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집트로 간 암살자, 그 기원을 찾아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게임명: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ASSASSIN'S CREED ORIGINS)
개발사: 유비소프트 몬트리리올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PS4, Xbox ONE, PC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2007년 11월 첫 작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유비소프트의 가장 큰 프랜차이즈로 자리 매김 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과 대중 속에서 암살이라는 2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매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리즈의 출시와 매너리즘에 빠진 게임성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며 시리즈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시대관의 변화를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던 게임성과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의 꼬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유비소프트는 시리즈 열 번째 작품인 어쌔신 크리드 신작에 대해서만큼은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발표했다. 매년 출시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디케이트 이후 약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게임은 '기원'이라는 오리진이라는 명칭을 사용, 시리즈 시작에 대한 부분을 담았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기원전 1세기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를 배경으로 암살자들의 탄생 배경과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찾는 존재들을 막기 위한 형제단, 그리고 주인공 바예크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시리즈를 벗어나기 위한, 어쩌면 초심에 대한 이야기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QTE 방식의 전투는 기술과 회피 중심의 전투로 개편됐으며, 이야기 중심의 메인 퀘스트, 의미가 크게 없던 수집 요소 삭제 등이 눈에 띈다.
전투 방식의 변화는 환영할만하다. 일명 '히트박스' 방식으로 개편된 전투는 반격 타이밍 중심의 전투가 아닌 자신의 무기, 적과의 거리, 보유한 스킬, 공속과 회피 등이 매우 중요한 방식을 게이머에게 제공한다. 쉽게 말하면 '다크 소울'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반격 기술이나 '시그니처' 액션 등으로 상대방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요소는 그대로 있지만 사용이 까다롭고 전투의 종료에서만 발동 되는 식으로 한정됐다. 무기에 따라 근, 중거리를 고려해야 하고 공격 속도에 따른 차이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기존 다수의 적에게 둘러 쌓여도 반격과 반격을 통해 모두 제압하던 쉬운 전투가 아닌 사소한 적이라고 해도 여러 조건을 고민해서 싸워야 하는 난이도 높은 전투가 됐다. 수많은 적들 사이에서 어떻게 싸울지를 고민할 수 있게 됐다는 점만 보면 큰 성공이 아닐까 싶다.
무기의 중요성이 강조된 점도 전투의 장점 중 하나다. 무기는 일반, 희귀, 전설 등 3가지 등급으로 나눠지는데 이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부가 능력이 있다. 무기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전투 상황에 맞춰 바꿔 가며 싸우는 재미도 좋다.
그리고 원거리 무기인 활과 여러 기술 조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패 등을 조합해 파격적인 전투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화살로 적의 행동을 제압한 후 방패 돌진으로 상대를 쓰러지게 만든 후 강력한 차지 공격으로 한 번에 적을 제압하는 방식 같은 것이 많다.
여기에 능력 개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기술을 조합, 다수의 적들 사이에서도 불리하지 않은 모습을 발휘할 수 있다. 초반에는 무기와 전투 방식의 변화로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지만 중, 후반으로 넘어가면 '무쌍'을 찍는 모습을 자주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전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적 요소보다 높게 느껴진다. 중반 이후 허무할 정도로 약해지는 적들이나 일부 무기의 압도적 강함으로 생기는 특정 무기 고착 등의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기존 시리즈의 전투보다는 훨씬 나아진 변화라고 본다.
진행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띈다. 우선 기존에 무의미하게 반복되던 사이드 퀘스트는 전부 사라졌다. 이야기 중심의 메인 퀘스트를 제외하면 불필요하게 게이머를 괴롭히는 요소는 모두 없어졌다고 봐도 무관하다.
이야기는 고대 결사단에 의해 자녀를 잃은 주인공 바예크가 복수를 다짐한 후부터 시작된다. 고대 결사단은 민중을 지배하고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집단이다. 이들은 꼭두가시인 프톨레마이어스 13세를 조종하면서 이집트 전역을 억압하고 있다.
이들은 가면을 쓰고 가명을 사용,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 그 중에는 바예크의 아이를 죽인 인물도 존재한다. 바예크와 그의 아내 아야가 이들을 쫓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게임은 이들을 제압하고 이집트의 번영을 위해 과정을 게이머의 선택으로 이끌어내도록 한다.
사이드 퀘스트는 다양한 수행 조건을 가지고 있고 스톤 서클이나 파피루스 수수께끼 등의 독특한 요소 등을 통해 충실한 재미를 제공한다. 특히 스톤 서클은 게임의 '어떤' 부분과 큰 연관을 가지고 있고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제공, 향후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레벨이 필요하다. 기존 게임이 어느 정도 능력치만 허용되면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던 것과 달리 오리진은 1레벨부터 40레벨까지 지역마다 요구하는 레벨 수치가 다르게 돼 있다.
그래서 해당 지역을 갈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메인, 사이드 퀘스트를 모두 진행해야 한다. 낮은 레벨로도 갈 수 있지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도적이나 강력한 존재인 '치안대'에 의해 쉽게 제압 당하게 된다.
특히 적들의 발전된 인공 지능 때문에 말을 타고 가는 아군을 추적해 제압하거나 원거리 무기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모습 등을 통해 레벨 차이가 2~3만 나도 금방 죽게 된다. 치안대는 엄청난 추적 속도를 가지고 있고 높은 체력과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큰 임무 진행 시에는 세누(독수리) 기능을 통해 전략성을 마련하도록 해뒀다. 세누를 이용하면 적의 마킹부터 전투 시 도움을 받거나 숨겨진 보물 등을 동기화 시켜 찾아낼 수 있게 해준다. 이 기능 사용 여부에 따라 난이도에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주요 암살 목표가 있는 지역은 시간대에 따라 적의 숫자부터 이동 경로 등이 바뀌기 때문에 세누의 사용이 필수다. 세누의 기능 중에는 적 캐릭터들의 이동 경로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목표를 손쉽게 암살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기능 사용 시에는 난이도가 정말 많이 낮아진다. 건물 속의 적들이 마킹할 수 있고 동선이나 하는 행동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버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이는 세누 사용이 가능해지는 초반부터 발생한다.
기존보다 자유도가 다소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매우 넓은 지역과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가 존재해 그런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레벨 성장 속도가 적당히 빨라 모든 사이드 퀘스트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레벨 성장 시에는 능력을 개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얻게 된다. 이 포인트를 통해 선지자, 사냥군, 전사로 나눠지는 3개 부분 능력 등을 개방할 수 있다. 이 능력 개방에 따라 게임의 진행, 난이도가 확 달라진다. 40레벨 이후에는 특정 이벤트를 통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특징들이 결합돼 오리진은 기존 시리즈를 넘어선 충실한 재미를 게이머에게 제공한다. 바예크의 이야기도 꽤나 흥미진진하고 부수적인 모드나 이벤트 등도 많아 파고 드는 재미가 크다. 특히 아이템 파밍은 꾸준히 게임을 즐길 요소로 만족스러운 재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넓은 지역과 그 곳마다 갈 수 있는 점령지역, 숨겨진 요소 등을 찾는 재미도 좋다. 웅장한 피라미드와 지하 세계에 있는 동굴, 도적들의 아지트, 바다 속 유적지 등 볼거리도 많기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부수적인 요소들도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AAA급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토 모드는 SNS 방식으로 변경돼 눈길을 끈다. 직접 찍은 사진 등이 게임 내 맵에 기재가 되고 친구 게이머의 사진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좋아요'를 누르는 기능도 존재한다.
매일 한 번 수행할 수 있는 상인 퀘스트부터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 임무, 탐험 요소들도 무수히 많다. 거대한 경기장에서 전차 경주를 펼칠 수도 있다. 소소한 즐길 요소 등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기 때문에 한 번 게임을 실행하면 멈추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버그다. 임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부터 물리엔진으로 인한 버그, 인공 지능 버그 등 다양하다. 대 부분은 재시작하거나 다른 임무 진행 후 다시 하면 해결되지만 빈도가 꽤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패치가 시급해 보인다.
최적화 부분도 아쉽다. 게임의 로딩 자체는 '심리스' 방식이라 길거나 불편하지 않지만 도중 프레임이 떨어지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일부 맵의 요소들을 읽어오면서 생기는 깨짐 현상도 자주 나온다. 특히 전차 경주나 지역 이동 시 자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오리진은 정말 뛰어나다. 암살단의 기원에 대해 충실하게 풀어주고 있고 독특한 방식의 보스전, 아름다운 그래픽과 방대한 지역 등 찬사가 아깝지 않은 장점들이 무수하게 존재한다.
기존 시리즈에 실망을 한 게이머들이 많겠지만 오리진만큼은 그런 우려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면 평가할 수 있다. 암살단 그 시작에 대한, 그리고 시리즈의 변화에 대한 충실함이 담긴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