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벽하게 망가진, 장점이 없는 무쌍 '무쌍 스타즈'
게임명: 무쌍 스타즈
개발사: 코에이테크모게임즈
유통사: 디지털터치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필자는 PS2 시절 출시된 '진 삼국무쌍'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무쌍 시리즈를 즐겼다.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애착이 가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무쌍의 참 재미는 이야기 속의 전장에서 대군을 물리치며 활약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쌍 시리즈는 어느 하나가 부족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재미는 최대한 잡고 지금까지 걸어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나온 무쌍 시리즈는 나사 한 두 개 수준이 아닌 아예 뭐가 없는 느낌이다. 특히 최근작 베르세르크 무쌍과 이번에 나온 신작 무쌍 스타즈는 최악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무쌍 스타즈는 코에이테크모의 간판 스타들이 모여 시공을 초월한 싸움을 펼친다는 내용의 PS4용 액션 게임이다. 다양한 작품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일종의 드림 액션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요란하고 큰 간판과 달리 게임은 부실하고 처절했다. 거창한 이야기는 맥락이 부족했고 30인의 캐릭터는 밸런스 측면에서 어색함을 드러낸다. 어쩌다 이런 괴작이 됐을까 싶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점부터 이야기해보자.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무쌍 액션이다. 시리즈의 백미는 호쾌한 무쌍 액션 속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난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게이머의 바램과는 달리 엉성하다. 무쌍 동작 중에 아군이 적을 날려버려 빈 손에 카운터를 날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무쌍 도중 움직일 수도 없어 표적을 자주 놓친다.
일반 공격은 이에 비해 범위가 넓다. 그래서 어느 상황에서는 데미지 정도를 제외하면 평타 공격이 무쌍 액션보다 더 많은 적을 날려버린다.
이 상황은 모든 캐릭터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호노카는 무쌍난무보다 차지6 공격이 더 범위도 크고 잘 맞는다. 차지6은 심지어 뒤에 있는 적까지도 광역으로 공격한다.
이에 비해 카스미의 무쌍난무는 범위도 너무 짧고 잘 맞지도 않는다. 차지 공격들은 하나 같이 요란하지만 단타에 큰 데미지를 주는 다른 캐릭터들보다 훨씬 불리하다.
공통적으로 근, 원거리 캐릭터들 구분 없이 무쌍 난무 또는 차지 공격은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던 기존 시리즈와는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황당한 점은 일반 공격에서의 밸런스 못지 않게 인공지능 밸런스도 최악이라는 점이다. 게임은 철저하게 원거리 캐릭터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
아마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의 원거리 캐릭터들의 거리감과 범위가 기대보다 상당히 크다고 느낄 것이다. 기존 시리즈보다 확실히 범위가 커져 생각보다 잘 맞는다.
그러나 인공지능 적들은 대 부분 해당 거리감보다 더 가까이 들어와 공격을 한다. 이건 근, 원거리 캐릭터 모두가 그렇게 한다. 그러다 보니 성능 좋은 원거리 아군 한 명이 등장하면 높은 난이도와 상관 없이 거의 모든 적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여기에 차지 공격 후 추가 협력 공격까지 함께 발동되면 전방 대 부분의 적들은 사라지게 된다. 이 게임은 이 과정이 무한으로 반복된다고 보면 된다.
이와 반대로 근거리 캐릭터들에게는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지옥이 펼쳐진다. 특히 브레이브 시스템 덕분에 자신보다 브레이브가 높은 적을 공격하면 반격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초반 이걸 이해하지 않고 싸우면 낭패를 보기 쉽다.
브레이브 시스템은 적 무장마다 특정 브레이브 수치를 가지고 있어 해당 수치와 근접하거나 높지 않으면 그 무장을 공략하기 쉽지 않게 만들어놓은 일종의 제한 시스템이다.
기존의 무쌍들이 특정 조건에 의해 압도적으로 강한 경우(호로관 메뚜기 & 합정을 수놓은 장료)가 아니면 어떤 무장이든 앞에만 오면 물리칠 수 있었다.
이번 게임은 브레이브 시스템 덕분에 자신의 브레이브가 낮은 상태에서 적 무장과 싸우는 잘못하면 게임 오버가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초반 레벨이 낮을 땐 더욱 심하다.
여기에 적 무장들이 브레이브 차이가 2 이상 벌어질 경우 공격 도중 무쌍난무나 반격기를 무조건 사용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정 없이 얻어 맞는 일이 발생한다.
원거리는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는 자유롭지만 무쌍난무를 눈치 채지 않고 도망가지 않으면 높은 난이도에선 한 방에 죽는 일이 생긴다. 그래도 정신 사나운 난전 상황에서 갑자기 사망하는 근거리 캐릭터보단 훨씬 덜 불안하다.
그렇다고 게임 밸런스가 좋은 것도 아니다. 팀 배틀과 아군 구출 상황은 혈압이 상승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아군 무장들의 체력이 정말 약하다. 아마 전국무쌍3 이후로 이렇게 약한 아군 무장들이 또 있을까 싶다.
게임 내 전투마나 별 다른 이동 수단이 없기 때문에 히어로 스킬 등으로 이속을 올려 이동해야 한다. 이는 주창 같은 특정 캐릭터에게만 반영돼 있다.
그래서 대 부분의 무장은 동일한 이동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 이때 아군을 구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동 도중 아군 무장이 사망하는 일이 아주 많이 발생한다. 심지어 이속을 써도 못 도와주는 일이 생길 정도다.
여기에 브레이브 시스템까지 더해져 순서를 잘못 맞추거나 무장만 공략하고 넘어가려는 시도도 잘 통하지 않는다. 사전에 매우 철저하게 순서, 위치, 브레이브 수준 등을 파악해 완벽하게 움직여야 경우 통과가 되기도 한다.
이 일이 보통과 그 이상 난이도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한다. 쉬움으로 시작한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조금 덜하지만 보통부턴 자비 없이 사망하는 아군 무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새롭게 추가된 무쌍 피버 모드는 기본적으로 존재의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운 아주 괴상한 기술이다. 우선 무쌍 피버 중 격파한 카운트는 실제 격파 카운트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화면 내 가득한 적들을 무의미하게 격파하다 보면 150명씩 아군이 등장해 응원하고 피버 타임이 조금 증가한다. 이렇게 최대 4명의 아군이 등장하고 마지막에 적을 일소하는 공격을 한다. 이렇게 하면 골드와 경험치, 무작위 아이템 등을 받을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과정에서 나온 카운터는 실제 카운터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게임 도중에 골드나 경험치를 벌기 위한 수단일 뿐 적 무장과 일반 적을 일소하는 기술이 아니다. 물론 도중에 적 무장도 공격할 수 있지만 진 무쌍난무나 격 무쌍난무와는 느낌부터 너무 다르다.
밸런스를 깨는 상황은 또 있다. 일명 '장판'으로 부를 수 있는 히어로 스킬이다. 히어로 스킬은 게이머가 전투 도중 아군을 불러내 회복, 공격, 방어, 버프, 디버프 등을 해주는 기술로 이번 게임의 주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중 적을 공격하는 히어로 스킬은 적 무장을 만나면 브레이브 수준만 맞으면 그냥 한 번에 보내버린다. 그래서 공격 무장으로 히어로 스킬을 구성해 보스를 만나 전부 사용하면 거의 한 번에 적 무장이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회복이나 이속, 공격 정도를 제외하면 적으로 만날 때만 귀찮은 요소가 되어 버린다. 적 무장들은 자신의 히어로 스킬은 직접 사용하는데 특히 회복 같은 스킬은 브레이브와 함께 결합해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을 만든다.
단점은 더 있다. 이 게임은 기존 무쌍과는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중요 이야기를 담은 핵심 임무를 제외하면 나머진 비슷한 구성의 재료 모으기 스테이지들이다.
아군을 구하거나 특정 적을 격파하거나 거점을 차지하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팀 배틀은 소규모의 무장 군단과 싸우는 방식이지만 난이도만 높지 별 다른 차이는 없다.
핵심 임무를 제외한 부가 임무들은 히어로 카드를 성장 시키거나 강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재료를 획득하기 위해 진행된다. 즉 현재의 히어로 카드를 지금보다 좋게 만들기 위해서 이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히어로 카드는 별 다른 몫을 못한다. 보통 이하 난이도는 더욱 그렇다. 실제 레벨만 높고 브레이브 시스템만 잘 이해하면 대 부분 승리할 수 있다. 여기에 강력한 원거리 캐릭터 오다 노부냐가 또는 오푸나 같은 캐릭터를 사용하면 더 쉽게 이긴다.
기존 무쌍 게임들이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 등에 따른 성능이 극대화 됐던 점과 비교해보면 너무 달라진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히어로 카드를 여러 반복 플레이로 수준 높게 올린다고 해도 그 만한 보상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느껴진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목욕도 장난 수준이다. 홍보에서는 뭔가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 됐으나 토귀전처럼 어떤 효과도 생기지 않는다. 그냥 “온천을 함께 즐겼다” 수준이다. 호감도에 따라 일부 연출이 바뀌지만 호감도가 낮을 때와 차이가 있는지 모를 정도다.
그럼 도대체 이 게임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자막 한글화 됐다는 점. 어쨌든 무쌍 시리즈를 한글로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다양한 캐릭터를 액션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리오 시리즈 같은 도박 게임부터 각명관 시리즈의 레그레나와 밀레니아, 소피의 아틀리에에 등장했던 소피, 플라흐타 등을 무쌍식 액션 형태로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멀티 엔딩과 분기점이다. 게임 내에는 총 15개의 엔딩이 존재한다. 오리지널 캐릭터인 타마키와 세츠나, 시키에 따라 여러 분기점이 생기고 그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영웅 무장이나 이야기 구성이 달라진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 뿐이다. 무쌍 시리즈를 원해서 이 게임을 사면 십중팔구 당한 것이다. 이 게임은 떨어지는 완성도와 어색한 전개, 그리고 대단한 캐릭터들의 집합 상황을 낭비한 망작이라고 할 수 있다.
끔찍했던 베르세르그 무쌍보다 무쌍 스타즈는 몇 배 더 최악의 수준을 느끼게 해준다. 프리 모드도 없고, 한 번 진행하면 도중 다른 분기 무장 (세츠나, 타마키, 사키)로 바꿀 수 없다는 점 등 기존 무쌍 게이머들을 배려하지 않은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참고로 시즌 패스는 극악의 수준이다. 4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30명 중 1/3 수준의 캐릭터의 복장만 들어 있다. 이게 시즌 패스로 불리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향후 어떤 내용들이 추가될지 모르지만 복장만으로 본편에 근접한 가격을 불렀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다.
설마 구입을 하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베르세르크 무쌍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그 게임은 베르세르크 원작의 느낌을 살린 연출과 무쌍 시리즈가 가진 특유의 호쾌함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무쌍 스타즈는 그에 비하면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