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되는 카카오판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그들의 선택

기대 만큼 우려도 많은 카카오판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서비스가 금일(14일) 시작된다.

정식 서비스 전부터 국내 PC방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인 만큼 정식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긴 하지만,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가 제대로 운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은 편이다.

특히, 지난 10월 24일 미디어 간담회 때에는 스팀 버전과 통합 서버로 운영하겠다는 정책을 밝혔으나, 서비스 하루 전인 13일 갑작스럽게 스팀 버전과는 별도의 서버를 운영한다고 말을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좀 더 쾌적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환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번에 입장을 바꿨으니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는 아이템 판매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못 믿겠다는 반응도 있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카카오게임즈가 말을 바꿔 배틀그라운드 국내 서비스를 별개 서버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스팀 서버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동시접속자수가 25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보니 항상 서버가 혼잡하며 점검도 잦아, 게임 접속에 대한 불만 때문에 게임 평가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공식 대회에서 조차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가 적발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불법 프로그램을 막을 수 있는 개별 서버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많았다는게 카카오게임즈의 입장이다. 불법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이메일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스팀과 달리 카카오 버전은 실명 인증을 하기 때문에 불법 프로그램 문제에서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처음과 달리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긴 하지만, 사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 개별 서버는 특별한 이득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선택이다. 분명 개별 서버를 선택하면서 운영 측면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감수해야 할 위험도 많아졌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카카오게임즈가 욕을 먹을 것을 감수하면서도 개별 서버를 발표하게 된 것은 그들의 주력이 개인이 아닌 PC방이기 때문이다. 패키지 버전의 경우에는 접속이 불안해도 욕을 먹는게 전부이지만, 사용 시간만큼 과금을 받는 PC방 서비스의 경우에는 접속 불안 현상이 심해지면 실질적인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서비스 초반 접속 문제가 심각했던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도 환불 사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또한, 스팀 글로벌 서버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이용자 중심으로 불법 프로그램 사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15세 이용가 버전까지 준비중인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불법 프로그램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개별 서버 운영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반면에 개별 서버를 선택하면서 성공에 대한 리스크도 대폭 커졌다. PC방에서 스팀 버전을 이용하면 과금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20%가 넘는 기존 PC방 스팀 이용자 없이 맨땅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블루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틀그라운드 스팀 버전을 구입한 사람이 무려 130만명에 달하는 만큼, 사실상 카카오 버전의 개인 판매는 크게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며, 스팀 버전을 구입한 이들이 PC방에서는 카카오 버전을 플레이하길 바라는 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정확하게 추산할 수는 없으나 개인 버전을 구입해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는 PC방 점주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며, 이들이 카카오 버전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버전 대여 서비스는 불법이긴 하나, PC방과 상생해야 할 게임이 많은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후폭풍이 무서워 강력히 단속하기도 어렵다.

또한, 갑작스런 정책 변경으로 인해 변경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져 솔로, 듀얼, 스쿼드 등 모든 서비스를 정상화하기까지 좀 더 많은 준비 시간이 필요해졌다.

물론, 개별 서버 운영으로 인해 카카오 버전만의 별도 과금 정책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사전예약에서도 캐릭터 티셔츠 아이템이 보상으로 지급됐으며, 향후에도 카카오 버전만의 독특한 아이템과 장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하지만,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 판매는 절대 없다는 것이 카카오게임즈와 펍지주식회사의 입장이다. 어차피 카카오 버전 역시 서버만 다를 뿐, 스팀 버전 클라이언트와 동일하게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우스개 소리로 나오고 있는 기간제 총기 아이템 같은 것은 절대 나올 일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출발해야만 말이 되는 배틀로얄 장르의 특성상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동안 게이머들 사이에 퍼진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불신이 사태를 키우고 있는 느낌이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이 역시 카카오판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다만, 능력치 보정이 없는 캐릭터 꾸미기 의상 아이템만 판매된다고 하더라도, 이 아이템이 카카오 버전에만 적용되는 만큼, 그 의상이 의도치 않게 보호색이 된다거나 하는 변수를 철저히 대비해야 할 필요는 있다.

과연 카카오판 배틀그라운드가 서비스 직전 입장 번복이라는 악재를 딛고,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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