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정신 장애 등록은 아직도 논란 중" 게임문화 토론회 열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KOCCA / 원장 김영준)이 주최하며 게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금일(9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른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게임 질병코드 등제 및 게임문화의 올바른 안착을 위해 의학계, 게임학계, 인문·사회학 등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통해 다각도의 사회문화적 대응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는 총 2부로 구성되어 전문가들의 발제와 종합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발제를 맡은 이는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였다. 한 교수는 "게임이용 장애, 어떻게 보고 있는가?" 주제로 게임이용 장애의 국제적 인식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최초의 인터넷 중독사례는 1996년 6개월간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채팅방에 머물러 있던 주부가 직업도 잃고 별거하게 된 사례를 '킴벌리 영'이 조사한 것으로 이것을 통해 인터넷 중독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킴벌리 영'은 마약, 술 등 기존 중독 테스트에서 인터넷으로 단어만 바꾸어 조사를 했는데, 만약 인터넷 중독을 새로운 현상으로 인식한 뒤 조사를 했다면, 지금처럼 게임이 쉽게 '중독'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아울러 이후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그 기준이 모두 달라 공통된 의견을 찾기 힘들었으며, 인터넷 게임의 경우 논문이 나올 때 이미 스마트폰이 등장해 시장이 변했으며, 하나의 장르를 연구하더라도, 그 장르가 이미 융합되고 변화하는 등 연구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과몰입'의 기준을 시간으로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게임은 좋고, 이 게임은 나쁘다”는 기준을 잡기 어렵고, 무엇보다 장르별로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것 때문에 과몰입을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세우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또한, 게임 중독이 'DSM-5'(자폐 스펙트럼 장애) 정식 질환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오랜 시간 시간을 들여 변화를 관찰하는 종적 연구가 아닌 횡적 연구에 치중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임을 많이 하니 너는 환자다”라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것이고, 최소 6~7그룹들을 대상으로, 3~10년 아니면 그 이후까지 지켜보고 치료를 하고 극복하는 등 여러 사례를 수집할 만한 케이스가 현재까지 없으며, 무엇보다 중독으로 분류된 어린이의 경우 100%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어른의 60%가 강박증을 75%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등 공존 질환과 너무 깊게 연관되어 있어, 이들이 증상이 순수 하게 게임 중독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번 WHO의 세계진단분류(ICD-11)의 초안에 수록된 '게이밍 장애'는 내성의 기준을 어디까지 정할지도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으며, 중독의 핵심 증상인 중독 단계의 진단 기준 역시 여러 논문을 통해 제시되고 있지만, 진단 기준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여러 단체들의 팽팽한 논의가 계속되는 중이며, 지금 이 'ICD-11'의 진단 기준은 전세계의 의사 심리학자들이 모여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누가 아직도 게임을 두려워하는가?'를 화두로 게임을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는 이른바 '게임포비아'에 대해 설명했다. 윤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김일병 사건' 등의 원흉으로 '게임'이 배후로 지목된 이래 게임은 지속적으로 공격받아 왔으며, 이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 이전 매체의 공포(포비아)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거부하는 기존 세대의 공포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포비아를 크게 4가지로 구분했다. '게임=정상의 반대'로 인식하는 '주변화의 공포', 게임이 교육을 방해해 성장과 교육을 막는다는 '미성숙의 공포', 건강을 해친다는 '신체훼손의 공포', 그리고 게임 플레이가 시간을 낭비해 하등 쓸모 없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백일몽의 공포'가 그것이다.
윤 교수는 이 모든 요소들은 학부모에겐 게임을 정상적인 교육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언론은 이를 범죄의 주 요인으로 인식 시켜 사회 현상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에 일조하기도 했으며, 최근 이슈가 된 'ICD-11'을 등재하려는 WHO의 경우 공포를 조장하는 연구를 하고, 정치인들이 이를 정치에 이용하며, 이 정치인들의 발언을 근거로, 공포를 연구하는 필요성을 강조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윤 교수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여 개선이 필요한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설령 그런 존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숫자가 늘어났는가?” “게임 중독이라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게임장애가 만들어낼 새로운 문제들, 현 사회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주제로 게임장애의 문화심리학적 조망에 대해 진단했다.
이 소장은 게임이 병이라고 몰아가는 이 상황에 경계심을 가지지 않는 것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인류사회에서 네이밍 즉 이름이라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명칭에 따라 속성 자체나 의미가 달라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현상에 이름을 짓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라시보 현상'의 반대로,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는 '노시보 현상'처럼, 게임도 병이라고 판단될 경우 개인에게 발생하는 모든 증상을 게임과 연관시킬 수도 있고, 그 자체만으로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이 소장은 대부분의 게임 과몰입은 사회의 무게를 실감하는 30대 이전에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정신 장애로 분류될 경우 완치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게임 장애가 계속 지속&유지되고, 이를 통해 과도한 의료비가 지출되며, 직업 및 사회적 활동이 제약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평범(평균)한 사람이 이끌어 가기 힘든 구조인데, 스티브 잡스나 주커버그 역시 이 WHO의 기준으로 따지면 정신 장애가 될 수 있으며, 연 10억원 이상 매출 게임이 전체 게임의 0.8% 불과한 상황에서 뛰어난 게임을 만들어 돈은 만이 벌도록 만들되 중독은 안되게 하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의도가 좋은 것이 결과가 좋은 것이 아니듯, 사회문화적 파급효과, 경제성,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만약 게임이 정신장애로 등록될 경우 의사결정이 의학 관계자들의 것이라 한들 면허증만 있으면 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누가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하며, 미래를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 게임장애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