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참신한 시도와 주제, 그리고 게임성의 결합 '렛 잇 다이'
게임명: 렛 잇 다이 (Let it Die)
개발사: 그래스호퍼
유통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필자에게 부분 유료 게임(Free To Play)의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콘솔 및 PC 게임 유저로 오랜 시간 살아 온 것도 있겠지만 경쟁과 사행을 주도하는 방식, 그리고 끝이 없는 전개에 대한 부정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는 지극히 한 개인의 편견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69,800원 A급 패키지 게임과 66,000원 '캐릭터'에 오는 묘한 괴리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핑계를 떠나 그냥 이 하나의 차이 때문에 생긴 편견은 정말 오랜 시간 필자의 두뇌를 장악해왔고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편견일 뿐이다. 부분 유료 게임도 뛰어난 게임이 많이 존재하며 충분히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멋진 게임들이 존재한다. 물론 여러 측면에서 '최악'의 게임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오늘 리뷰로 다룰 '렛 잇 다이'(Let it Die) 같은 게임들이라면 충분히 이 시장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는 '파이어 프로레슬링' 시리즈와 '킬러7' '롤리팝 체인 소우' '킬러 이즈 데드' 등으로 잘 알려진 '스다 고이치' 감독의 첫 부분 유료 게임 렛 잇 다이는 여러 측면에서 패키지 게임과 무료 게임의 장점, 특징을 잘 결합한 형태를 띈 액션 RPG다.
'다크 소울' 시리즈로 파생된 하드코어 스타일 방식을 추구하는 이 게임은 한 명의 캐릭터를 제작해 죽음과 재앙, 그리고 정신 병자로 가득한 '진통제의 탑'을 정복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 탑은 종말을 피해 신의 세계로 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냈다.
게이머는 이 탑의 최종 층에 올라 그 곳을 정복하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을 만나면 된다. 결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이 게임은 납득이 될 만한 충분한 결말을 가지고 있으며, 부분 유료지만 무과금으로 결말까지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게임에서 결말을 보기 위해서는 적게는 20시간 많게는 4~50시간이 소요된다. 그 동안 과정에서 수많은 게임 속 비밀 요소나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고 탑의 정복을 노리는 수많은 다른 게이머들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은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플레이한 만큼 충분한 보상,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고 제작 기능과 탄탄한 성장 요소, 스킬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유도해 만족스러운 게임 경험을 이끌어낸다. 일부 기능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용납 가능한 수준이다.
액션 부분은 다크 소울과 흡사하지만 나름대로 개성을 잘 살렸다는 느낌이 든다. 게임 내 모든 적들은 각자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공격 동작 하나마다 꽤 높은 데미지를 입히고 각종 무기에 따라 다른 연계 공격을 가한다. 보스들은 개성 넘치는 강력한 공격을 펼친다.
게이머는 양 손을 자유롭게 활용해 공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회피 동작을 이용, 효율적인 전투를 펼쳐야 한다. 일반적인 적부터 보스까지 모두 각자의 난이도와 공략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와 대처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게이머와 동일한 형태의 '파이터'와 게이머가 죽거나 타 유저의 사망으로 만들어지는 '헤이터'다. 무기와 아이템 등을 사망 직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헤이터는 중, 후반부터 게이머를 괴롭히는 존재로 두각을 나타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헤이터의 인공지능 수준이 게이머만큼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실수 한 번에도 큰 데미지를 받는 이 게임의 특성 상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유저들이 몰려서 죽는 특정 공간에서는 4~5명의 헤이터에게 몰릴 수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게임 내에서 사망이 곧 끝이라는 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 후 '엉클 데스'(게임 내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신)가 지하층으로 시체를 가져다 주지만 이 역시 해당 헤이터를 직접(!) 물리치지 않으면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에 꽤나 골치 아프게 만든다.
대 부분의 부분 유료 아이템은 이 부분에 최대한 맞춰져 있다. 저 번거로운 과정도 유료 아이템 '무지개 해골' 하나면 충분히 해소된다. 물론 구입해야 하지만 로그인 보상만으로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초 중반은 크게 번거롭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중, 후반에서는 한 순간의 실수로 사망하는 일이 자주 생기고 스테이지 형태가 다양화 되면서 헤이터의 공격은 물론 갑작스러운 함정 낙사 등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낙사는 어느 게임이나 그러겠지만 꽤나 골치 아픈 요소다.
로그 라이크 방식의 아이템 파밍 게임이 주는 재미는 충실하다. 헤이터를 사냥해 고급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고 증가하는 층수에 따라 예상치 못한 보상들을 만날 수 있다. 특정 공간 같은 경우는 퍼즐 요소처럼 조건을 해결해야 이동할 수 있다.
무기로 사용되는 아이템은 다소 한계가 있다. 물론 계속 패치 되면서 새로운 복장, 무기, 장비 등이 추가되고 있고 새로운 능력치 등도 더해지기 때문에 계속 나아지겠지만 현재의 수준으로는 아이템 파밍 게임치고는 많이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임의 시작점은 지하 층에는 조력자들도 만날 수 있다. 위에서 엉급한 엉클 데스를 비롯해 아이템 구매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는 세토 키와코, 아이템 제작을 도와주는 스즈키 제독, 중독성 강한 댄스가 일품인 버섯 치안 판사, 온라인 기능인 데츠오 등이다.
이중 온라인 핵심 기능인 데츠오는 타 유저의 대기실에 들어가 난동을 피울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쉽게 말하면 남의 대기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게임 머니부터 아이템 등을 빼앗는 약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의 파이터들을 모두 제압한다는 조건 내에서다.
물론 이 기능은 강제성은 전혀 없다. 다만 등록이 된 후에는 자신의 대기실 역시 모든 게이머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에 자주 들어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필자에겐 오히려 이 기능 때문에 게임이 싫어질 뻔 했다. (물론 남의 대기실을 털 때는 기분이 좋지만 말이다)
엔딩 이후에는 타 유저와 대립과 더 다양한 아이템 파밍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2회차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과정 자체는 비슷하지만 더 새로운 통로와 게임 내 비밀, 더욱 강해진 아이템 획득 등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 외에도 게임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쥐나 개구리를 잡아 식용하는 회복 요소나 버섯을 섭취해 효과를 높이는 기능, 특정 요가 동작을 따라해 심신의 평화를 되찾는 과정 등은 신선함을 넘어 스다 고이치 개발자의 독특한 취향이 느껴진다.
또한 특정 게이지가 찬 후 사용하는 페이탈리티 기능과 몰래 다가간 후 상대방의 허리를 잡고 시전하는 강력한 저먼 스플랙스 등은 살벌한 상황 속에서 통쾌함과 웃음을 유발 시킨다. 게임 곳곳에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개그 코드가 마련돼 있다.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꼭 장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우선 편의 요소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다양한 설명 요소가 있지만 실제 플레이 하면서 얻는 정보는 부족한 편이다. 그리고 플레이 도중 게임 종료를 하기 위해서 무조건 지하 층으로 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귀찮다.
로그 라이크 방식이다 보니 도중에 필드에서 죽을 경우 해당 헤이터를 격파하고 다시 시체를 돌려 받기 전까지 가진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고 죽는 상황에서 무작위로 아이템 하나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좋은 아이템을 얻었다가 놓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아이템 공간 역시 초반에 매우 적기 때문에 5~10층 정도만 넘어도 금방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돌아올 때 당시 엘리베이터 이용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무조건 선택하기도 어렵다. 시작은 좋지만 높은 층을 갈수록 유저에게 요구하는 요소, 비용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유료 아이템으로 모두 해소가 가능하지만 모두 다는 아니다. 그래서 초반 어느 정도 이상이 지나면 이 게임을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유료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무조건 강해지는 것도 아니라서 다소 난감하다.
그래도 렛 잇 다이는 부분 유료 게임을 즐기거나 다크 소울 시리즈 같은 게임을 찾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선택해볼 만하다. 다만 최소 10층 이상, 30층 사이까지 간 후에 유료 구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