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개선 노력, 정말 절실합니다
게임업계가 하나둘 씩 상장하고 산업군으로 인정받던 즈음부터 현재까지, 많은 게임업체들이 꾸준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나 스마일게이트 처럼 아예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있고,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등 많은 게임업체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죠.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온 사회공헌 활동은 지난 2011년에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게임산업협회에 내놓은 '게임업계 사회공헌 활동백서'가 그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사회에서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인식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게임은 사회악이며, 학부모들이나 기성세대들은 '게임=나쁜 것'이라는 인식 속에 게임을 배척하기에 급급한 상황이죠.
안타깝게도 나쁜 인식이라는 것은 아주 견고한 선입견으로 작용합니다. 기성세대들은 게임을 억압하라며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고, 정치권은 각종 규제로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줘 왔지요. 즉, 나쁜 인식이 게임업계를 옥죄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던 것입니다. 때문에 이제는 게임업계에서도 개별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진행해야 할 때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현재의 게임업체 중에 게임인식 교육에 관심이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죠.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지난해부터 교육청과 공동으로 '게임 리터러시를 통한 건전 게임문화 직무 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초중고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게임인식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이 교육의 효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게임의 순기능과 게임의 부작용 등을 객관적으로 다루는 이 교육을 통해 선생님들은 '게임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국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에 대한 인식 교육은 머잖아 사회적인 게임 인식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였지요.
하지만, 이 직무 연수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역 게임 개발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현실을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게임업계 분들을 섭외하지 않았냐 '는 질문에, 운영 측은 당황하며 현역 개발자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게임업체에 얘기해봐도 좀처럼 개발자들을 초청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게임업체들이 비협조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게임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지켜야 하는 것은 사실 한콘진이 아닙니다. 사실은 오롯이 게임사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인식 교육을 하는데 게임사에서 협조를 하지 않다니, 참 아연실색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단 몇 시간도 게임 인식 교육을 위해 자신의 직원들을 할당하지 못하는 게임업체들.' 그들에게 과연 '게임의 사회적 인식이 안 좋아서 사업 못해먹겠다.'고 말할 자격이 주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런 상황을 떠올려보니, 불과 2-3년 전,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게임사 견학'을 요청했을 때 귀찮은 듯 거절하던 게임사들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겹쳐져 떠올랐습니다. 섭섭함과 분노를 느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한 번 이런 일을 겪으니 '국내 게임업체들,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네요.
물론 한콘진이나 기타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측 역시도 취지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못했던 귀책사유가 있습니다. 게임업체들도 너무 일정이 바쁜데 거기까지 신경쓰진 못했겠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타이트한 일정이라고 하더라도 게임업계는 지금 상황쯤 왔으면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나 앞으로 게임을 더욱 나은 환경에서 개발과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려면, 하다못해 더 이상 정치권으로부터 미움을 사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게임에 대한 인식 교육, 너무나도 중요한 때 입니다. 산업의 성장에 한계가 오고 있고 많은 업체들이 글로벌화되고 있는 현재, 산업군이 더욱 커 가려면 이제 개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인식 개선 교육에 힘써야 발목을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해가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인식 개선 사업은 게임업계를 지켜주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계속 지금처럼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에 대해 방관한다면, 게임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오해는 더 커져 갈 것이고 그로 인한 부작용과 규제는 오롯이 게임사가 감당해야할 몫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