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에 가까운 덱스트 어드벤처 게임, '신 하야리가미2'
게임명: 신 하야리가미2
개발사: 니혼이치 소프트웨어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필자명: 구석지기
2014년 8월 출시된 전작 '신 하야리가미'는 도시전설과 괴담, 기담을 소재로 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으로 시리즈 중 최초로 현지화 돼 국내 정식 출시됐다. 당시 일부 인명의 통일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수준의 현지화로 화제를 모았다.
세 편으로 출시됐던 하야리가미 시리즈와 달리 신 하야리가미는 전작과의 연관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완전히 달라진 성향을 보여줬다. 몇몇 시리즈의 전통인 시스템적인 연관성 정도를 제외하면 아예 새로운 작품으로 등장했다.
이 부분은 찬반을 낳으며 화제 겸 논란이 됐다.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없앴다는 비평도 있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몰입도를 제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분기점이 많아 파고드는 재미가 높았다는 평가와 루트 분기식 전개로 시리즈 개성이 없어져 버렸다는 혹평도 있었다.
특히 루트 분기식 전개에 대해서 혹평이 쏟아진 이유는 추리 로직과 셀프 퀘스천, 커리지 포인트 방식 등을 통해 타 텍스트 어드벤처와 차별성을 강조해왔던 시리즈의 개성이 일반적인 양산형 공프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과 별 반 차이가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개성이 부족하고 몰입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도 문제였다. '가자모리'는 막장 드라마의 '발암' 캐릭터로 게이머의 불만을 샀고 머리가 좋고 감정적에 휘둘리지 않는 경찰이라는 설정의 주인공은 실제 작품 내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존 시리즈가 은근하게 빠져드는 섬세한 공포 게임이었으나 신 하야리가미가 고어물에 가까울 정도로 자극적인 일러스트와 표현, 작법이 쏟아졌기 때문에 형사, 수사물 시리즈로 해당 게임 시리즈를 즐겨왔던 팬 입장에서도 신 하야리가미는 아쉬움 대목이 많았다.
그래서 신작 '신 하야리가미2'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기대와 우려가 나왔다. 전작의 아쉬움, 혹평을 어떻게 수정하고 시리즈의 명성을 다시 찾아올지 아니면 시리즈의 몰락을 이끌어낼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신 하야리가미2는 이런 문제들 다수 잡은 느낌이 든다. '원점 회귀'라는 캐치프레이즈답게 시리즈의 전통적인 특징들이 다수 살아 났고 셀프 퀘스천과 과학, 오컬트 루트의 부활, 전작의 특징인 라이어즈 아트의 성능 향상 등이 이루어져 재미 측면에서 크게 상승했다.
우선 에피소드는 전작보다 기존 시리즈의 특징처럼 옴니버스 식 전개로 바뀌었다. 이 게임에는 총 5개의 에피소드가 존재하며 각각의 에피소드는 전개 시간상 이어짐만 존재할 뿐 에피소드 자체가 겹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한 개의 에피소드를 파고 드는 재미가 상당히 좋아졌다. 여러 형태의 엔딩이 존재하는 한 개의 에피소드는 전개 과정에서 선택하는 긴장감을 높여주며 라이어즈 아트나 셀프 퀘스천 등의 과정 등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에피소드 전개는 기존 시리즈 특유의 과학, 오컬트 루트 방식으로 전개된다. 2개의 전개 방식에 따라 한 개의 사건을 파악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캐릭터들도 상당히 좋아졌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이야기 전개에 맞춰 들쑥날쑥한 성격을 보였다면 이번 작품의 캐릭터는 개성이 확실해졌고 성격이 선명해졌다. 특히 전작의 망조 주인공 호죠 사키는 대대적으로 개편돼 확실히 주인공다운 면모를 내세운다.
아이젠 세나나 니이미 신타로, 키사라기 미츠코, 다나카 이치로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한다. 다행히도 전작의 발암 캐릭터도 없으며 사건 전개 상의 골치 아픈 캐릭터도 나오지 않는다. 진행 상 순수한 형사, 추리물 특유의 전개에 캐릭터들이 양념처럼 잘 더해진 느낌이다.
시스템적으로도 체계적으로 다듬어진 느낌이 든다. 전작에서는 주요 특징이었지만 '찍기' 수준의 라이어즈 아트가 완전히 개선돼 게임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라이어즈 아트는 가해자의 심리를 꽤 뚫는 질문을 통해 진실을 끌어내는 게임 요소다.
라이어즈 아트는 이번 작품에선 실제로 상대방과 심리전을 펼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선택을 통해 가해자를 무너뜨리는, 그러면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형사물, 추리물 특유의 재미를 극대화 시켜준다.
돌아온 셀프 퀘스천도 이런 심리적인 재미를 높여준다. 형사, 추리물 특유의 과정을 극대화 시켜주는 이 요소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각으로 엿보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이 요소 덕분에 반복적으로 즐길 수 밖에 없는 텍스트 어드벤처 특유의 단점을 많이 상쇄 시킨다.
시리즈 특유의 전통 중 하나인 추리 로직은 여전히 뛰어나다. 하나의 결말을 다양한 시각으로 엿볼 수 있는 이 과정은 형사, 추리물 특유의 재미를 극대화 시킨 요소다. 물론 선택 과정이 다소 밋밋할 때도 있지만 이를 위해 대사 하나 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은 여전히 뛰어나다.
후일담이나 F.O.A.F 데이터 베이스 등 부가 요소도 좋다. 진행 과정 도중 특정 조건을 만족 시키면 획득할 수 있는 후일담은 에피소드 전개에서 아쉽게 남았던 궁금증을 채워주는 요소다. 다른 캐릭터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고 의외의 전개도 있어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인기 텍스트 어드벤처 시리즈라서 편의성 기능은 기대 이상이다. 텍스트를 빠르게 넘기는 기능이나 선택지까지 스킵하는 기능, 되돌리기나 퀵 세이브, 에피소드 및 분기점 선택 등은 매우 자유롭게 설정돼 있어 필요하다면 빠르게 게임을 전개 시킬 수 있다.
덕분에 신 하야리가미2는 기존 시리즈의 야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되찾아오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가장 첫 번째는 아무 의미가 없는 '커리지 포인트'다. 특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넣은 기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필요가 없다. 라이어즈 아트와 관련이 있는 기능이지만 전체 에피소드에 1~2개의 질의를 빼면 정말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걸 사용하는 상황에서 엉뚱한 배드 엔딩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는 점도 단점이다. 커리지 포인트가 있는 선택지가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커리지 포인트가 대 부분 부정적이나 엉뚱한 상황으로 연계가 된다.
2개의 루트로 변경된 부분은 환영할 부분이지만 전체적으로 오컬트 루트에 힘이 실려 있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전체적인 전개는 오컬트 루트로 만들어놓고 과학 루트를 추가한 그런 느낌이 들 정도다. 과학 루트는 황급히 결론을 내듯 이야기 전개에 힘이 없다. 오히려 이 부분은 분기점이 다양했던 전작보다 약해진 부분이다.
괴담, 도시 전설 위주의 전개의 에피소드들과 달리 네 번째 에피소드의 경우는 다소 연관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괴담 위주의 전개에서 갑작스럽게 나오는 코믹, 기담식의 전개는 게임의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소로 보인다.
정리를 하자면 여러 아쉬운 부분들은 있지만 전작을 뛰어넘는 것은 분명하고 시리즈 특유의 재미를 되찾는데 성공한 게임으로 느껴진다. 세 번째 작품이 언제 나올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지금의 단점들을 보강하고 좀 더 섬세한 공포에 집중한다면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