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은 전부 Pay to Win? 선입견 넘어 게임성으로 글로벌 도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세계 게임 시장을 선도하던 한국 게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PC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부분유료화 방식을 앞세워 전세계 시장을 장악했으나, 이제는 한국 게임이 강점을 보였던 온라인 게임 시장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밀려 점점 더 축소되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슈퍼셀, 킹 등 글로벌 기업들에 한 수 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은사막이나, 서머너즈 워, 모두의 마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산 게임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전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전세계에 한국 게임을 알리는데 큰 힘이 되었던 부분유료화가 이제는 한국 게임에 대한 나쁜 인식을 심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방법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게임사들이 매출을 상승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게임은 무조건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현재 국내 게임시장의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돈을 많이 써야 PVP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확률형 뽑기 중심의 부분유료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지나친 과소비 유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다. 북미, 유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한국 게임답지 않게 Pay to Win 요소가 적었던 것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다보니, 개발사들 사이에서 글로벌 시장을 나가기 위해서는 Pay to Win 요소를 버리고, 게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높은 수익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대로 특징없는 양산형 뽑기 게임들만 만들다가는 글로벌 진출은 커녕 수준 높은 해외 게임들에 의해 안방까지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전세계 최초로 논타겟팅 MMORPG인 테라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블루홀은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오는 24일 스팀을 통해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아르마, H1Z1 등으로 유명해진 배틀 로얄 장르의 게임으로, 이 장르를 창시한 브렌든 그린을 디렉터로 영입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고립된 섬을 배경으로 최대 64명의 게이머들이 맨 몸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며, 플레이 도중 획득할 수 있는 무기, 탈 것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인이 승리를 거두는 방식이다.
모든 게이머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플레이해야만 하는 장르적인 특성상 부분유료화 아니라 패키지 판매 방식을 선택했으며, 향후에는 콘솔 버전 출시도 예정돼 있다. 블루홀은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외에도 테라 콘솔 버전, 테라 IP를 활용한 VR 게임 발키리 블레이드를 준비하는 등 온라인과 모바일에 국한되지 않고 콘솔, VR 등 새로운 시장 도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원술 대표가 설립한 로이게임즈는 지난 2001년에 출시돼 한국식 공포의 진수를 보였던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모바일 유료 게임으로 리메이크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으며, 이번에는 화이트데이의 PC 버전(스팀)과 PS4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다.
화이트데이 PS4 버전은 플레이 환경이 모바일에서 콘솔 게임기로 바뀌는 만큼, 게임 그래픽과 조작 인터페이스 등 많은 부분이 변경되며, 모바일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원작을 즐겼던 사람이라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비록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3월 14일 발매는 물 건너 갔으나, 일본 아크 시스템 웍스를 통해 일본 진출이 확정된 상태이며, 이 게임 이후에는 플레이스테이션VR을 지원하는 화이트데이:스완송의 발매도 예정돼 있다.
카카오 초창기 시절 드래곤플라이트로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올랐으며, 이제는 김형태 대표의 신작 데스티니 차일드를 퍼블리싱하면서 다시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넥스트플로어는 키도 : 라이드 온 타임, 베리드 어 라이브 등을 선보이며, 콘솔 게임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키도:라이드 온 타임은 과거 오락실을 장악했던 파이널 파이트, 캐딜락 & 다이노사우르스 같은 스타일의 PS4용 3D 횡스크롤 방식의 아케이드 액션 게임으로, 더블엑스, 해머, 건블레이드 등 3가지 무기를 자유롭게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넥스트플로어는 키도 : 라이드 온 타임을 PSN을 통해 유료 다운로드 형태로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PS4와 PS VITA로 발매될 예정인 베리드 어 라이브는 검은방과 회색도시 등 어드벤처 게임으로 유명한 진승호 디렉터가 개발한 게임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방송 중에 벌어진 갑작스런 붕괴사고를 다루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ESA(구 소프트맥스)에서 구입한 창세기전 IP를 구입하고, 창세기전2, 3 리메이크 버전을 휴대용 콘솔 게임으로 발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모바일 게임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적인 자세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부분유료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넥슨은 회사 역사상 최초로 유료 다운로드 형식의 모바일 게임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프터 디 엔드는 사막과 유적을 배경으로 한 3D 퍼즐 어드벤처 게임으로,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아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몽환적인 그래픽과 서정적인 게임음악, 그리고 360도 회전 카메라를 이용한 깊이 있는 퍼즐 덕분에 출시 3일만에 애플 앱스토어 유료게임 인기 1위, 구글 플레이 유료 게임 인기 3위를 기록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이 많이 나온다고 돈을 많이 쓴 사람들이 이기게 되는 확률형 뽑기 중심에만 집중하다가는 수준 높은 게임성으로 무장한 외산 게임들에 의해 국내 시장까지 빼앗길 수도 있다. 한국 게임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확률형 뽑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게임성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