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케! 닌텐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지난해 전 세계 게이머들을 사로잡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이하 야생의 숨결)’가 지난 1일 국내에 자막 한국어 버전으로 정식 출시 됐다. 이 게임은 주로 서양의 게임 미디어를 통해 집계되는 GOTY(Game of the Year)에서 최다 GOTY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비평가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세계에 많은 팬을 보유한 젤다 시리즈의 최신작, 마찬가지로 열광적인 팬을 거느리고 있는 닌텐도, 여기에 게임 내 거의 모든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픈월드 시스템까지 갖춘 것을 고려하면 ‘야생의 숨결’이 지난해 최고의 게임에 등극한 것은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국내 게이머들도 정식 출시에 앞서 구매해 즐겼을 정도이니 말이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흐름 지금, 국내 게이머들도 이제 야생의 숨결을 친숙한 한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용사가 최종 보스를 물리치는 간단 명료한 스토리지만, 한글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는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오픈월드 기반의 게임들이 단순한 선형 전개를 넘어 게이머가 직접 스토리를 더 찾아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비(非)선형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야생의 숨결도 마찬가지다. 게이머가 노력하고 플레이하는 만큼 게임 속 다양한 이야기를 더욱 깊게 만날 수 있다.
게이머는 주어지는 메인 퀘스트 외에도 마을 곳곳을 돌아 다니며 NPC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며, 책 등을 살펴보면서 야생의 숨결이 가진 이야기로 빠져들 수 있다. 과거 JRPG를 즐기던 게이머라면 NPC 하나하나 말을 걸어가면서 즐겼던 추억도 떠오를 만하다.
그리고 게임의 특성상 튜토리얼에 가까운 과정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에 NPC와의 다양한 대화 등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아이템 강화를 돕는 대요정의 샘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특정 NPC와 대화를 진행하지 않으면, 해당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맵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다가 대요정의 샘을 만날 수도 있다. 그 만큼 야생의 숨결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 이기도 하다.
게임의 전반적인 그래픽도 스위치의 성능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라는 것을 팬들이라면 바로 알 수 있도록 익숙한 느낌을 제공하면서도, 만화나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으로 거대한 오픈월드를 그려냈다. 특히, 야생의 숨결은 다양한 사당을 클리어하고 극복의 증표를 얻어 링크의 능력을 올리는 게임의 특성상 높은 곳에 올라가 사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 높은 곳에서 제한 없이 바라보는 거대한 하이랄의 대지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역시 야생의 숨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다양한 상호작용이 마련된 오픈월드 시스템이다. 오픈월드 기반 게임들이 비슷비슷한 시스템을 보여주며 어느정도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에서 야생의 숨결은 오픈월드 게임이 한발 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야생의 숨결에서는 말 그대로 게임 속 거의 모든 것과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플레이도 게임 속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게임의 핵심 아이템인 씨커 스톤에는 다양한 능력이 있으며, 게이머는 이를 활용해 정말 기발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배를 타지 않으면 가지 못할 것 같은 외딴 섬에도 얼음을 계속해서 생성해 다가갈 수 있으며, 아무리 무거운 물체라도 쇠라면 씨커 스톤의 능력을 활용해 들어 올릴 수 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쉽게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장소도, 씨커 스톤의 능력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수두룩하다. ‘이게 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게임 내에서 시도하면 실제로 되는 경우도 많다. 링크의 육성을 위해서 게이머는 사당을 클리어해 극복의 증표를 얻어야 하는데, 사당 내에 마련된 퍼즐도 꼭 정석이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편법으로도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게이머는 틀에 박힌 대로 플레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어느새 길이 막혔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막힌 길을 넘어서는 플레이는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야생의 숨결은 게임 플레이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최종 목표라 볼 수 있는 ‘가논’을 언제 물리칠지도 게이머의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야생의 숨결이 만들어낸 오픈월드 시스템은 게임 내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추운 곳에 가면 추위를 피하기 위한 옷을 입어야 하고, 사막 같은 더운 곳에 가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 전기가 통하는 쇠 같은 재질의 무기나 갑옷을 입고 있다면, 벼락이 치는 날씨에 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비가 오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모닥불도 당연히 꺼진다.
여기에 낮과 밤에 등장하는 몬스터도 다르고, 비가오는 날에만 만날 수 있는 동물도 존재한다. 화살이 부족하면 몬스터에게 접근해 방패로 화살을 막아 부족한 화살을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히 요리도 마련됐으며, 재료에 따라 정말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실수로 모닥불 근처에 떨어뜨린 사과가 구운 사과가 되기도 한다. 현실 속 일반 상식 들이 게임 내에서도 그대로 구현된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픈월드 게임으로 탄생한 만큼 수집할 수 있는 요소들도 정말 가득하다. 게이머는 사진을 촬영해 각종 요소를 수집할 수 있으며, 숨어있는 코로그를 발견해 코로그 열매를 얻어 인벤토리도 늘릴 수 있다. 게임 내에 마련된 모든 즐길 거리를 즐기려면 정말 몇 백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보인다.
‘야생의 숨결’은 지난해 성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해도 부족하지 않은 게임임이 분명하다. 다만, 게이머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요소도 존재한다. 야생의 숨결이 가진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너무 약하게 느껴지는 무기의 내구도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평소에는 큰 상관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사당에서나 보스전에서 막상 무기가 다 떨어지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물론 내구도가 회복되는 아이템도 존재한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막상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초반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게임의 초반에는 적의 공격 한두 차례에 게임 오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초보자에게 초반은 더욱 험난하기만 하다. ‘게임이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야생의 숨결이 보여주는 게임의 콘셉트를 보면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지난해 최고 게임이라는 명예를 누리기에 충분한 게임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게임들이 야생의 숨결 이상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명의 게이머 입장에서 이정도 수준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오픈 월드 게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세상에 선보인 닌텐도에 감사를 전한다. 당케! 닌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