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니 20% 부족하다. 마무리가 덜된 디아3 강령술사팩
많은 이들이 기다려오던 디아블로3의 새로운 영웅 강령술사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똥3라는 치욕적인 별명에서 벗어나게 해준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 이후 새로운 콘텐츠를 기다려오던 팬들을 위해 만든 강령술사는 과거 디아블로2 시절 많은 인기를 얻었던 네크로맨서 캐릭터를 부활시킨 것으로, 시체를 활용한 공격이 특징이다. 다수의 해골을 끌고 다니며 적들을 쓸어버렸던 조폭넥 빌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특히, 이전에 나왔던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게임 콘텐츠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줬었던 만큼, 이번에 나온 확장팩도 굉장히 매력적인 콘텐츠를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6월 29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강령술사팩은 강령술사 캐릭터와 애완동물, 날개, 초상화 장식, 전용 깃발, 추가 캐릭터 칸 2개, 추가 보관함 탭2개로 구성됐다. 추가 콘텐츠로는 새로운 지역 추가는 없었고, 모두 같은 캐릭터 세팅으로 최단 기록을 겨루는 타임어택 개념의 도전 균열과 일부 편의 기능 개선이 이뤄졌다.
먼저 강령술사는 디아블로2 시절 네크로맨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체 폭발과 해골 소환, 골렘, 뼈갑옷 등을 그대로 이어받은 형태로 만들었다. 다수의 소환수를 이끌고 다닌다는 점에서 부두술사와 많이 겹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4개의 세트 아이템와 무기 세트 1종을 통해 약간 다른 개성을 드러냈다.
세트 아이템을 살펴보면 뼈갑옷 중심인 이나리우스 세트와 소환 중심의 라트마 세트, 시체를 섭취해서 공격하는 역병 세트, 피를 소모해서 공격하는 트래그울 세트가 있으며, 무기 세트인 제세스는 해골 공격력 상승에 영향을 주는 세트 효과를 가지고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세트 아이템인 이나리우스 세트를 보면 뼈갑옷으로 방어와 공격을 같이 하고, 시체에서 창을 소환해 공격하는 시체창을 주력 대미지 스킬로 사용하고 있다. 세트 아이템을 모두 갖추면 뼈갑옷이 소용돌이를 일으켜 주위의 적에게 무기 공격력의 750% 만큼 피해를 주고, 적이 강령술사에게서 받은 피해가 2750%로 증가되기 때문에 적 한 가운데 뼈갑옷을 켜고만 있어도 적들이 살살 녹으며, 시체창을 날리면 사방의 적들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 조폭넥을 연상시키는 라트마 세트는 6 세트 효과로 활성화되어 있는 해골 마법학자 한 마리당 졸개와 망자의 군대의 공격력이 250% 증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해골 마법학자는 최대 10명까지 소환할 수 있으므로, 모두 소환했을 경우 2500% 공격력 증가효과를 볼 수 있는 것. 최대로 많이 소환했을 경우에는 해골 7마리에 해골 마법학자 10마리까지 총 17마리가 2500% 대미지의 공격으로 화면 안에 모든 적들을 쓸어버리는 호쾌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현재 강령술사를 육성하는 이용자들의 대균열 순위를 보면 나온지 일주일만에 100단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시 후 오랜 기간 총체적 난국이었던 성전사와 비교하면 정말 천지차이다.
다만, 이렇게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령술사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강령술사가 강력한 위력을 뽐내고 있는 것은 미리내 전설 보석을 이용한 이나리우스 세트에 국한된 것으로, 나머지 세트 아이템들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나마 쓸만하다는 라트마 세트의 경우에는 공격력 버프의 핵심인 해골 마법학자의 소환 지속 시간이 너무 짧아서 10명을 유지하느라 정신없이 키보드를 눌러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헬퍼를 막고 있는 블리자드가 헬퍼를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듯한 느낌이다.
나머지 역병 세트와 트래그울 세트는 더 심각하다. 시체를 섭취하면 공력력이 올라가는 세트 효과를 가진 역병 세트는 주변에 시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된다. 게다가 2세트 효과는 시체창 기술에 관련되게 만들었으면서, 4세트와 6세트 효과는 뼈창 기술에 관련되도록 만들어 서로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트래그울 세트는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하는 대신 강력한 공격력을 확보하는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설정이지만, 현재 상태로는 그냥 자살셋에 불과하다. 6세트를 맞출 경우 자신의 생명력 소모가 두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고단으로 갈수록 생존이 더욱 중요해지는 디아블로3의 특성상 더욱 쓰기 어려워진다.
전용 전설 아이템도 웃기는 것들이 많다. 피노래 사슬 갑옷의 경우에는 망자의 땅 안에서 해골 지배가 모든 룬의 효과를 받고 공격력이 추가로 100% 증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해골 지배 룬 중 살상 명령은 소환된 해골을 폭발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공격력이 상승한 해골이 지속적인 대미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허무하게 자폭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 설계된 아이템들이 많다 보니 데인티의 속박, 크리스빈의 선고 등 몇몇 아이템이 모든 세트에서 필수적으로 강제되면서 아이템 세팅의 다양함이 부족해졌다.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버그 플레이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강령술사 전용 템이어야 할 반지 크리스빈의 선고를 나머지 캐릭터들도 다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설 보석 갇힌 자의 보석과 함께 대미지 인플레 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강령술사 사신의 낫과 요절, 그리고 악마 사냥꾼 죽음의 표식-사신의 낫 조합이 비정상적인 대미지를 내면서 기존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단계까지 올라가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전설 보석 미리내를 이용한 이나리우스 세트도 미리내의 비상식적인 발동 확률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강령술사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 전에 출시하기 위해 급하게 서두르느라 여러 부분에서 마무리가 덜 된 느낌이다. 물론 새로운 캐릭터인 만큼 버그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의 모습은 밸런스 조절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충 만들었다는 것에 더 가깝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당연히 패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실제로 7월 11일자 패치를 통해 이나리우스 미리내 발동 확률 버그와 라트마 세트 조건 완화, 죽음의 표식-사신의 낫 버그 등 대부분의 문제점이 해결되기는 했다. 다만, 예전에 블리자드라면 출시 전 테스트 기간 동안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출시됐다는 것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사실, 이번 강령술사 세트를 처음 접했을 때는 강령술사 자체보다는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컸었다. 쓸 때 없는 초상화와 깃발, 날개 등을 붙여서 확장팩 가격을 올린 것이나, 한국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홍보하더니 결국 PC방 점유율 올리려는 이벤트에 불과했던 날개, 새로운 시즌 시작을 늦춰서 강령술사를 두번 키우게 만드는 번거로움 등 모든 부분에서 잔머리를 굴린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이런 것은 별거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강령술사의 허술함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이런 버그 덩어리가 17000원이나 받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예전 블리자드라면 완벽주의의 상징이나 다름없었지만 최근의 모습을 보면 옛말이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