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성 레이싱 마니아라면 놓치지 말아야 게임 '월드 랠리 챔피언십6'
게임명: 월드 랠리 챔피언십6(WRC 6 FIA World Rally Championship)
개발사: 빅벤 인터렉티브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월드 랠리 챔피언십. 아마 레이싱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많이 들어보지 못한 명칭일 것이다. '나스카'나 'F1-그랑프리' 같은 건 국내 유명 업체의 스폰서 계약 체결 등으로 들어봤지만 이 대회는 유명 차량의 브랜드 CF 정도가 아니면 거의 접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PS4용으로 자막 한글화돼 출시된 '월드 랠리 챔피언십6'의 리뷰를 맡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망설였다. 단순히 레이싱 게임이라고 치부하기엔 워낙 오래된 시리즈물이자 일반적 레이싱과 차별화된 재미를 가진 랠리를 어떻게 즐겨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리뷰는 랠리에 대해선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게이머가 즐긴 후에 느낀 소감을 전하는 것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게임은 참 잘 만들어졌고 충분히 재미있으며 시리즈 첫 공식 한글화가 이루어진 만큼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리뷰에 들어가기 전 월드 랠리 챔피언십 자체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랠리 스포츠는 세계 각지에 나눠져 이루어졌으나 이를 FIA(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국제 자동차 연맹) 측이 하나의 공식 대회로 통합, 총괄해 지금의 월드 랠리 챔피언십이 탄생하게 됐다.
말 그대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극한의 날씨, 도로 사정 등을 극복하며 레이스를 완주하는 경기다. 정해진 트랙을 도는 기존과 달리 날씨와 시간,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코스를 돌파하기 때문에 다른 레이싱 경주보다 사건, 사고가 많고 변수가 주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눈으로 뒤덮인 극한지역부터 그냥 모래로 가득한 사막, 마을 주변의 산길 등 어떤 곳이든 랠리 레이싱의 코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랠리 특성상 특정 코너를 반복하지 않고 장거리 주행을 하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능력 외 코드라이버(Co-Driver)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워낙 상황 자체가 불확실하다 보니 어떠한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차량의 상태를 유지 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드라이버의 뛰어난 스킬과 코드라이버의 완벽한 코스 마스터 및 돌발 변수 예측 능력, 탄탄한 정비 지원 체계가 결합되어야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일반적 서킷 경기보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압도적 수준의 1등이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일도 다반사로 생기며 차량이 전복돼 '리타이어' 되거나 코스 밖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그야말로 레이싱의 이벤트 특집이 아닐까 싶다.
차량들을 엿보는 재미도 좋다. 실제 랠리에 등장하는 다양한 차량들은 기본적으로는 해당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양상형과 흡사하지만 실제 내부는 그룹의 규칙에 맞춰 개조돼 있다. 당연히 해당 규격 이상의 부품을 사용할 시에 실격 처리가 된다.
그래서 많은 차량 브랜드 업체가 양산형 차량 생산 전 새로운 기술이나 극한의 상황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 '엑센트'와 'i20' 등을 내세운 국내 차량 브랜드 '현대' 역시 월드 랠리 챔피언십의 참여 경험을 통해 많은 기술적 발전을 이뤄냈다.
현대 외에도 토요타부터 미쯔비시, 포드, 세아트, 시트로엥, 폭스바겐, 푸조, 스코다 등 다양한 업체가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자신의 브랜드 팀을 꾸려 참여했다. 현대의 경우는 2004년 이후 불참을 선언했지만 2014년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후 지금까지 참가하고 있다.
랠리 레이싱의 묘미는 한계를 모르는 드라이빙 스킬과 말도 안되는 코스의 정복에 있다. 드리프트와 파워 슬라이드를 활용한 슬라이드 주행 스킬이나 자제력을 상실한 '리버스 스티어' 상태에서 지면의 힘을 최대한 꽉 붙잡아 안정화 시키는 그립 등의 다채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코너를 돌 때 스핀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핸들을 좌우로 재빨리 틀어 안정화 시키는 '소잉'이나 코너링 때 핸들을 조작해 앞 바퀴의 각도에 따른 주행 저항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스티어링 브레이크 등 이색적인 기술 등을 통해 난해한 코스를 정복하는 묘미가 있다.
규칙은 그리 복잡하진 않다. 한 개의 시즌은 평균 13개의 랠리로 구성되며 한 개의 랠리는 원칙적으로 한 개의 국가에서 진행한다. 그래서 월드 랠리 챔피언십이 진행되면 총 13국가를 돌아다니며 1년 동안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스테이지는 실제 경기 구간 중 가장 첫 번째와 열여섯 번째는 일명 서비스 서킷으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로 불리며 나머지는 20~30Km 구간을 달리는 스페셜 스테이지, 그리고 스페셜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한 로드 스테이지 등으로 구성된다.
차량 cc에 따른 차이로 클래스를 구분한다. 총 4개의 클래스가 존재하며 1300cc 이하는 클래스1, 1300cc 이상에서 1600cc 이하는 클래스2, 1600cc 이상, 2000cc 이하는 클래스3, 마지막 2000cc 이상은 클래스4로 구분된다. 개조나 엔진, 트랜스미션 등 다양한 제한이 존재한다.
가장 최근 시즌은 2016은 작년 1월21일 모나코 랠리 몬테카를로(Rallye Monte-Carlo)에서 시작해 11월20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케나즈 하이어 랠리 오스트레일리아(Kennards Hire Rally Australia)에서 막을 내렸다. 우승은 폭스바겐 모터 스포츠가 차지했다.
폭스바겐의 승리는 사실상 프랑스 출신의 세바스티앙 오지에의 힘이 컸다. 2008년 멕시코 랠리에서 데뷔한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월드 챔피언 4회를 경험했고 랠리 우승만 23회를 자랑한다. 몇몇 드라이버를 제외하면 경쟁자가 거의 없다고 불릴 정도의 최고의 선수다.
다소 먼 곳까지 간 것 같지만 어쨌든 게임 월드 랠리 챔피언십6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 수준의 정보는 필수가 아닐까 싶다. 이 게임은 작년 시즌을 기준으로 제작 됐으며, 폭우로 인해 유실된 중국 '랠리 차이나 베이징' 대회까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시즌 최종전까지의 모든 대회가 담겼고 실제 랠리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실제 코스와 흡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날씨부터 시간대를 설정해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팬이라면 실제 경기가 벌어진 환경과 동일한 구성 또는 반대의 구성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은 솔로와 멀티 플레이, 그리고 퀵 레이스와 커리어 모드, 그 외 도감 등으로 나눠진다. 이중 커리어 모드는 실제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겪는 다양한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단순히 달리는 것 외에 자신의 팀의 컨디션을 높이고 팀워크를 살리는 다양한 포인트가 존재한다.
특히 자신의 스폰서팀의 특징에 따라 지원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지고 공략할 수 있는 방법에서도 많이 차이가 생긴다. 이 부분은 꽤나 심오해서 파고 드는 재미가 있다. 성적에 대한 평가부터 부서, 담당자에 대한 이벤트 등으로 랠리 특유의 변수를 잘 표현한 느낌이 들었다.
커리어 모드는 한 개의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는 형태이고, 필요 시 계속 시즌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해보면 알겠지만 레이싱 게임을 잘한다고 해도 커리어에서 1등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드라이빙 스킬만 좋다고 대회에서 우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의 컨디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위가 떨어질수록 팀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기며 팀이 원하는 방향에서 벗어난 드라이빙을 진행할 경우 호율이 떨어져 중반 이후부터 고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팀원들과 대화 또는 새로운 인물 고용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랠리 스포츠 자체를 이해하지 않으면 큰 재미를 찾기 어렵다. 물론 전작과 비교해보면 이벤트나 전체적 구성이 좋아지긴 했지만 랠리 초보인 필자에겐 공부가 필요했다. 그리고 초반에 너무 자연스럽게 꼴찌를 하다 보니 다소 지치는 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은 쿽 레이스와 난이도 지원, 각종 튜토리얼 등을 통해 좀 더 게임에 빠져들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특히 난이도만 낮춰도 타 레이싱 게임들의 아케이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연습해볼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멀티플레이는 말 그대로 타 게이머들과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다. 랠리 자체가 함께 출발하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서로의 고스트를 비교하며 경쟁할 수 있는 형태로 된다. 초보는 이곳은 피하도록 하자. 일단 들어가면 정말 많은 괴물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성은 기대 이상이다. 고정 30프레임의 부드러운 연출 속에 진행되는 게임은 아름다운 그래픽과 섬세한 조작성, 그리고 지면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진동 등이 더해져 랠리 특유의 재미를 충실하게 살려준다. 다양한 옵션을 살려 접근성을 높인 부분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드라이빙 스킬 부분은 좀 더 안정적으로 쓸 수 있게 됐으며, 필요하다면 더 섬세한 조작으로 완주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고급 기술 '스칸디나비안 플릿' 기술 등도 여건만 되면 만들 수 있다. 물론 엄청난 조작이 필요하긴 말이지만.
짧은 로딩부터 전체적인 구성이 깔끔하다는 느낌을 주는 점도 장점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 드라이버가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레이싱 게임 중 드물게 한글화가 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사기 충분해 보인다.
레이싱 게임 특유의 단점은 거의 없다. 랠리 스포츠 자체를 모르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마니아 게임이라는 점과 엄청 높은 진입 장벽도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 게임 자체가 쉬워지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가 없다는 것도 맞기 때문에 단점으로 보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를 쓰면서 랠리 스포츠 관련 영상과 자료 등을 많이 찾아보고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2017 시즌이 이제 막 시작한 상태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관련 소식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첫 경기에서 관중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재미가 붙었다. 넘치는 온라인 랭킹의 괴물 드라이버 등과 비교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차근차근 파고 드는 재미는 꽤나 신선했다. 커리어 모드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던 도감 등도 충실해서 만족스러웠다.
더트 랠리나 기존 시리즈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3, 4버전을 즐긴 사람이라면 꼭 한 번 해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로딩에 나오는 다양한 정보만 읽고 있어도 랠리 스포츠 마스터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쟁쟁한 경쟁작들이 쏟아진 시기에 출시된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