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쉬운 게임 볼륨... '가면라이더 클라이맥스 파이터즈'
게임명: 가면라이더 클라이맥스 파이터즈 (KAMEN RIDER Climax Fighters)
개발사: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유통사: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
플랫폼: PS4
현지화: 자막 한글
필자명: 구석지기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필자는 가면라이더 시리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오늘 리뷰에서 다룰 가면라이더 클라이맥스 파이터즈가 현지화된 첫 번째 시리즈라는 점, 그리고 PS4의 성능을 활용한 첫 번째 시리즈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후에는 이를 어떻게 리뷰로 쓸지 고민이 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가면라이더가 유명 IP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만 되어도 팬들의 구매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지만 실제 이 게임은 그런 고민이 반영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전작으로 볼 수 있는 가면라이더 클라이맥스 히어로즈는 시리즈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대전이라는 한계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들이 많이 있었지만 시리즈가 이어져 오면서 게이머들, 마니아들의 충분한 지지를 받아왔다.
가장 마지막 게임인 Wii 버전 가면라이더 슈퍼 클라이맥스 히어로즈는 캐릭터 볼륨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더빙부터 원작에 등장한 성우를 대거 기용했고, 능력치 강화 요소, 스킬 해금 등의 즐길 요소들도 제법 존재했다.
하지만 PS4로 약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클라이맥스 파이터즈는 히어로즈 시리즈가 가진 장점을 모두 포기한 채 '곁'만 중시된 시리즈의 신작이 됐다. 필자는 가면라이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 이 게임을 접했을 때의 실망감은 정말 크지 않을까 싶다.
클라이맥스 파이터즈는 약 28명의 가면라이더 캐릭터들이 등장해 싸우는 일종의 3인칭 시점 배틀물이다. 게이머는 자신 또는 자신의 팀과 함께 다른 가면라이더와 대결을 펼치고 승리하면 된다. 온라인 모드와 미션 모드, 프리 배틀 등 3개의 게임 모드가 존재한다.
먼저 프리배틀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싸우는 모드다. 캐릭터부터 배경, 시간, 상세한 설정 요소, 팀, 핸디캡, 다인, 1대1 등 여러 형태로 싸울 수 있다. 처음부터 28명의 캐릭터가 모두 해금돼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대립하면 된다.
28명의 가면라이더는 쿠우가를 비롯해 비스트, 파이즈, 스펙터, 고스트, 빌드 등 시리즈를 거쳐간 유명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실제 성우들이 참여해 듣는 재미도 솔솔 하며 재현된 그래픽 면에서도 꼼꼼함이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제법 부드럽고 멋진 연출은 원작 팬들이라면 만족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마다 각각의 스킬과 커맨드를 보유하고 있고, 특정 공격에서 연결되는 액션들을 이어가며 강력한 콤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특히 일반 공격과 띄우기 연계, 그리고 개성(기술)으로 상대방을 몰아 세운 후 초필살기를 넣을 때 쾌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어느 정도 적응만 되면 적을 압도하는 강력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성 중에는 다수의 적을 한 번에 공격할 수도 있어 시원한 느낌을 잘 살려준다.
필살기 연출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 완전히 원작이 추구하는 느낌을 구현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PS4의 성능에 맞춰 깔끔하게 나오는 모습은 시리즈를 이어온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꼼꼼한 구현력을 느끼게 해준다.
액션은 기존 시리즈가 평면 형태에서 싸우는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백 뷰' 형태로 변경했다. 덕분에 필드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상황에 맞춘 전술적 액션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지형 지물을 이용해 적의 장거리 개성을 피하거나 높은 곳에서 기습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콤보나 액션 동작은 쉬운다. 1개의 공격 버튼과 좌우, 앞뒤 방향 조합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이는 개성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시를 조합하면 더 다양한 기술이 나온다. 또한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 꼭 필요한 '폼'도 구현이 돼 있다. 아쉽게도 폼은 배틀 중에서만 변경된다.
특히 폼이 다양한 캐릭터들은 적을 벽에 충돌 시킨 후 그때 발생하는 딜레이에 폼을 변경하고 새로운 기술을 넣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디케이드'의 경우는 다른 캐릭터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강력한 연속 콤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아쉬움 투성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부족한 콘텐츠다. 게임은 프리 배틀과 미션 모드, 온라인 모드 밖에 없다. 프리 배틀은 몇 개의 옵션을 변경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자유롭게 싸우는 모드일 뿐 특색은 없다.
미션 모드의 경우 3개의 튜토리얼과 7개의 미션으로 나눠져 있고 각각 5~7개 정도의 세부적인 항목으로 채워져 있다. 항목이라는 건 큰 의미는 없다. 튜토리얼의 경우 어떤 행동을 배우는 식으로 끝나고 미션은 한 번의 대전을 완수하면 되는 형태다.
조금 당황스러웠던 건 헤이세이 캐릭터가 까지 모두 불러낸 이 게임이 스토리 진행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미션에서 일부 연출이나 캐릭터 대사, 상황이 있지만 최소한이지 별 특색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대략 2~3시간이면 게임 내 모든 미션을 완수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얻는 보상 역시 없다. 게임 내 도전과제를 획득할 수 있지만 캐릭터가 해금되거나 볼거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온라인 대전에서 쓸 수 있는 아바타 요소가 있지만 온라인 모드 자체가 너무 빈약해서 거의 쓰일 일이 없다.
온라인 모드는 국내에선 즐기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너무 자주 튕기고 정상적으로 진행되어도 렉이 수반돼 진행하는 내내 그야말로 짜증만 생긴다. 참고 즐긴다고 해도 게임 내 캐릭터들의 밸런스가 워낙 나쁘기 때문에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캐릭터 밸런스의 문제는 개성도 개성이지만 폼에서 많이 발생한다. 폼을 가진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특정 캐릭터는 겨우 겨우 견제로 승리를 한 것에 반해 어떤 캐릭터는 그야말로 절명 콤보로 적을 압살해 버린다.
이런 문제점은 게임 내 불합리한 액션 시스템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가면라이더 특성 상 공중으로 점프 후 '날아차기'로 들어오는 기술이 많은데 장거리 개성(기술)들이 이를 견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운' 상태에서는 어떤 공격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단타 위주의 캐릭터가 불리하다.
벽에 충돌한 후 빠져 나오는 방법은 기다림뿐이며, 지형 지물을 활용한 점프 위주의 스킬 캐릭터 (예를 들어 쿠우가) 들이 날 띄기 시작하면 지상 위주의 콤보 캐릭터로는 거의 당하기만 하게 된다. 기술 사용 중 무적 시간이 전무해 발동 하자말자 얻어 맞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기존 시리즈가 가져왔던 성장 요소부터 '무쌍'식으로 변모한 '가면라이더 배틀라이드 워' 시리즈의 장점 등을 흡수하지 못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렇게 적은 볼륨에도 게임의 가격은 6만원을 넘는다.
팬들의 입장에선 PS4로 나온 캐릭터들의 모습과 연출을 보는 재미와 자막 한글화된 첫 번째 시리즈라는 기대감 등으로 구매를 할지도 모르지만 가면라이더의 마니아라는 이유만으로 구매하기엔 단점이 너무 많다.
이후 시리즈가 다시 국내 정식 출시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게임성을 가진 시리즈라면 국내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아내긴 다소 어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