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게임에 담다 '호러게임'의 선배들
여름 시즌만 되면 극장에는 공포 영화가 꼭 한 두편식 등장한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인 공포를 다룬 영화는 호러 소설, 호러 무비 등 소설과 영화의 한 장르로써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포를 주제로 한 호러는 시각과 청각을 극대화하여 즐길 수 있는 게임에서도 인기 장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아웃라스트, 암네시아 등의 경우 국내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았지만 많은 BJ들의 시연 영상을 통해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으며, 버려진 우주선에서 만나는 공포를 극대화 시킨 데드스페이스의 경우 3편까지 등장할 정도로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등 수 많은 호러 게임들이 막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
여기에 전세계에 좀비 열풍을 불러일으킨 바이오하자드(해외명 레지던트 이블)의 최신작 ‘바이오하자드7’의 경우 소니의 VR 기기인 ‘PS VR’과의 연동을 통해 ‘호러 VR’의 가능성을 일깨워주며, VR 시장에 가장 최적화된 장르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처럼 뛰어난 그래픽과 숨막히는 사운드로 게이머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호러 게임들. 이 호러 게임들은 과연 어떻게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받게 되었을까? 호러 게임의 시조는 1972년대 최초의 호러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헌티드 하우스'로부터 시작된다. 1972년에 최초의 호러 게임이 등장한 이유는 세계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인 '마그나복스 오딧세이'가 1972년 출시됐기 때문.(호러 게임은 게임기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헌티드 하우스’는 여러가지 제품을 화면에 부착하여 게임’처럼’ 보이게 하는 '마그나복스 오딧세이'의 시스템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은 2인 플레이 용이며 한명은 사람, 한명은 유령(!)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래픽 카드나 연산용 CPU가 따로 달리지 않았으며,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콘덴서, 저항 등이 이용된 방식의 게임기에 불과해 오버레이라고 불리는 셀로판지를 TV에 붙여서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어 지금 보면 “이게 무슨 게임이야?”할 수도 있지만, 화면에 출력이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둔 최초의 게임이에서 등장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당시 게이머들은 색다르게 다가 왔다는 것이 공통적인 증언이다.
이후 '헌티드 하우스'는 1981년 '아타리 2600'을 통해 발매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30년 만인 2010년 새롭게 리메이크 되어 ‘스팀‘버전으로 새롭게 발매 되기도 했다. 아울러 ‘헌티드 하우스’는 이후에 발매되는 호러 게임에 큰 영항을 미쳤는데, 제한된 공간인 외딴 저택이나 학교 등을 배경으로 한 공포 심리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후 호러 게임들은 꾸준히 발매되어 왔다. 물론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간략하게 표시된 그래픽과 텍스트 기반의 게임이 많았는데, 이중 1987년 인포컴에서 발매한 ‘더 러킹 호러'(The Lurking Horror)는 당시 호러 게임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게임 중 하나였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가공의 신화이자 현대 서브 컬쳐 문화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크툴루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더 러킹 호러'는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곳곳에 산재한 불길한 징조와 악마, 좀비들과 조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텍스트 기반의 게임이다.
물론, ‘더 러킹 호러'는 오롯이 텍스트 즉 글로만 게임이 전개된다는 점과 이렇다할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것을 게임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인간 밑바닥의 공포를 유발하는 ‘크툴루 신화’ 특유의 분위기와 미저리, 미스트, 샤이닝 등의 호러 문학 ‘스티븐 킹’ 스타일의 스토리를 제대로 구현해 내어 호러 게임의 저변을 높였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게임기의 급격한 성능 발전을 통해 호러 게임은 단순 스토리를 넘어 시각적인 공포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을 알린 작품이 바로 1992년 발매된 ‘어둠 속에 나홀로’(Alone in the Dark)였다.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게임기 3DO를 통해 출시된 ‘어둠 속에 나홀로’는 최초의 3D 게임 중 하나였으며, 다양한 퍼즐과 다소 상투적이지만 당시로서는 굉장히 무서웠던 ‘괴물’들이 등장하고, 시점 고정의 스테이지를 통해 시선에 따른 공포감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현재 등장하는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콘텐츠를 사실상 완성시킨 작품이었다.(이 게임에 강한 영향을 받은 것이 바로 바이오 하자드다.)
이후 ‘어둠 속에 나홀로’ 시리즈는 ‘어둠 속에 잭’, ‘어둠 속에 나홀로2’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기 및 PC로 등장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보다 성장한 호러 게임들에게 밀려 기억속에 잊혀지다, 지난 2008년 ‘Alone in the Dark’ 오리지널로 다시 회생을 노렸지만, 시원하게 실패하며 이제는 사장된 게임 시리즈로 기억되고 있는 중이다.(게임도 게임이지만, 전설의 감독 우메볼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엄청난 흥행 참패를 한 것도 그 영향 중 하나다)
국내 역시 지난 1997년 진영테크놀로지에서 개발한 최초의 국산 3D 어드벤처 게임 ‘모비드’를 시작으로, 1999년 미라 스페이스에서 개발하여 당시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제피’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여기에 2001년 손노리에서 개발한 화이트데이는 각종 귀신이 등장하는 한국 특유의 공포스런 분위기를 잘려낸 것은 물론 치밀한 스토리 그리고 오감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어 ‘국내 패키지게임의 구세주’라는 엄청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당시 와레즈 등을 통해 ‘블법복제’가 만연했던 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의 특성상 명성에 걸맞은 판매량을 보이지 못하며 결국 게이머들에게 ‘비운의 수작’에 기억되는 것에 그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손노리는 화이트데이의 모바일버전을 지난 2016년 출시했으며, 유료 게임이라는 한계를 딛고 수 많은 다운로드를 올림과 동시에 PS VR 버전의 개발 역시 공개해 현재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