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팬이니까 용서할 수 있는 불편함. 소드아트 온라인 페이탈 불릿
VR 게임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라이트노벨 소드아트 온라인이 애니메이션소드아트온라인 페이탈불릿을거쳐 이제 게임IP로도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콘솔 플랫폼만 봐도 할로우 프래그먼트, 로스트송,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 액셀 월드 VS 소드아트 온라인 천년의 황혼, 그리고 최근에 발매된 페이탈 불릿까지 매년 새로운 작품이 발매되고 있으며, 모바일로도 비슷한 수의 게임이 등장하고 있어, 라이트 노벨이 아니라 게임이 본가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번에 발매된 소드아트 온라인 페이탈 불릿은 그동안 소드아트 온라인 시리즈를 개발했던 아쿠리아와 아트딩크가 아닌 스트리트 파이트4와 5를 개발했던 딤프스가 개발한 게임으로, 소설의 3부이자 애니메이션 2기에 해당되는 건게일 온라인을 소재로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요즘 나오는 PS4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그래픽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원작의 느낌은 충분히 살리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을 보는 맛이 있다.
판타지 세계관이었던 아인크라드와 알브헤임과 달리 총기가 등장하는 근미래 세계인 건게일 온라인을 소재로 만든 만큼, 등장하는 무기들이 검과 방패가 아닌 총기류이며, 전투 스타일도 이에 맞춰 TPS로 변화했다(물론 원작에서 어디서나 칼을 고수하는 키리토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위해 광선검도 등장하긴 한다).
장르가 달라졌긴 하지만, 원작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가는 게임인 만큼, 전투 스타일 외에는 이전 작들과 비슷한 흐름이다. 원작에 등장했던 키리토, 아스나 등 인기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이들과 함께 파티를 꾸려 레벨업과 장비 수집을 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스토리를 즐기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작에 주인공은 그동안 스토리를 이끌어왔던 키리토가 아니라 이용자가 생성한 새로운 캐릭터이다. 이용자는 친구 따라 게임을 시작했다가 우연히 획득하게 되는 고성능 서포트 AI 아파시스와 함께 건게일 온라인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들을 경험하게 된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 주인공이 됐으니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별도의 스토리가 전개되며, 키리토, 아스나, 시논 등 애니메이션에서 중요 인물로 등장했던 이들은 모험을 함께 하는 동료로 등장한다. 원작 주인공들이 이전 작들에 비해 너무 존재감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를 또 다시 반복하는 것보다는 이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것이 더 보는 맛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들과 함께 파티를 구성해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우호도가 오르게 되며, 우호도가 오를 때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와 돌아가며 파티를 구성하는 재미가 있다.
이전 작과 전혀 다른 TPS 스타일의 전투인만큼 다소 불안감이 있을테지만, 전투 자체는 꽤 재미있는 편이다. 불릿 서클이라고 해서 서클 안에 적이 위치하면 알아서 적을 맞춰주는 자동 보정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패드로 바들바들 떨면서 조준을 하지 않고 마구 갈겨도 왠만한 적들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이용자가 직접 조준을 해서 적의 약점 부위를 맞추면 크리티컬 대미지가 뜬다.
쓸데없이 피통만 큰 보스전과 잘 보이지도 않은 거리에서 머리만 기가 막히게 노리는 적 스나이퍼들 때문에 초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느낌이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좋은 무기를 획득하고, 강화와 개조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면 나름 손 맛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원래 MMORPG라는게 결국 레벨과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노가다 아닌가!
다만, 문제가 있는게 같이 파티를 구성해서 싸우는 AI들이다. 부품이 부족해 시작부터 나사 빠진 로봇 같이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는 아파시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보다 높은 레벨로 등장하는 나머지 캐릭터들도 전투만 돌입하면 왜 이렇게 삽질을 하는지. 가끔 실수로 죽었을 때 와서 살려주는 행동을 할 때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적을 없앨 생각은 안하고 아군을 살리겠다고 적 한가운데로 돌진하는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계속하기 때문에 그냥 혼자서 적을 다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편할 때가 대부분이다.
AI를 제외하고는 나름 잘 나온 전투 시스템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게임 수준은 팬이 아니라면 참아 주기 힘든 수준이다. 팬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스토리를 감상하며, 나름 괜찮게 만들어진 전투를 통해 아이템 파밍을 즐기는 맛이라도 있지만, 팬이 아니라면 조잡한 인터페이스, 불친절한 게임 시스템, 버그 등을 참아가며 플레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말 기능 구현에만 충실한 인터페이스는 학생이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하고, 세련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초보자들을 더욱 더 헤매게 만든다. 예를 들면 언뜻 보기에는 편한 것처럼 보이는 맵 순간 이동 기능의 경우에도 던전 내에서 맵을 열면 순간 이동 지점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전체 지도로 초기화 시킨 후 다시 맵에서 던전을 찾아 들어가야 보스 에어리어로 가는 지점이 표시되며, 동료 교체하는 법, 스킬 교체 하는 법, 가젯(전투 아이템) 교체 하는 방법 등 게임 플레이에 대한 설명도 글만 빼곡한 설명 화면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으면 그냥 넘기기 쉽다. 물론, 튜토리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읽어보지 않고 대충 넘긴 이용자의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스킬과 가젯을 왜 특정 지역에 있는 단말기를 이용해서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사실, 특정 팬들을 노리고 만든 IP 게임들은 IP의 인기를 이용하기 위해 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게임적인 완성도 부분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는 편이다. 이 게임 역시 팬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캐릭터들과 함께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그냥 게임으로만 보면 많은 부분이 허술하다. 단순히 IP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소드 아트 온라인 게임 시리즈가 몇개인가? 이제는 IP 게임이라고 봐줘야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