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미안해, 나 에일로이가 생겼어", '호라이즌 제로 던'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시간을 잠시 2015년 E3 소니 컨퍼런스가 진행 중인 시점으로 돌려보자. 당시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단연 '파이널판타지7'의 리메이크 소식이었다. '파이널판타지7'의 리메이크 소식에 현장은 환호성으로 넘쳐났고, 말 그대로 현장이 들썩였다.
'파이널판타지7'의 리메이크 소식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이슈였지만, 당시 소니의 컨퍼런스에서는 콘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다양한 소식도 대거 공개됐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킬존' 시리즈로 잘 알려진 게릴라게임즈의 신작 액션 RPG '호라이즌 제로 던'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은 세계가 멸망한 이후를 배경으로하는 오픈월드 액션 RPG다. 2015년 E3에서 공개된 이후 플레이스테이션의 주요 행사에 모두 참여하며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그 기대치는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드디어 오는 2월 28일 전세계 게이머들이 만날 수 있게 됐다.
정식 출시에 앞서 만나본 '호라이즌 제로 던'은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 진영에서 그래픽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 게릴라게임의 역량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반 버전의 PS4로 게임을 즐겼음에도 광활한 자연환경의 느낌과 눈이 아프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광원효과가 화려하다. 여기에 모래바람이 불어 시야가 불편한 상태는 물론 떨어지는 눈 한 송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자연환경을 구현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스크린샷은 모두 일반버전 PS4로 촬영되었습니다.)
아울러 기계 생물과 자연환경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가 게임 속 세계관에서 적절히 어울려 생각도 못 했던 장관을 연출한다. 자연환경 속에 있는 기계 생물들이 전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도 하며, 사람이 다가가면 겁을 먹고 도망치기도 한다. 또한, 반대로 공격을 해오기도 하며, 때로는 널브러진 기계 생물의 사체를 뜯어 먹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게릴라게임즈가 자연환경과 기계 생물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를 게임 속에 녹여 내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로 기계 생물의 디자인을 위한 별도의 팀이 따로 운영될 정도였다고 하며, 더 완벽한 기계 생물의 탄생을 위해 네덜란드의 로봇공학 박사를 초빙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뛰어난 그래픽만이 게임의 장점은 아니다. 게릴라게임즈가 오픈월드 액션 RPG에 처음 도전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 스토리의 흐름과 스포일러성 문제로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게이머는 큰 줄기를 따라서 월드를 모험하게 되며, 곳곳에 숨겨진 유적지나 다양한 퀘스트와 사냥터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날 수 있다. 광활한 월드가 허투루 쓰인 느낌이 없을 정도로 맵 곳곳이 가득 차 있다.
액션 RPG로 제작된 만큼 전투와 육성도 기존 오픈월드 액션게임의 장점을 잘 녹여 내 완성했다. 다양한 오픈월드 게임을 참고해 장점을 더한 듯한 모습이다. 특히 전투의 경우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기계 생물과의 전투는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게임오버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기계 생물이라고 할지라도 이들이 무리를 지어 공격해오면 쉽게 당할 수 있다.
그래서 게이머는 강력하고 거대한 기계 생물과의 사투를 위해서 함정을 준비해 적을 유인하거나 해당 생물의 약점을 찾아 집요하게 공략해야 한다. 작은 기계 생물과의 전투를 위해서는 철저하게 소리를 줄여 다른 기계 생물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처리해야한다. 같은 기계 생물을 잡는 순간에도 매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어 사냥이 주는 재미가 제법 뛰어난 편이다. (다크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 등으로 전투에 도가 튼 게이머라면 창 하나로 거대 괴물과 사투를 벌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적어도 회피를 위한 스태미너 걱정은 없다.)
전투의 재미를 위해 마련한 아이템만 봐도 '호라이즌 제로 던'의 세계관을 그대로 엿볼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일반적인 창부터 활, 그리고 슬링과 같은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특정 조건에서는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강력한 화력을 가진 무기도 등장해 신선한 재미를 전해준다. 아울러 무기마다 개조를 통해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캐릭터 육성도 기존 오픈월드 게임을 잘 벤치마킹했다는 느낌이 든다. 게이머는 크게 은신, 전투, 수집 3개 분야의 능력을 키워갈 수 있으며, 당연히 능력을 올릴수록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수월하다. 자신이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고 있느냐에 따라서 적절히 선택해 육성하면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가 꺼낸 이야기로는 게임의 진행도 85%를 달성하기 까지 60~7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이는 게임을 어느 정도로 깊게 즐기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충분히 길게 즐길 만한 콘텐츠와 플레이타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은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호라이즌 제로 던'이 오픈월드 액션 RPG라는 장르와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동안 하나의 게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리부트된 툼레이더 시리즈다. 리부트 이후 두 작품이 발매된 툼레이더 시리즈는 완벽한 오픈월드 게임은 아니지만, 선형적인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오픈월드 요소를 더해 다양한 퀘스트를 해결하고 유적을 탐험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호라이즌 제로 던'도 분명 리부트된 툼레이더 시리즈에서 느꼈던 재미와 유사한 재미가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 게임 모두 여 주인공이고 장르가 비슷해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두 게임은 출시 시기도 다르고 전하고자 하는 핵심 재미도 다른 만큼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확실히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혹시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라 미안해. 나 에일로이가 생겼어, 잠시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