접 전투를 하기 때문에 변신 전이나 변신 후나 전투의 손맛은 그리 다르지 않다. 변신 후가 조금 더 속도감이 있긴 한데, 빠르다기 보다는 변신 전이 많이 느린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느낌일 뿐이다. 다른 게임에 비해 좀 답답한 감이 있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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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데빌리언은 이미 레이븐이나 히트를 통해 검증된 액션RPG의 기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변신 요소를 활용한 육성의 다양함, 그리고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테라의 캐릭터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무모한 도박보다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가자는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RPG경험이 많다고는 하나 모바일RPG는 처음이고, 특히 모바일에서 성공경험이 거의 없는 블루홀 입장에서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판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게이머들은 블루홀의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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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겠지만, 레이븐, 히트 등을 1년 넘게 즐겨온 게이머들은 이런 스타일에 익숙함을 넘어 지루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아예 그래픽이나 콘텐츠 부분에서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몰라도 약간의 변화를 위해 게임을 옮겨 다시 처음부터 지루한 성장 노가다를 하는 것을 원하는 게이머들은 많지 않다. 이것은 사전예약 110만을 달성했지만, 난해한 이름만 남기고 조용히 묻혀버린 카카오게임즈의 O.N.E for Kakao가 충분히 증명했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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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다고는 하나 전투 스타일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 사냥을 돌리는 입장에서는 그냥 보너스 체력 게이지가 추가된 것으로 인식될 뿐이다. 인터페이스 역시 기존의 성공 게임들을 많이 벤치마킹하다보니, 캐릭터만 빼면 아예 똑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나마 엘린은 이 게임만의 매력 포인트이긴 하나, 이미 히트에서도 엘린 못지 않은 귀여운 캐릭터를 선보였기 때문에 블루홀의 기대만큼 눈에 확 띄지는 않는다. 즉, 실패를 두려워해 너무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다보니 데빌리언만의 독특한 개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없어진 것이다. 육성 부분이 조금 다르다고는 하나 그것은 중반부 이후에나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하려면 히트와 레이븐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최초로 논타겟팅 MMORPG를 만들었던 블루홀의 도전 정신은 어디갔는지 아쉬울 뿐이다.

데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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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게임이 글로벌 런칭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레이븐과 히트를 즐겨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세계로 눈을 넓히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남아있다. 게다가 게임빌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이며, 테라의 인지도도 해외에서 꽤 강력한 편이다. 국내에서는 세븐나이츠에 뒤쳐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다시 국내에서도 순위 역주행을 한 서머너즈워 같은 사례도 있다. 시작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앞으로의 운영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블루홀은 이후에 나올 테라 모바일을 위해서라도 데빌리언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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