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이싱 게임의 최고의 선물세트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
게임명: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GRAN TURISMO SPORT)
개발사: 폴리포니 디지털
유통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플랫폼: PS4
현지화: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는 레이싱 시뮬레이터로 불리며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의 13번째 작품이자 PS4로 출시되는 첫 번째 시리즈다. 공개 당시 2016년 11월 출시를 예정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연기, 오는 10월17일 출시됐다.
이번에 출시된 정식 버전은 사전에 공개된 베타 버전의 형태에서 온전히 콘텐츠를 채운 형태로 보인다. 그 동안 개방 되지 않았던 추가 코스와 마일리지 포인트로 구매 가능한 신차, 그리고 새로운 시간대, 미션, 드라이빙 스쿨 등이 더해졌다.
용량은 상당히 크지만 기본적으로는 체험판에 추가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처음 게임에 들어갔을 때 느낌은 체험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온라인 모드인 로비가 잠겨 있고 몇몇 튜토리얼 요소 등이 추가됐다는 정도의 차이만 경험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아케이드 모드와 캠페인 모드, 그리고 스포트와 로비로 구분되는 온라인 모드, 차량을 구입하거나 가지고 있는 차량으로 멋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브랜드 센트럴과 스케이프 등이 있다.
아케이드 모드는 인공지능 레이서와 승부를 겨루는 싱글 레이스와 자신만의 기록을 갱신하는 타임 트라이얼, 멋진 코스 공략을 이뤄내야 하는 드리프트 트라이얼, 다양한 설정을 통해 코스의 재미를 찾는 커스텀 레이스, 화면 분활 2인 대전 등으로 나눠진다.
가장 기본적인 모드이자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케이드 모드는 자신의 실력을 연습하고 게임 내 존재하는 코스를 즐기기 위해 마련됐다. 코스는 22개 모두가 존재하지만 게이머의 게임 속 레벨에 따라 선택의 제한이 있다. 모든 맵은 20레벨 이상이면 해금 된다.
캠페인은 드라이빙 스쿨과 미션 챌린지, 서킷 익스피리언스 등으로 구분된다. 드라이빙 스쿨은 게임을 처음 접하는 초보부터 고수가 되고 싶은 중급자, 자신의 실력을 체크하고 싶은 상급자를 위한 연습 모드다. 간단한 코스와 성과, 그리고 보상이 주어진다.
미션 챌린지는 정해진 코스를 제한된 조건으로 돌파하며 기록을 갱신하는 모드이며, 서킷 익스피리언스는 게임 내 존재하는 모든 서킷을 반복 연습하며 최고의 기록을 내는 모드다. 드라이빙 스쿨과 미션 챌린지는 각각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 시 차량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을 진행할 때 무리하게 차량을 구입하기 보단 준비돼 있는 미션과 드라이빙 스쿨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보상 차량 상당수는 꽤 좋은 차량이며, 실제로 게임 머니로 구매가 대 부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굳이 겹치는 차량을 미리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 센트럴은 자동차 구입부터 콘셉트 카 구입, 브랜드 관련 뮤지엄과 영상, 관련 장소, 그리고 해당 연도 내 있었던 일들을 알려주는 포인트 등을 통해 차량의 지식은 물론 시대에 대한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단순히 차량의 정보나 제원 등을 넘어 브랜드의 출시와 역사적 사실이 있었던 연도, 그리고 유서 깊은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제공, 자칫 차량 구경만으로 끝날 수 있는 공간을 그 이상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여기만 읽고 있어도 상당히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멋진 차와 여행에 대한 낭만을 가진 게이머들을 위한 스케이프 모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자신이 선택한 차량을 배치, 멋진 스냅샷을 남길 수 있는 요소다. 이 모드는 전작에서도 지원됐지만 이번에는 압도적인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눈길을 끈다.
약 1000여군데가 넘는 배경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차량과 방향, 각도 등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다채로운 이펙트와 상세한 카메라 설정 등을 통해 유일무이한 나만의 사진을 남길 수 있게 했다. 특히 카메라 설정 부분은 실제 카메라를 쓰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준다.
카메라 기능은 일반적인 노출 보정과 셔터 스피드, 포커스, 조리개 등은 물론 차량의 달리는 속도감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패닝샷' 기능과 구도, 비율, 해상도, 그리드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매우 세밀하게 넣을 수 있어 카메라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환상적인 샷도 가능하다.
여기에 후보정 기능인 이펙트 부분을 활용하면 극강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실제 유명 배경에 게임 내 랜더링 차량을 놓고 필름 그레인 기능과 글레어, 비네팅, 색온도, 노출보정 등을 도입해 실제 사진과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기능인 로비와 e스포츠를 겨냥한 스포트 모드는 이 게임의 핵심 모드이자 향후 이 게임의 발전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기능이다. 로비는 자신에게 해금된 코스를 선택해 전 세계 게이머들과 시합을 즐길 수 있는 모드다. 간단하면서도 세밀한 설정이 눈에 띈다.
스포트 모드는 매일 치러지는 데일리 레이스와 e스포츠 기능을 엿볼 수 있는 선수권 대회로 구분된다. 사실상 '커리어' 모드에 해당하는 기능으로 여섯 단계의 등급과 스포츠맨십 레이팅이라는 레이스 매너 수치 등 2가지로 게이머의 능력을 구분한다.
데일리 레이스는 매일 3개의 코스가 공개되고 정해진 시간에 참여해 자신의 성적을 기록하면 되는 방식이다. 사전 연습도 가능하며, 이 결과에 따라 DR과 SR 등급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여기서 얻게 되는 포인트를 통해 다양한 차량을 구입하거나 커스텀 요소를 넣을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에만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시간대를 파악한 후 접속해야 즐길 수 있다. 당연히 이 모드의 난이도는 상당하다. 실제 게이머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어설픈 실력으로 들어가면 SR만 잔뜩 깎인 결과만 나오게 된다. 실제 레이스처럼 살벌하면서도 실감나는 재미를 준다.
그렇다면 실제 게임 체험은 어땠을까. 우선 옵션에 따라 그리고 사용하는 자신의 플랫폼, 환경에 따라 많은 차이가 생긴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PS4 일반 버전과 프로의 차이도 생각보다 큰 편이며 자신의 TV가 지원하는 HDR 또는 UHD 등에 따라서도 만날 수 있는 해상도 수준이 다르다.
그래서 환경이 뒷받침을 해줄 경우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을 만날 수 있다. 4K 해상도의 경우는 100% 4K가 아닌 기존 해상도에 업 스케일링이라 다소 아쉽긴 하지만 60프레임 환경에 맞출 경우 프레임 저하도 거의 없이 완벽한 그래픽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옵션에서 프레임 우선 또는 해상도 우선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조작 방식부터 게임 내 상당수 요소를 커스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환경 내 최고 수준을 경험할 수 있다. 세밀하고 섬세한 옵션은 이 게임이 가진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초보자와 중급, 상급자 모두를 고려한 다양한 설정 기능 또한 만족스러웠다. 어떤 모드를 선택하든 만날 수 있는 상세한 설명과 도움말은 현지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으며, 차량 외에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역사적 요소들의 재미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 VR 기능 지원과 멋진 리플레이 연출 요소, 그리고 자신만의 레이서와 차량 꾸미기 기능 등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지원되는 느낌을 줘 만족스러웠다. 특히 리플레이 도중 찍을 수 있는 포토 모드는 이 게임의 숨겨진 백미 중 하나다.
리플레이 도중에 찍을 수 있는 사진 기능은 실제 달리는 환경을 역동적으로 만들거나 서킷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용도로 쓰인다. 피트 인 과정 내 세밀하게 제작된 인물들의 모습은 물론 열띤 레이싱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시야를 돌려가며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적 됐던 차량과 트랙의 개수, 날씨 존재가 없다는 점은 문제로 보인다. 경쟁 게임들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이 게임의 차량 개수는 현재까지 약 130여대 수준이다. 모 게임이 700개의 차량을 제공하는 걸 고려하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한국 차량 브랜드는 현대만 등장한다. 그러나 선택 가능한 차량은 3종 밖에 없다. 북미의 쉐보레나 유럽의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디자인의 컨셉카와 레이싱 전용 차량 등이 있지만 세계 명차를 줄줄이 만날 수 있는 경쟁 게임과 비교하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차량 하나를 매우 섬세하게 커스텀 할 수 있는 기능부터 외형과 휠 등을 바꿔 자신만의 차량으로 만들 수 있는 점, 기대 이상으로 잘 제작된 실내 디자인 등 타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이 장점이 지금의 단점을 덮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매우 세밀하게 디자인된 레이싱 시뮬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차량 하나를 매우 심도 있게 파고 들 수 있고 극적인 연출의 사진과 움직임을 제어하는 섬세한 커스텀 기능까지 그야말로 심도 그 자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레이싱 자체가 주는 승부의 재미 면에서는 부족해 보인다. 부족한 차량, 날씨 개념 없는 서킷, 온라인으로 한정된 커리어 모드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 부분이 싱글 콘텐츠도 온라인을 위한 준비 과정 정도로 보이는 점도 단점이다.
그래도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를 구매해야 할 이유는 많다. 리뷰에서 얼마나 표현됐을지 모르지만 하나의 차량을 이용해 파고드는 재미, 그리고 그 동안 다소 부족했던 배움의 과정을 매우 매끄럽게 선사했다는 점은 레이싱 게임 입문자들에겐 최선의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매우 폭넓은 옵션 요소는 조작부터 게임성, 그리고 시야까지 게임 전방위적인 부분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자신이 레이싱 게임에 약하다고 해도 이 게임은 그 이상의 재미를 충분히 제공하며 충실하고 즐거운 재미를 꾸준히 느끼게 해준다.
향후 어떤 로드맵으로 차량과 서킷이 추가될지는 모르지만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는 오랜 시간 기다려온 PS4 첫 시리즈라는 어려운 과정을 슬기롭게 해낸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