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돌아온 메트로 컨플릭트, 스팀에서 얼리엑세스 도전한다
게임이 완성되어 출시되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개발이 되더라도 몇 년씩 걸리기도 하며, 중간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다보니 곧 나올 것 같던 게임의 출시가 연기되면서 한동안 감감 무소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매년 지스타에 등장하긴 하는데 정작 출시 소식이 없어서, 플랫폼이 지스타라는 우스개 소리를 듣는 게임도 있다.
최근 스팀을 통해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레드덕의 메트로 컨플릭트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2010년에 한게임 익스 2010 행사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게임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서든어택에 과감히 도전해 나름의 성과를 거둔 아바온라인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식 출시되지 못했다.
“개발 초기에는 매우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개발하다보니 저희 의지와 상관없이 퍼블리셔들의 사정에 의해 출시가 계속 밀리게 됐네요.
레드덕의 김정훈 사업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메트로 컨플릭트의 첫 출발은 매우 좋았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당시 최상급 그래픽 덕분에 국내는 NHN엔터테인먼트, 중국은 텐센트, 일본은 한게임 재팬 등 각 국가별로 강력한 퍼블리셔들과 손을 잡았으며, 그해 지스타에서도 매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서비스를 맡은 퍼블리셔들이 여러 사정을 이유로 서비스 시작을 하지 않으면서 메트로 컨플릭트의 출발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특히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북미 전문 퍼블리셔 OG플래닛과 함께 준비한 스팀 부분유료화 서비스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오랜 기간 방치됐다. 나와야 할 시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오랜 기간 개발한 게임이 조용히 묻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전히 계약된 퍼블리셔들이 있긴 하지만,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직접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게임을 완성시키고 싶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진들이 선택한 것은 스팀 서비스 재도전이다. 이번에는 부분유료화가 아니라 패키지 버전으로 얼리엑세스를 도전하기로 했다. 아바 온라인을 오랜 기간 서비스하면서 부분유료화 게임의 밸런스 조절의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게임성에만 집중할 수 있는 패키지 버전을 시도해보기로 한 것이다. 예전과 달리 게이머들의 부분유료화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며, 재미만 보장된다면 게임을 구입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실장은 최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예전이라면 패키지 버전을 선택하는게 큰 모험이었겠지만, 이제는 시장 분위기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개발했기 때문에 콘텐츠는 충분히 쌓았습니다. 그래픽도 최신 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스팀 엑세스 버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홍동균 개발실장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개발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 각기 다른 스킬을 가진 캐릭터들이 전략적인 대결을 펼치는 재미를 강조했다. 캐릭터 스킬은 단일 타겟만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아군 혹은 적군 전체에게 적용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스킬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전황이 바뀌기도 한다. 현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오버워치와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다소 과장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오버워치와 달리 메트로 컨플릭트쪽이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이다.
물론, 다양한 스킬을 가진 캐릭터는 그 당시에는 신선한 컨셉이었지만, 오버워치가 성공을 거둔 지금은 더 이상 메트로 컨플릭트만의 강점이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재미를 선보일 수 있는 익스트림 도미네이션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모드를 내세웠다.
익스트림 도미네이션은 이른바 움직이는 전장이 컨셉인 모드로, 최종 병기 개념인 마커를 먼저 차지한 뒤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에 설치하고 일정 시간 동안 지켜내면 승리하는 모드다. 마커는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중에 격전이 펼쳐지는 지역이 계속 변하게 되는 것이 이 모드의 핵심이다. 이 외에도 폭파, 탈출, 침투 미션이 포함된 특수작전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며, 캐릭터마다 다른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미션이라고 하더라도 캐릭터가 하나 추가될 때마다 같은 모드라도 전혀 다른 전략이 나올 수 있다.
또한, 패키지 버전으로 출시된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 캐릭터, 스킨 등 모든 아이템을 게임 머니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구입하면 추가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며,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유료 아이템이 없으니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패를 겨루게 된다. 홍실장은 예전에는 부분유료화 게임이다보니 게임 아이템이라기보다는 상품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더 가까워서 한계가 있었다며, 부분유료화를 걷어내고 나니 오히려 게임성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 중에 스팀 얼리엑세스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물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같은 대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큰 성공을 기대했다면 굳이 배틀그라운드와 콜오브듀티 월드워2 같은 대작 게임이 즐비한 지금 시기를 선택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동안 정성 들여 만든 게임이 그냥 사라지는게 아쉬워서 더 늦기 전에 도전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얼리엑세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면 이용자분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게임을 발전시켜나가고 싶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