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라스트 데이 오브 준
게임명: 라스트 데이 오브 준 (Last day of June)
개발사: 오보소니코(Ovosonico)
유통사: 에이치투 인터렉티브(H2 INTERACTIVE)
플랫폼: 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세다. 요즘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다뤄지는 이 소재는 과거에 대한 향수는 물론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느끼기 어려운 독특한 재미를 전달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 리뷰에서 다룰 게임 '라스트 데이 오브 준'도 이 같은 타임슬립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칼리는 교통사고로 자신의 연인 준을 잃게 된다. 하반신 마비가 된 그는 화가 생활도 접고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초자연적인 현상을 만나게 된다.
게임은 준이 사망하고 난 후 한참 후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그린 그림 속에서 타임슬립을 경험할 수 있는 칼리는 준이 사망하기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가 그녀를 다시 구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그리고 알 수 없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긴 흥미롭게 돌아간다.
게이머는 3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준을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게임 내에는 여러 반전 요소들이 즐비하고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독특한 이야기까지 더해져 예상치 못한 재미까지 선사한다. 특히 중,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방향은 알 수 없는 전개까지 더해진다.
특히 게임 내 존재하는 마을 속 여러 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스포일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은 준 되살리기를 넘어 예상치 못한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준을 되살리기 위한 여정처럼 전개되지만 인물들의 그 동안 숨겨놓았던 비밀과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매우 탄탄한 이야기가 완성이 됐다. 그래서 3~5시간의 짧은 플레이 시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같은 효과는 그래픽과 소소한 재미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의 그래픽은 꽤나 아름답다. 타 게임에서 보지 못한 수수한 그래픽 효과는 칼리와 준,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을 아름답게 채워준다. 아마 그래픽만 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자신의 플레이 형태에 영향을 받는 게임 진행 과정들은 소소한 재미 요소다. 예를 들어 꽃을 가지고 가 준에게 주면 자신을 그리던 그림에 변화가 생긴다거나 타임슬립 과정에서 서로의 행동이 영향을 줘 예상치 못한 이벤트를 만날 수 있는 점 등이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있는 환상인 '디오라마' 현상은 칼리와 준의 소소한 삶에 대한 추억들을 엿볼 수 있게 해 몰입도를 높여준다. 특히 디오라마는 진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여기에 적절한 배경음악까지 더해져 게임은 더욱 충실한 재미를 게이머에게 안겨준다. 참고로 음악은 '포큐파인 트리'로 알려진 스티븐 윌슨이 담당했다. 그의 음악은 다소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게임 내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요소가 됐다.
하지만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게임 내 모든 대사는 웅얼거리듯이 처리된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움직이나 연출 등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떤 내용으로 해당 캐릭터가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이 과정이 게임 내 연출 기법이지만 매우 뛰어나다고 보긴 어려웠다.
특히 카메라 조작이나 확대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디오라마는 잘 보이지 않았고 순서나 이런 것이 전무해서 대 부분의 자신의 상상에 맡겨야만 했다. 필자 입장에선 주인공을 비롯해 여러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조작 가능 범위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꽤나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 게임은 R1 달리기, X 행동 정도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게임 내 중요 연출 요소들은 모두 스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부 과정에서는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이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이 문제로 느껴진 점은 할 수 있는 동작의 수준이 '너무 한심'하기 때문이다. 문 하나를 못 여는 모습이나 진행 과정 내에서도 거의 반응이 일관적인 인물들의 모습, 딱 정해진 행동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부분들이 너무 많다.
워낙 콘텐츠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기억 찾기라는 부가 요소가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이 요소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20개 남짓 밖에 안되고 일부는 꼬여 있는 찾기가 어려워 짜증을 유발 시킨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 게임은 이야기 하나만 보고 구입할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게임이다. 이야기는 뛰어나며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 요소로 눈길을 끌지만 그 외 부분은 지극히 불편하고 답답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해외 언론들의 호평이나 일부 '감성' 게이머들은 호소 글보단 일부 플레이 영상을 조금이라도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길 추천한다. 210,000원이라는 가격이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쏟아질 다양한 대작 타이틀 구매에 그 돈을 쓰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