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극혐이라면서 뽑기 게임에 돈 쓰는 게이머들. 나만 특별했으면
한달만에 20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린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M 등 대작들이 출시가 이어지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모바일 게임에 대한 반감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많은 게임들이 게임 내 필수 아이템을 뽑기로 획득하는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중이다. 이로 인해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며, 게임업계에서 부랴부랴 자율 규제안을 내놓긴 했지만 하는 시늉만 한다며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확률형 뽑기 시스템 중심이다. 많은 이들이 극혐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확률형 뽑기에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많은 이들이 확률형 뽑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확률형 뽑기를 선택한 게임들이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은 게임은 공평해야 하지만, 자신만은 특별하길 바라는 이중적인 심리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확률형 뽑기를 선택하고 있는 게임들은 PVP 랭킹을 통해 보상을 차별 지급하는 등 게임 시스템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들은 조작의 편의를 위해 자동전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컨트롤로 실력차이를 내기가 쉽지 않으니 결국 아이템의 차이가 남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확률형 뽑기 게임들도 무과금 이용자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플레이하면 결국 최상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뒀지만,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최상위 등급에 오르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은 확률형 뽑기에 돈을 쓰게 된다.
물론 확률형 뽑기에서 최상위 등급 아이템을 뽑으려면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뽑기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자신은 남들보다 운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게다가 좋은 아이템을 뽑는게 어려운 만큼 자신만 좋은 아이템을 뽑는다면 남들보다 확실히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도 많은 돈을 쓰게 만드는 요인이다. 당첨 확률이 극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면서 매주 로또로 인생 역전을 노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좋은 아이템을 뽑았을 때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많은 게이머들이 확률형 뽑기에 돈을 쓰는 것은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다는 경쟁 심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이 시스템적으로 강력한 아이템을 가진 자들이 우위에 서도록 만들어져 있으니,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싶다는 욕심에 돈을 쏟아 붓게 되는 것이다.
다만, 현재 게임사들의 문제는 매출을 올리는데 급급하다보니 게이머들의 컨트롤 실력에 의한 격차보다 확률형 뽑기로 인한 아이템 격차에 더 높은 비중을 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설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뭐든 지나치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게이머들은 서로 실력을 겨루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에게만은 행운이 있기를 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겠지만, 그것이 운삼기칠(뽑기3, 실력차이7)이 되어야지, 운칠기삼(뽑기7, 실력차이3)이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