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페이커의 눈물' 뒤로하고 2017 롤드컵 왕좌 올라
1년전의 패배를 딛고 절치부심한 삼성 갤럭시(이하 삼성)과 왕좌를 지키려는 SK 텔레콤 T1(이하 SKT)의 격돌은 삼성 갤럭시의 승리로 끝이 나며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4일 '새둥지'라는 별칭을 지닌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에서 '삼성'은 'SKT'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결승전은 시작부터 볼거리로 가득했다. 중국 현지, 그것도 중국의 상징 중 하나인 올림픽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한국 팀 간의 경기라는 우려를 딛고 롤드컵 현장에는 무려 4만 여 명의 관객이 들어차 뜨거운 응원과 열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오프닝 및 클로징 세레모니에는 중국 톱스타 주걸륜과 유명 DJ 앨런 워커, 그리고 올해 롤드컵의 주제가인 'Legends Never Die'를 부른 Against the Current가 공연을 펼쳤으며, 공연 중간 AR(가상 현실)로 '엘더 드래곤'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등 중국의 AR 기술력을 유감없이 선보여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양 팀간의 관계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6 롤드컵' 결승전에서 5세트까지 가는 혈전 끝에 패배를 겪으며, 1년 간 절치부심한 삼성과 지난 서머 시즌부터 흔들리며 많은 불안함을 노출했지만, 페이커(이상혁 선수)의 눈부신 활약 속에 다시 결승에 올라 통산 4회,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SKT의 격돌은 전세계 LOL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SKT의 우위를 점했지만, 경기는 1세트 부터 삼성의 승리였다. 강력한 라인전과 치밀한 오브젝트 컨트롤, 그리고 빈틈없는 전 방위 압박으로 상대를 압도한 삼성은 37분 만에 SKT의 넥서스를 파괴하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진 2세트에서 삼성 갤럭시는 SKT에게 퍼스트 블러드와 퍼스트 타워를 허용하는 등 초반에 다소 흔들리는 듯 했으나, 게임 중후반 연이은 교전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바론을 2회 차지하는 등 트레이드마크인 탄탄한 운영을 통해 안정적으로 승리를 챙겼다.
마지막 3세트는 삼성 갤럭시와 SKT 간의 치열한 전투가 압권인 경기였다. 2세트와 마찬가지로 게임 초반 교전에서 2킬을 내주는 등 불안하게 출발한 삼성 갤럭시는 게임 중반 SKT에게 바론까지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 갤럭시는 그러나 강력한 조합을 바탕으로 SKT의 매서운 공세를 막아낸 후, 게임 후반 난전에서 뱅(배준식) 선수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한 수 위의 팀플레이를 보여주며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경기가 끝난 이후 메모장으로 화면에 띄어진 '패배'를 가리며 눈물을 쏟은 패이커의 모습은 많은 e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수 많은 시련 속에서도 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모습을 보인 페이커인 만큼 이번 경기에서 흘린 그의 눈물이 더욱 화제가 되었다.
사연 많은 선수들로 이뤄진 삼성 선수들의 사연도 이번 롤드컵 우승을 더욱 값지게 했다. 한때 세계 최강의 미드(세체미)로 불렸지만 '기량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글러로 포지션을 전환해 밑바닥부터 다시 올라와 기어이 롤드컵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앰비션'(강찬용 선수).
여러 팀을 전전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세계 최고의 서포터로 재기한 '코어장전'(조용인 선수), "2% 부족하다", "미드라이너 중 가장 '페이커'에게 약한 선수" 등의 꼬리표가 붙었지만, 끊임 없는 연습 끝에 결승전에서 '페이커'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우승컵을 차지한 크라운(이민호 선수) 등의 사연은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여기에 2014년 롤드컵 우승 이후, 주축 선수들을 모두 떠나 보내며 리빌딩을 감행한 이후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고른 활약을 펼치며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삼성의 역사도 많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LCK 최강팀 중 하나인 KT 롤스터를 꺾고 롤드컵에 진출, LCK 우승 팀 롱주 게이밍과 세계 최강 SKT 마저 단 한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리를 거두며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삼성은 이번 우승으로 SKT에 이어 롤드컵을 두 번 우승한 두 번째 팀이 됐으며, 지난 3일 기준으로 현재 상금은 약 460만 달러에 육박하며, 6일까지 판매된 '챔피언십 애쉬' 스킨과 '챔피언십 와드' 스킨 매출액의 25%가 총 상금에 추가될 예정이다. 삼성 갤럭시는 총 상금 중 37.5%를 우승 상금으로 가져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