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효성없는 규제의 상징' 게임 셧다운제,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지난 2011년 11월 20일, 국내 게임업계에 게임 규제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셧다운제(Shutdown制)는 일정 시간동안 컴퓨터의 일부 접속을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보호법 제26조를 기반으로 게임 청소년의 수면보장과 과몰입 방지를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이용자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게 골자였다.

셧다운제 이미지
셧다운제 이미지

언뜻 보면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취지의 법안 같지만 사실 이 '게임 셧다운제'는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실효성이 극히 미미했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보통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취침을 하는 게 일반적이며, 새벽에 깨어있는 아이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모의 관리없이 일부 새벽까지 깨어있는 청소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들은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TV나 인터넷 등을 즐기며 취침에 들지 않았다. 또한 일부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게임에 접속해 원초적으로 '게임 셧다운제'를 무효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오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 셧다운제는 가정에서 청소년을 돌보지 않으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규제였으며, 반대로 청소년을 돌보는 가정에서는 있을 필요가 없는 법이었다. 또 하나 각 게임회사의 동시접속자 수가 새벽이 되어도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도 게임 셧다운제의 무용론을 증명해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같은 게임 셧다운제가 국내 게임업계에는 상당한 피해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게임회사는 게임 셧다운제 때문에 일일이 게이머들의 개인정보를 받아야 했으며, 셧다운제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했다. 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보안 프로그램의 구입과 관리, 게임 셧다운제 인력 세팅 등 실시간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같은 비용의 발생은 대기업들을 제외한 중소기업들에게 치명적인 부분으로 다가왔으며, 실제로 게임 셧다운제 이후 국내 신작 게임 개발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2011년 546개였던 PC-온라인게임 심의 숫자가 이듬해 253개로 반 이상 위축됐다. 또 국내 게임 성장률도 2011년에 18.5%의 성장률을 보인 이래 꾸준히 추락해 현재는 2%에 그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또한 셧다운제로 인해 1조1600억 원의 내수시장이 위축되는 역효과가 났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 때문에 여성부의 무차별 감시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이처럼 실효성이 없고 게임업계에 큰 피해를 준 이 법안에 대해, 늦긴 했지만 최근 폐지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는 김병관 의원(제공=김병관
의원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는 김병관 의원(제공=김병관 의원실)

지난 21일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1명의 의원이 셧다운제와 관련된 제26조와 제59호, 제5호를 삭제할 것을 제안하는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게임 셧다운제 폐지'가 본격화되고 있는 소식은 특히 환영할만 하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셧다운제의 효용성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진행한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 셧다운제가 이번 기회에 폐지가 되거나 보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 원론적으로 넘어와보자.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예방과 수면 보장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청소년의 수면 보장은 가정의 노력이 중점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며 법적인 규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만약 법으로 이를 준수하고 싶다면 청소년을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무조건 잠자게 하는 '청소년 강제 취침법' 등의 극단적인 법률안을 내야 할 것이다.

반대로 게임 셧다운제가 게임업계에 주는 피해는 1조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커져가고 있으며, 상상보다 크게 업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 뒤늦게 나마 게임 셧다운제의 폐지 논의가 시작되는 것에 대해 환영하며, 이같은 움직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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