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힘이다] 치열한 게임 시장, 결국 IP를 가진 자가 최종 승자다
전세계 게임 시장이 장르 경쟁 시기를 넘어서 대 IP시대에 돌입했다.
과거에는 대세 장르가 무엇인지에 따라 차기작이 방향성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유행하는 장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IP로 게임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IP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만 한다면 어떤 장르로 나와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IP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도 퍼즐, 사천성, 런게임, 레이싱 등 다양한 장르로 등장하고 있으며, 나루토, 원피스 같은 해외 유명 IP들도 장르나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신작들이 등장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모든 게임사들이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IP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만 봐도 노블레스, 외모지상주의 등 인기있는 만화나 웹툰들이 이미 게임으로 등장했거나, 곧 등장할 예정이며, 리니지, 뮤, 라그나로크, 열혈강호 등 과거 인기 있었던 게임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부활시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레볼루션으로 IP의 위력을 절실히 체감했으며,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등 해외 유명 IP는 물론, 이카루스M, 테라M, 블레이드앤소울M 등 다수의 인기 IP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오디션을 잃었지만 갓오브하이스쿨로 부활한 와이디온라인은 IP 게임에 사활을 걸고, 노블레스, 외모지상주의에 이어 일본 유명 만화 블리치 IP도 확보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은 치열한 IP 확보 전쟁 때문에 이미 다 사버려서 더 이상 살 수 있는 IP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덕분에 이미 인기가 검증된 자체 IP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도 IP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로열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고민하던 웹젠은 중국에서 터진 뮤IP 기반 웹게임과 모바일 게임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모바일 시대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 IP 한방으로 단번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리니지2레볼루션을 성공시킨 것은 넷마블게임즈이지만, 엔씨소프트도 로열티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으며, 자체 개발한 리니지M까지 대박을 터지면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최근 분쟁으로 시끄럽긴 하지만,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도 미르의 전설2 관련 로열티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 전설적인 이야기를 뜻하는 전기라는 단어가 미르의 전설2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는 점은 중국 내에서 미르의전설2 IP가 얼마나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준다. 실제로 위메이드에서는 미르의 전설2 IP의 시장 가치가 1조에 달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열혈강호 모바일 게임 판권을 보유한 타이곤 모바일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열혈강호 IP의 주인이 된 룽투코리아는 열혈강호 모바일을 개발해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엠게임 역시 열혈강호 온라인의 그래픽 리소스가 룽투코리아의 열혈강호 모바일에 사용되면서 로열티 수익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2,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등 많은 게임들이 중국 개발사들과 IP 계약을 체결하고, 사드 때문에 막혀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이다.
강력한 자체 IP를 보유하고 있으면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애니팡으로 국민 퍼즐 게임 칭호를 획득한 선데이토즈는 게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 판매 등 다양한 분야로 애니팡 캐릭터들을 활용하고 있으며,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역시 자사 인기 IP를 활용한 캐릭터 피규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스마일게이트는 대표작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에 이어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오리니절 필름과 손잡고 영화까지 준비중이며, 위메이드도 미르의 전설2를 활용한 웹툰과 웹소설과 애니메이션, 웹드라마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유명 IP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이 시장의 최종 승리자가 되는 분위기다. 치솟는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 그리고 플랫폼 수수료까지 있는 상황에서 로열티 수익 배분까지 해야 한다면 성공을 하더라도 정작 개발사가 가지게 되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IP를 가진 자 입장에서는 비용 투자가 없으니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개발사와의 협업에서 성공하면 되니 위험 부담이 적으며, 자체 개발일 경우에는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대형 IP 수집에 열을 올리면서도 세븐나이츠 피규어,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TV 애니메이션, 몬스터길들이기 아트북 등 자체 IP 강화에 힘을 쏟게 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IP 확보 경쟁이 한국보다 더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37게임즈가 IP 확보를 목적으로 개발사인 SNK플레이모어 자체를 인수하기도 했으며, 텐센트도 슈퍼셀을 인수한데 이어 로미오 인수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넷마블이 트랜스포머 IP를 보유하고 있는 카밤을 인수했으며, 넥스트플로어도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IP를 인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리니지M과 리니지2레볼루션만 봐도 잘 알려진 IP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다만, 남의 IP를 빌려 쓰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서너머즈워나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처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체 IP를 육성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