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게임만 살아남는 게임시장, 중소게임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언제부턴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대형 게임사들의 고유 영역인 것처럼 변모했다.
'레이븐', '히트', '뮤오리진' 같은 걸출한 RPG부터 시작해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그리고 현재의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 '음양사'에 이르기까지, 대형 게임사들의 대형 게임들이 매출 최상위를 독점하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소녀전선'과 같이 극히 이례적인 경우도 있지만, 현 시장의 주도권이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물며 '리니지' 형제들이 시장을 휘어잡은 후에는 10~50위권 게임들의 매출까지 전반적으로 줄고 있어 중소 게임사들의 설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 중소 게임사들, 버틸 수가 없다>
현재 대형 게임사들로 시장이 재편된 이유는 시장이 '규모의 경제'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 이상의 게임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쉬운 대형 게임사의 대형 게임들에게 시선이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출시 전부터 범 국민적인 분위기를 띄우는 방식이 주효하면서 큰 자본을 보유한 대형 게임사들이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시장이 유명 IP 시장으로 변환된 것도 중소게임사들에게 타격이다. 엔씨소프트나 웹젠 같은 대형 게임사들은 오래전부터 쌓아온 IP가 있거나, 넷마블 같은 회사들은 해외에서의 유명 IP를 구입해올 수가 있는 반면, 중소게임사들은 오로지 게임성으로만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모바일 게임 투자가 가뭄에 콩나듯 사라져 개발 자금 확충이 어려워졌고, 대형 퍼블리셔들도 일체 퍼빌리싱을 진행하지 않는 분위기로 가면서 시장은 중소게임사에게 더욱 총체적인 난국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 짙게 드리운 먹구름..틈새시장을 노려라>
이같은 상황을 전문가들과 논의해봐도 중소게임사 입장에서 '별다른 해답'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임만 잘 만들어서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만큼 대박을 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5년전'에 이미 끝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소게임사들이 필연적으로 폐업에 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틈새시장 공략, 타국가 공략, 특정 타겟 공략 등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 또한 시장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갬블이나 카지노가 엄격하게 제한이 걸려있지만, '미투온'이라는 개발사는 동남아 위주로 시선을 돌려 갬블 게임을 제작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를 하지 않고도 동남아 시장의 탄탄한 매출을 바탕으로 IPO에 성공하기도 했고, 최근 VR로 시선을 돌리면서 또 한 번의 모멘텀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자취생키우기'를 개발한 인디게임 개발사 608팩토리는 일본에 특화된 퍼블리싱을 통해 이름을 올린 게임사로 꼽힌다. 일본 알트플러스를 통해 일본 시장만 독점 계약해 서비스된 '자취생키우기'는 한때 일본 무료게임 인기순위 1위에 오르면서 국산 중소게임으로는 비교적 괜찮은 성과를 올렸다.
기존의 인기 게임들의 장점을 재빨리 캐치하여 완성도 높게 만들어 성과를 보는 개발사도 있다. 이꼬르는 클리커 게임으로 이슈가 됐던 '거지키우기'와 환생게임으로 이슈가 됐던 '개복치' 등의 장점을 버무리고 용사와 전투 컨셉으로 '오늘도 환생'이라는 게임을 개발해 월 매출이 10억 원에 육박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 궁극의 개발력이나 다운로드 수 증가를 노려야>
이같은 생존의 경우 외에도 전문가들은 개발단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거나, 다운로드 수가 월등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그러한 특장점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리니지'의 아류 게임으로 불리우는 '아덴'을 제작한 잇츠게임은 단 7명이 개발한 '아덴'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넷마블에 수백억 원에 인수되는 모습을 보였다. 적은 인원으로 단 시간에 대형 모바일 MMORPG를 개발한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모바일 FPS게임 '스페셜솔져'를 개발해 서비스 하던 웹게임즈 또한 수백억 원의 금액으로 넥슨지티에 인수됐다. 넥슨지티는 이렇게 '스페셜솔져' 개발진까지 합류시켜 차세대 모바일 FPS게임을 개발중인 상황이다.
다운로드 수를 늘려 하나의 생태계를 그리려는 곳도 있다. 신규 퍼블리셔인 솔깃게임즈는 과거 앱애니 출신의 인사들이 글로벌 광고 비즈니스 경험을 살려 다운로드 수를 확보해 광고비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성공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신작 '에이지오브2048'이 누적 2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고 최근 또다시 '점프점프 큐브'로 붐업을 시도중이다.
아이들을 타겟으로 '슈퍼탱크 대작전'을 개발한 루미디아 게임즈 역시 스마일게이트의 퍼블리싱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았다. 500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은 '슈퍼탱크 대작전'은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의 킬러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 정부지원 사업이나 지원 시설 활용.. 기회를 엿봐야>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움츠러들고 있는 게임산업을 위해 정부의 지원금이 확대되고 있으며, 창업 관련으로 공간지원 등과 같은 많은 지원책이 있으니 최대한 확보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일단 서울시에서 지난 2017년 6월21일에 공덕동에 서울창업허브 개관식을 열면서 매년 450개 기업을 보육할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고, SK텔레콤 산하의 상생혁신센터,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지원, 경기콘텐츠진흥원 춘의테크노파크, 판교 글로벌허브센터,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등 유력 지원시설에 응모하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부산 콘텐츠진흥원 등에서 게임 관련 지원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고 문화부 게임 예산 또한 확대되고 있어 이런 자금을 바탕으로 양질의 게임을 개발하거나 해외 진출을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중소 게임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거대 게임사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많은 수익을 얻고 있는 기업들이 중소 게임사와 함께 가는 상생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한국 게임시장의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