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힘이다] 미래를 위한 도전. 새로운 기둥이 될 IP를 키우는 게임사들
단번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점령해버린 리니지2레볼루션과 리니지M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임 시장에서의 IP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고 있는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신규 게임보다는 이미 인기가 검증된 유명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덕분에 유명 IP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은 기대 이상의 로열티 수익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외 유명 게임사 역시 신규 IP 개발보다는 팬층이 두터운 기존 인기 시리즈의 후속작에 집중하거나, 과거 게임을 리마스터에서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이런 현상은 국내 한정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기 IP로 게임을 만들 기회가 모든 회사들에게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니, 무모하더라도 신규 IP로 과감한 도전을 선택하는 회사들도 있다. 지금 인기 있는 IP들도 아무도 알지 못하던 초창기 시절을 있었던 것처럼, 과감한 도전이 성공을 거둔다면 회사의 새로운 대들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신규 IP를 꼽자면 단연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테라를 개발하면서 MMORPG 전문 개발사 이미지가 강했던 블루홀은 장르 창시자인 브랜든 그린을 영입해 선보인 배틀그라운드가 아직 얼리 억세스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8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최고 동시접속자 86만명을 기록하며 스팀의 부동의 1위 도타2마저 꺾는 기적을 보여줬다. 다들 모바일 게임을 바라보던 시기에 스팀을 통한 PC 패키지 게임 판매라는 무모한 도전을 선택한 것이 글로벌 최강자라는 달콤한 결실로 돌아온 것이다. 배틀로얄 장르라고 하면 이전까지는 아르마 시리즈나 H1Z1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입을 모아 배틀그라운드를 거론하고 있다. 이는 AOS의 리그오브레전드와 RTS의 스타크래프트에 버금가는 위상이다.
게다가, 이 열기가 패키지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까지 확대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번 게임스컴에서 개최된 첫번째 e스포츠 대회인 배틀그라운드 게임스컴 인비테이셔널 방송은 시청자가 12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블루홀 하면 테라를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모두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게임사라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검은사막으로 북미, 유럽에서 한국산 MMORPG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펄어비스 역시 국내 시장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게임성을 가다듬어 글로벌 시장에 꾸준히 도전한 결과 이제는 북미, 유럽, 일본, 대만, 남미 등 해외 100여개국에서 인정받는 글로벌MMORPG로 거듭났다.
사실 국내에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해도 불친절한 게임성과 많은 버그 때문에 반짝 인기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그 뒤로도 꾸준히 게임성을 업그레이드해서 북미, 유럽 출시 후 유료 가입자 100만을 넘겼다. 이전까지 북미, 유럽에서는 한국산MMORPG라면 PAY TO WIN 요소가 많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독특한 생활형 콘텐츠들을 앞세운 검은사막은 한국산MMORP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버렸다.
이 같은 성공 덕분에 펄어비스는 작년 한해만 6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회사로 거듭났으며,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또한 검은사막의 콘솔 버전과 모바일 버전도 선보여, 검은사막 열풍을 모든 플랫폼으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다.
리니지2레볼루션으로 엄청난 성공을 맛봤지만, 그와 함께 자체 IP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넷마블도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IP의 가치를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원 저작권자인 일본 디지아크에서 모든 권리를 사들인 스톤에이지 IP를 키우기 위해 모바일 게임 뿐만 아니라 뽀로로 제작사로 유명한 아이코닉스와 손잡고 TV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며, 피규어 콜렉션, 배틀 스톤리더, 캡슐 토이, 봉제 인형, 식음료, 미니카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또한, 넷마블게임즈가 모바일 강자로 등극하는데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세븐나이츠도 아트북, 피규어 등 관련 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같은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MMORPG도 준비 중이며,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넷마블게임즈의 간판 게임들의 관련 상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일찍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힘써온 컴투스는 자사의 대표작인 서머너즈워를 글로벌 IP로 육성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14년에 출시된 서머너즈워는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8천만건을 돌파했으며, 현재까지 총 59개 국가에서 게임 매출 1위, 총 125개 국가에서 매출 TOP10에 오르는 등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권역에 걸친 폭넓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으며 서비스 3년만에 누적 다운로드 8000만, 해외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모바일 게임 사상 최초이며, 국내의 모든 게임을 통틀어도 최단 기간 달성 기록이다.
컴투스는 글로벌RPG로 성장한 서머너즈워의 더 큰 도약을 위해 글로벌 e스포츠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최근 트렌드에 걸맞게 서머너즈워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도 준비 중이며, 코믹콘 서울 2017에서 서머너즈워 피규어를 최초로 공개하고, 북미에서 서머너즈워 코믹스를 준비하는 등 서머너즈워 IP를 문화 콘텐츠 전반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제는 국민 캐릭터로 성장한 카카오 프렌즈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는 카카오 프렌즈 IP를 사용한 게임들로 캐주얼 게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2015년에 출시된 프렌즈팝을 시작으로, 프렌즈런, 프렌즈사천성, 프렌즈팝콘 등 다양한 게임이 발매됐으며, 곧 출시를 앞둔 프렌즈레이싱에 이어 프렌즈다이스, 프렌즈스포츠, 프렌즈젤리 등 계속해서 신작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NHN엔터테인먼트와 프렌즈팝 관련 IP 논쟁으로 시끄럽긴 했으나, 막판에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사태 확대를 막았으며, 모든 카카오프렌즈 IP 게임들을 직접 개발 및 퍼블리싱 형태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부활한 손노리는 화이트데이 IP 부활 작업이 한창이다. 로이게임즈 시절 화이트데이 모바일을 출시할 때만 해도 그저 가능성을 보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작정하고 화이트데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공포 게임 IP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2015년에 발매한 모바일 버전에 콘텐츠를 더한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스팀 버전과 PS4 버전을 글로벌 버전으로 동시 출시했으며, 현재 개발 중인 VR 게임 화이트데이:스완송도 화이트데이2라고 정식 후속 타이틀로 바꾸고 콘텐츠를 대폭 추가할 계획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야심차게 출시했던 쿠키런:오븐브레이크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쿠키런 IP의 힘은 아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쿠키런 자체가 870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글로벌 성공작이며, 관련 캐릭터 상품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쿠키런:오븐브레이크 역시 전작에 비해 아쉬운 뿐이지, 글로벌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때문에 데브시스터즈는 런게임에만 국한됐던 장르를 더욱 다변화해 쿠키런 IP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우파루 시리즈로 유명한 최현동 대표가 설립한 엔플과 손잡고 쿠키런 IP를 활용한 모바일 디펜스 게임인 쿠키런:쿠키워즈(가칭)를 준비 중이며, 개발자회사 젤리팝게임즈가 쿠키런 퍼즐 게임을, 자체에서 쿠키런RPG를 개발 중이다.
본사인 겅호엔터테인먼트가 퍼즐앤드래곤에 주력하면서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던 그라비티는 자사의 최고 전성기를 가져다 준 라그나로크 IP 부활을 추진 중이다. 이미 상반기에 라그나로크 IP 기반의 수집형RPG인 라그나로크R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하반기에도 라그나로크 웹게임, 라그나로크MMORPG 등을 다양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 사업 확대로 인한 로열티 수익에 힘입어 2017년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77.6% 증가한 503억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 시리즈,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시리즈 등 많은 회사들이 자사 대표 IP의 가치 상승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준비중이다. 또 어떤 IP가 제2의 뮤, 리니지가 되어 회사에 밝은 미래를 약속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