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BIC2017로 보는 인디게임의 가능성과 명확한 한계
지난 9월15일부터 17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되는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이하 BIC2017)에 다녀왔습니다.
천편일률적인 현재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질린 탓일까요, 참신한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하에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행사장에 가보니 지난해 보다 조금 더 확장된 BIC2017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게임은 110개가 넘게 출품되었고, 부스는 70여개 정도.. 그리고 e스포츠라든지 색다른 부대행사도 포함되어 있었네요.
인디 게임들에 집중하여 부스를 하나 하나 다 돌아다니면서 110 여개의 게임을 전부다 들여다보았습니다. 이틀 내내 게임 시연을 해보며 돌아다닌 결과, 먼저 느낀 것은 퀄리티업이 눈에 띌 정도라는 것입니다.
당장 스팀이나 PSN 등과 같은 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한 게임들이 많았고 또 플레이해보면서 '이정도면 정말 재미있다'며 박수를 칠만한 게임들도 여럿 발견했습니다.
장르 또한 지난 해에는 로그라이크 스타일이나 도트 스타일이 많았던데 반해 이번에는 슈팅이나 디펜스, 스포츠 등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주최측에서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장르 편중화 현상은 찾아볼 수 없었네요.
이외에도 지난 해에 2D 게임이 많았던 것에 비해 고퀄리티 3D 게임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부스나 언리얼 엔진 부스, 그리고 해외 인디 게임사들이 3D 게임 라인업을 견인했습니다. 그외에 스위치(닌텐도 최신 게임기) 용 신작이라거나 과거 재믹스 시절의 감성을 부추기는 게임도 출품되는 등 게임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지스타 게임쇼 보다 훨씬 볼 것이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와 국산 게임의 고퀄리티화.. 두 가지는 BIC2017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인디 게임의 큰 가능성이었습니다. 완성도 측면에서 일취월장한 인디 게임들은 저마다 빠르게 갈 길을 갈 것이고, 그 중에서는 스팀에서 좋은 성과를 내거나 혹은 일부 큰 회사들에게 인수될 수 있는 회사들도 생길 것 같더군요. BIC 행사 자체도 부산시의 의지를 포함해 다채로운 게임을 찾을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는 계속 흥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되었고요.
하지만, 인디 게임들의 고퀄리티화에 반비례하여, 매출 구조..즉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관람객들 기준으로야 재밌는 게임들이 많았지만, '돈되는' 게임을 찾는 퍼블리셔들 입장으로 보면 환영받을만한 게임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 어떻게 돈을 벌겠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유료게임'으로 판매할 것이다 라거나 스팀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는 답을 보내오더군요.
하다못해 광고에 특화되게 만들어서 수백만 다운로드에 이어 상황을 보겠다거나 효과적인 부분 유료화 도입에 대한 대답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글로벌로 유료 게임의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현실을 외면하고, 한사코 유료 게임을 고집하는 것이 인디 게임의 정신이라고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만..제가 보기엔 안타까운 아집으로 보이더군요.
저는 산업진흥원(SBA)에서 매달 우수 인디 게임사을 선정해 수상하는 '이달의 지랭크' 심사위원이기도 하고, 스타트업 게임사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에 그동안 알아뒀던 스타트업 게임사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면, 안타깝게도 80% 이상은 문을 닫고 없습니다.
자신의 이상을 찾아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있죠. 하지만 결국 회사는 돈이 있어야 운영되는 것이고 이상만 쫓아서는 도태될 수 밖에 없겠죠.
적어도 한 해에만도 수십개 이상의 개발사들이 와해되는 것을 봐오는 필자 입장에서는 인디 게임사들의 게임들이 고퀄리티화되어 놀라는 만큼 향후 사그러져 사라질 게임도 많다는 부분에 대해 극심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요즘 인디게임들, 정말 퀄리티 좋고 잘 만듭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회사 운영될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은 확립했으면 좋겠네요. BIC2017 조직위도 마찬가지입니다. B2B 지원도 좋지만 최소한의 운영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보조가 반드시 필요해보입니다.
인디 게임 좋죠. 일부러 휴일에 맞춰 BIC2017에 간 것도 다양한 인디 게임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인디 게임의 활성화에는 반드시라도 좋을 만큼 '성공 신화'가 필요합니다.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자동전투와 뽑기 시스템을 넣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인디 게임사들이 최소한의 회사 운영은 가능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년 BIC2018에는 게임도 잘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매출적으로도 가능성이 높은 게임들을 여럿 만나보게 되었으면 좋겠고, 이러한 우려가 많이 사그라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