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전한 선택은 없다! 최후의 생존자는 누구? '추방선거'
게임명: 추방선거
개발사: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4(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알 수 없는 존재들의 습격을 받아 인류는 멸망에 이르고 겨우 살아 남아 유원지에 몸을 숨긴 12명의 생존자들은 최후의 2명을 찾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에 들어간다. 일명 '추방선거'다. 이렇게 시작된 경쟁은 한치 앞을 모르는 방향으로 전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최근작들은 극단적이면서도 묘한 내용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소녀들의 갱신을 주제로 한 크리미널 걸즈 시리즈나 소녀들의 밤길 어드벤처 '요마와리' 시리즈, 정해진 생존 기간 동안 자신의 마지막을 찾는 '용사 죽다'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독특한 설정은 위에서 언급한 어드벤처 게임 추방선거다. 일본 애니메이션 및 만화 시장에서 주목 받는 극단적인 아포칼립스 또는 생존에 대한 주제를 심리 대결이라는 방식에 맞춰 풀어낸 이 게임은 그야말로 니폰이치 다운 게임성과 재미를 보여준다.
게임의 시작은 충격적이다. 유원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은 일종의 선택을 강요 받게 되고 이를 수행한 12명의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존재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 당한다. 주인공인 이치조 카나메는 황급하게 알약을 삼키고 겨우 생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은 시작일 뿐. 겨우 생존한 12명은 최후의 2인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데스 게임에 들어가게 되고 총 30일 동안 3일에 한 번씩 강제적으로 누군가를 추방하는 선거에 들어간다. 여기서 패한 한 명은 유원지 밖으로 쫓겨 나는 방식이다.
여기에 양념이 더 해져 있다. 게임의 시작 부분에서 볼 수 있는 큰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 카나메는 남아 있는 생존자 9명에게 극도의 증오를 느끼고 있으며, 일종의 복수 개념으로 추방선거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12명의 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있으며, 특정 1명은 살인마로 이 생존 게임에 남아 있다. 게이머는 이 인물들의 본 모습을 찾고 그들을 선동해 추방선거에서 승리하면 된다.
게임은 논란이 됐던 '뉴 단간론파 V3'와 흡사한 방식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잔혹한 장면이나 과도한 선정적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추방되는 캐릭터 역시 유원지에서 쫓겨나 사망했다는 식을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표현만 있을 뿐 전혀 과하지 않다.
진행은 전형적인 텍스트 어드벤처다. 선거가 열리기 전 주인공은 유원지 및 호텔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람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으며, 그들에게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추방 시킬 사람을 궁지에 몰아갈 수 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 낼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임 속에서는 거짓말의 경우 '붉은 색'으로 대사와 대사창이 표시된다. 이를 바탕으로 그 또는 그녀가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협력할 대상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기능은 단순히 자신(주인공)과 대화에서만 요긴한 것이 아니라 질문에 따라 그 또는 그녀의 주변 인물과의 관계부터 예상치 못한 다양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 특수 능력 때문에 게임의 룰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여기에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준다. 게임을 하는 동안 일상적인 대화도 각 인물들의 개성이 잘 묻어나 읽는 재미가 좋다. 물론 이는 나마니에 작가가 담당한 일러스트의 효과도 크다.
그리고 이렇게 대화하는 도중 그 또는 그녀들은 무수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를 곱씹어 보며 자신에게 현재 누구와 손을 잡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 등을 파악하는 동안에는 인간 관계에 대한 묘한 괴리감이 느껴져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후 진행되는 추방선거는 주인공과 관계에 따라 구분된 A, B, C 3개의 그룹 중 한 명을 고른 후 그 안에서 대립할 존재를 내세워 진행하게 된다. 이후 대립 후보는 게이머와 토론을 진행하게 되고 모은 정보를 토대로 상대의 진심이나 과거를 폭로해 승리하는 방식을 취한다.
어떻게 보면 토론이 이 게임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토론하는 동안 주어지는 다양한 방식은 텍스트 어드벤처 이상의 방대한 경쟁을 유도한다. 키워드 문장 등을 3개까지 저장해 대립 후부의 주장에 반박하는 것도 가능하며, 대화 여부에 따라 선택할 요소가 대폭 증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추방선거 외의 또 하나의 주제, 12명 중 섞여 있는 살인마를 찾는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의 진짜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은 마지막까지도 범인에 대한 여러 변수가 등장하며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의 핵심 양념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텍스트 어드벤처라는 장르에 익숙한 니폰이치 답게 편의성이 매우 좋다. 지나간 대화를 듣는 것부터 한 번 이상 본 과정을 쉽게 넘길 수 있으며, 텍스트의 속도부터 자동으로 전개되는 등의 요소를 도입, 여러 회차 반복 플레이 해도 지겹지 않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또한 한글화 팀을 만들어 번역의 질을 한껏 높인 인트라게임즈의 현지화 능력도 칭찬할 만하다. 정말 마지막까지도 대사의 불편한 구석 없이 아주 매끄럽게 즐길 수 있으며, 가독성부터 단어 설정까지 모두 완벽하게 현지화 돼 읽는 재미를 극대화 시켜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최근 발전된 2D 애니메이팅 기술 등이나 여러 효과들이 존재하지만 게임 속에는 거의 반영이 돼 있지 않다. 몇몇 이펙트 장면을 제외하면 모든 장면이 정지 상태로 대사만 흘러간다. 최소한의 움직임 정도만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캐릭터의 본심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나 게임의 주 요소인 추방선거의 토론 등도 최소한 수준의 연출만 도입돼 있다. 물론 대화의 재미 면에서는 충분히 이 게임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이런 아쉬운 연출은 차후에라도 개선된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추방선거는 진지하게 대사 하나하나 파고드는 읽는 재미에 충실한 그런 어드벤처 게임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주인공과 일행, 그리고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중, 후반과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