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했으면 벌 받아 야지!" 게임 속 독재자들의 최후
게임의 속 독재자들은 게임의 재미를 높이고 게이머들의 혈압을 상승시키는 최종 보스이자 캐릭터로 등장해 왔다.
실제로 일반적인 악인에 비해 독재자는 한 나라를 통치하는 인물로서 주인공들에게 수많은 시련을 안겨주거나, 거대 무력집단에 항거하여 전투를 벌이는 대규모 스토리를 연출할 수 있어 RPG, 액션,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서 최종 보스로 등장하는 것이 사실.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게임 속 독재자 중 게이머들의 손에 권선징악을 당한 독재자 3인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이 기사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당한 사건과 무관한 기사 입니다)
- 혁명 투사에서 황제가 된 스타크래프트의 영원한 독재자 아크튜러스 멩스크
많은 게이머들이 떠올리는 '독재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는 바로 아크튜러스 멩스크다. 국민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핵심 인물이자 스타 1편에 이어 자유의 날개, 군단의 심장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년동안 이어진 스타 시리즈에서 테란 자치령의 황제이자 독재자로서 군림한 인물이기 때문.
물론 멩스크가 처음부터 독재자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멩스크는 자신의 고향이 태란 연합의 만행으로 불타버리고 중학생도 안된 여동생을 포함해 사랑하는 가족이 학살 당하자 '코랄의 후예'라는 게릴라 단체를 만들어 짐레이너, 케리건 등의 인물들과 함께 막장 중의 막장 정부였던 테란 연합을 전복 시키는데 성공하며 혁명가이자 영웅으로 등극했다.
문제는 그 과정으로, 복수심에 불타 테란 연합의 심장부인 '타소니스'에 저그를 불러들여 무려 20억명이 사망하는 대학살을 일으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여기에 상부의 명령으로 자신의 가족을 살해했던 케리건을 저그의 침공 한가운데에서 버리는 등 비정한 숙청을 일삼기도 했다.
이후 테란 자치령의 황제에 스스로 즉위한 멩스크는 언론 총제, 반대 세력에 대한 무력 진압, 본인의 우상화 등 독재자의 삼위일체를 모두 일삼으며 폭정을 펼쳤다. 결국 멩스크의 폭정에 맞서 싸운 짐레이너를 중심으로 한 레이너 특공대의 활약(자유의 날개)과 온갖 우여곡절 끝에 칼날여왕으로 다시 태어난 케리건이 수도인 '아우구스트그라드'를 침공(군단의 심장)하면서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물론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아서 코앞까지 접근한 케리건을 젤나가 유물을 통해 제압하는 듯 했지만 사랑의 힘으로 다시 돌아온 짐 레이너와의 합공으로 결국 “내가, 널 괴물로 만들었구나. 케리건…” 이라는 유언과 함께 사이오닉 에너지(사이오닉 스톰 맞다)을 직격으로 맞으며 화려한 인생의 막을 내리게 된다. 남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면 그 최후가 곱지 못하다는 격언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지옥보다 못한 현실을 만든 독재자 '앤드루 라이언'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표방한 작품은 많지만, 2K 게임즈의 '바이오쇼크'처럼 이를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다룬 게임도 드물다. 이 바이오쇼크 시리즈가 시작된 무대 해저도시 '랩처'를 설계하고 수 많은 사건의 원인이 된 인물이 바로 앤드류 라이언이다. 복지주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앤드류 라이언은 개개인의 발전이 '위대한 사슬'을 이룬다는 극한의 자유주의 사상을 주장하며, 해저도시 '랩처'를 설계하고 이를 새로운 유토피아라고 칭한다.
사회 엘리트 계층과 수 많은 시민들과 함께 '랩처'에 입주해 자신들 만의 국가를 선포한 그는 모든 것을 사람들의 자유에 맞기는 극한의 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무한의 자유'는 '무한의 경쟁'을 의미했고, 곧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속출하지만 실패한 이들을 구제해줄 사회 보장 장치가 없어 이들은 곧 하층민으로 전락해 비참한 생활을 하기에 이른다.
더욱이 환각과 함께 상처를 치유하는데 탁월한 '아담'이라는 물질을 '바다 민달팽이'에서 발견하고 이를 판매하며 전 랩터가 '아담'의 탐욕에 빠졌으며, 이 부작용으로 온 몸에 변이가 생기고 미치광이가되는 '스플라이서'가 속출한 데 이어 어린 소녀들에게 '바다 민달팽이'를 삽입시켜 '아담'을 생산하는 도구로 만든 '리틀시스터'와 이를 지키기 위해 신체의 장기를 제거하고 강화복에 집어넣어 만든 '빅대디'가 등장하는 등 유토피아를 꿈꿨던 도시 '랩처'는 괴물들과 반인륜적인 실험이 자행되는 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이런 지옥을 만든 앤드류 라이언은 주인공 잭(게이머)이 랩터에 침입하자 이를 막기위해 수 많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잭의 손에 한 많았던 인생의 막을 내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주인공을 궁지로 모는 등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말이다.
이처럼 뛰어난 사업수완을 가졌으나 잘못된 생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하나의 사회를 지옥으로 만든 앤드류 라이언은 사상가나 정치가가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완벽한 사회 혹은 완벽한 제도로 포장된 곳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게이머들에게 생생한 체험을 남겨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로 남았다.
- 아무리 봐도 북쪽의 모 국가와 비슷한 나라의 수장 디에고 나바로
위에서 소개한 독재자들이 화려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시대를 풍미했다면 이 디에고 나바로는 북쪽에 있는 모 국가의 수장과 매우 매우 유사한 레서스의 통치자로 등장한다.(실제로 이 레서스의 모티브가 된 국가가 바로 그 곳이다) 명작 비행 슈팅 시리즈인 '에이스컴뱃X'의 악역으로 등장하는 디에고 나바로는 레서스라는 국가의 수상이면서도 나라의 국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롯이 본인의 이익만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실제로 게임 내 전쟁이 발발한 이유가 이 디에고 나바로가 무기 판매를 하기 위해 일으킨 것으로 전쟁을 일으켜 자신들의 우월한 무기를 세계에 판매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주인공의 메인 전투기 '그리피스1'에 그 신무기들과 절대 뚫을 수 없다던 요새들이 전부 박살이 나며 야욕이 산산조각 났지만 말이다.
여기에 더욱 황당한 것은 기아에 허덕이는 이 레서스라는 국가의 수장이면서 본인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음에도 사치를 일삼았다는 것으로, 측근들과 전쟁 중 매일 파티를 여는 것도 모자라 일반인들의 수년 치 봉급에 해당하는 와인을 흥청망청 사용하는 그야말로 상위 000.1% 삶을 누렸다는 것.('백두혈통'이라는 22세기 귀족 집단을 만들어 사치를 누리고 있는 모 국가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이다)
이 디에고 나바로의 최후는 게임의 시나리오에 따라서 달라진다. 실제 독재자들이 그러하듯 전쟁을 일으킨 이유와 그가 저지른 부정부패가 온 국가에 알려지면서 분노한 시민을 피해 도주하거나, 도망치지 못해 결국 궁전 내부에서 '행방불명'(사실상 사망) 당하는 결말로 이어진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독재자는 결국 무너진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