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막장 레이싱의 화려한 부활! '플랫아웃4: 토탈 인세니티'
게임명: 플랫아웃4: 토탈 인세니티(FLATOUT4: Total Insanity)
개발사: Kylotonn Racing Games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플랫아웃' 시리즈는 팀6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레이싱 게임 시리즈로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혁신적인 물리 기반의 환경 제공을 통해 호평 받은 1편을 시작으로, 더욱 강해진 황당함과 뻔뻔함으로 인기 시리즈 발판에 들어간 2편은 레이싱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명작으로 손꼽힌다.
이 게임 시리즈의 백미는 드라이버를 밖으로 날리는 일명 '사출' 기능이 있다는 것. 레이싱을 전개하는 도중 충실 시 드라이버가 앞 유리를 깨고 밖으로 날아가는 장면은 당시 큰 파격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 사출을 이용한 다수의 미니 게임들이 있었다는 것도 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였다.
드라이버를 던져 사물을 부수거나 어느 정도 높이까지 던질 수 있는지, 특정 구멍에 넣는 등 그야말로 '막장'에 가까운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리즈는 많은 마니아들의 이목을 사로 잡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정통 레이싱 게임 마니아들에겐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출시된 '플랫아웃3: 카오스 & 디스트랙션'(FlatOut 3 : Chaos & Destruction)은 무수한 버그와 무너진 밸런스, 최적화 등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시리즈 최악의 평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플랫아웃 시리즈는 레이싱 게임 경쟁 내에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플랫아웃 시리즈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한 프랑스의 개발사 'Kylotonn Racing Games'는 해당 시리즈의 저작권을 사들였고, 빅벤 인터렉티브를 통해 전 세계 신작을 선보였다. 우리나라는 인트라게임즈를 통해 자막 한글화로 출시됐다. 시리즈 첫 현지화다.
3편의 실패를 뒤로 하고 등장한 플랫아웃4: 토탈 인세니티(이하 플랫아웃4)는 1, 2편이 가졌던 재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완전히 나아진 게임이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시리즈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뛰어난 게임성은 대작 사이에서도 충분히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이 게임은 차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액션에 집중하고 있다. 레이싱과 충돌, 파괴, 그리고 드라이버 사출까지 그야말로 레이싱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란 투리스모' 같은 정상적인 범주보단 '번아웃' 시리즈처럼 극대화된 아케이드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임은 각각의 코스를 완주해 다양한 컵 대회를 정복하는 커리어와 플랫아웃 시리즈가 자랑하는 막장을 차례대로 경험하는 플랫아웃 모드, 전 세계 괴물 게이머들과 경쟁하는 멀티플레이, 그리고 부가 요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커리어는 이 게임의 기본적인 성향을 체험해볼 수 있는 모드다. 준비된 더비, 클래식, 올스타 모드 내에서 다양한 트랙들을 정복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재화로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거나 개조를 진행, 더 높은 상위 대회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더비와 클래식, 그리고 올스타는 각각 사용하는 차량과 기본적인 속도, 내구성 등에서 차이가 크다. 더비 매치는 기본적인 부분은 게임이 추구하는 가장 최소한의 재미를 체험하도록 구성돼 있다. 난이도는 낮은 편이지만 게임 자체가 주는 통쾌함은 그대로 있다.
클래식와 올스타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더욱 강력한 차량들이 등장하고 인공지능의 포악함이 최고 수준이다. 달리는 내내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격렬하고 어렵지만 그만큼 이길 때의 성취감도 높다. 당연히 보상도 더비에 비해 높으며, 코스 난이도 역시 장난 아니다.
이 모드를 통해서는 새로운 차량 및 드라이버 등을 구할 수 있고, 여유가 된다면 개조를 통해 자신만의 마스터 피스 차량을 완성할 수도 있다. 재화가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개조나 차량 구매 시의 효과가 확실해 레이싱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모드다.
플랫아웃 모드는 일종의 미션 모드로 정해진 규칙 내에서 높은 점수를 달성하면 보상을 받는 형태다. 난이도가 낮지 않기 때문에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제법 쌓이지만 예상 밖의 성과가 나올 때는 꽤나 짜릿하다. 플랫아웃 시리즈를 제대로 체험하는 재미를 준다.
이곳은 기본적인 레이싱을 제외한 섬멸, 단두대 매치, 스턴트 등 다양한 조건이 존재한 42개의 임무가 있다. 각각 달성 조건이 상당히 높아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는 좌절하기 일수다. 조건도 워낙 다양해서 예상치 못하게 죽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멀티플레이는 준비돼 있는 다양한 게임 모드를 전 세계 게이머들과 즐기는 모드다. 워낙 격렬한 게임이고 조작에 따라 정말 슈퍼 플레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초보가 들어가면 완주는 커녕 차량이 터져서 아웃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말 멘탈이 나가는 대표적인 모드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 측면은 순수하게 파괴에 있다. 게임 내 다양한 사물들은 거의 모두 부술 수 있고, 그에 따라 획득하는 '니트로'를 이용, 레이싱 1등을 노리는 식이다. 차량끼리의 충돌로도 니트로가 생성되기 때문에 필수불가결로 난투전을 펼쳐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냥 달리면 대 부분 중간 정도의 순위 밖에는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번아웃처럼 니트로가 생성된 후 광속으로 달리며 주변 사물과 건물, 차량 등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 물론 자신도 상대방에게 그런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견제 및 적절한 회피도 필수다.
실제 해본 느낌은 적응이 좀 어렵지만 이해되면 정말 재미있었다는 점이었다. 초반에는 다소 차량이 미끌어지는 성향이 강하고, 차량 간의 충돌 도중 차량의 중심이 꺾여 회전해 버리는 일이 많이 짜증이 많이 느껴지지만 적응하면 오히려 적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워낙 지름길과 샛길, 그리고 파괴가 가능한 사물들이 많기 때문에 필드 이곳저곳을 누비며 시간 단축을 하는 재미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정말 예상치 못한 역전 우승 등도 경험할 수 있다. 잘 부수면서 샛길을 잘 이용하면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괴할 때의 재미는 최고다.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사물과 파괴된 물건들, 그리고 차량들이 충돌하며 나타내는 스파크는 어느 새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 게이머를 실제 레이싱 트랙에서 달리는 스릴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니트로를 사용할 때 나오는 진동과 효과음, 연출은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만든다. 그 사이에 차량과 충돌해 날려버리면 1등을 못해도 10년 묶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시원함을 경험하게 한다.
여기에 귀를 즐겁게 해주는 락과 메탈 음악은 시종일간 파괴되는 레이싱을 한차원 더 격렬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같다. 꽤 신나는 음악들이 많고 터치 패드 부분을 누르면 노래가 다음 트랙으로 바뀌는 편의 요소도 있어 자신만의 음악과 함께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초반 진입 과정이 쉽지 않다. 워낙 자유분방한 게임이기도 하지만 WRC 시리즈의 Kylotonn Racing Games 작품 답게 미끌어지거나 작은 조작에 흔들리는 경우들이 많이 발생한다. 여기에 사물 반응 등에 따라 차량이 흔들리거나 뒤집히는 일도 빈번하다.
그리고 가끔 물리 요소 덕분에 차량이 예상치 못하게 튕겨버리거나 고속에서 차량이 뒤집히는 일들이 많이 생겨서 본인 아니게 짜증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다. 적들도 게이머처럼 니트로와 긴급 복구 등을 쓰기 때문에 한 번 순위에서 밀리면 상위권 차지가 매우 어렵다.
의외로 설명이 매우 부족한 전개 때문에 스턴트나 플랫아웃 모드는 재미를 못 느끼고 짜증만 나는 일들이 많았다. 대 부분의 튜토리얼은 말로만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 여러 번의 반복 후에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마니아들은 몰라도 초심자들에겐 불편한 부분이다.
물론 게임은 신나고 재미있다. 스턴트나 플랫아웃 모드도 적응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등 파고드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차량 구입이나 개조 비용이 터무니 없이 높고, 더버 컵이나 클래식, 올스타 해금 조건이 귀찮아서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든다.
이 점 등이 개선될지는 모르겠지만 플랫아웃4는 아케이드 레이싱을 찾고 있는 게이머들에겐 큰 선물이다. 진입이 어렵긴 하지만 한 번 빠져들면 플랫아웃 시리즈만의 재미로 인해 다른 게임은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