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WHO의 게임중독 장애, “게임사들 외면이 답이 아니다”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이하 KGMA) 산하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에서는 금일(17일)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 보건 기구(이하 WHO)의 게임중독 진단코드 등재에 관련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초청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번 강연에 나선 하지현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전임의와 전공의는 물론, 한국정신신체의학회 학술이사, 한국정신분석학회 편집위원&기획이사, 캐나다 토론토 정신분석연구소 연구원 등의 직책을 두루 역임한 정신과 전문의다.
- 인터넷중독 연구 상위 국가인 한국, "신뢰도는 글쎄..."
하지현 교수는 인터넷 중독 연구 분야에서 한국은 상위권이며, 이는 국가 단위로 중독 관련 조사를 하고 통계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조사의 대부분이 일정 항목을 스스로 체크하는 ‘자가 보고 진단’으로 진행되는데, 일반적인 중독자가 문제를 인정하기 까지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등학생 흡연자에게 흡연에 대한 질문을 하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듯이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 중독이나 인터넷 장애는 질병이라기 보다 새로운 증상이며, 이 행위가 원인이자 결과라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단명이 만들어 지려면 사례가 발견되고(케이스 리포트), 이에 대한 역학 조사가 진행되며, 다른 질병과 구분되는 핵심적인 개성을 발견하고, 꾸준한 조사를 통해 질병의 코스가 등장하는데, 인터넷 장애나 게임중독 연구는 이 단계가 거꾸로 시작되어 증세를 사례로 분석하려는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교수는 일반적으로 중독은 알코올, 마약 등 물질로 인해 의존성이 발생하는 경우밖에 인정되지 않았으나, 도박이 알코올 및 마약과 유사한 단계가 발생한다는 증거가 많이 등장하면서 도박이 중독으로 분류되어 행동에 의한 중독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이에 인터넷 중독이 섹션3에 등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보수적인 ICD-11의 게임중독 장애 코드 "사람을 환자로 몰자는 의도는 아니야"
이번 2018년 봄 ICD-11에 등재된 게임중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하교수는 ICD는 WHO에서 제정한 코드를 전세계가 공유해서 치료법과 여러 분야를 공유하는 범용코드라 할 수 있는 매우 파괴력이 크며, 인터넷이 제외되고 명확하게 게임이 명시된 것이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CD-11의 게임중독 장애는 일상생활보다 우선시 되는 것 문제가 되는 것을 알고도 해결하지 못하고 지속되거나 증가하거나 최소 12개월 이상 여러 영역의 기능에 심각한 손상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NS, 온라인 도박, 일반 검색도 제외되는 것은 물론, 우울증, 강박증, 사회공포증, 조현병 등의 일반적인 정신 질환에 관련된 증세와 겹치지 않아야 하는 등 매우 보수적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ICD-11의 게임장애 등록은 세계 각 지역의 동일한 질병으로 문제에 처한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건강 관련 전문가들의 관심을 증가시키기 위함이지, 사람을 환자로 몰자는 의도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많은 연구가 게임을 하는 이들 중 아주 적은 수가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으로 증명된다고 하교수는 전했다.
현재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 중인 하지현 교수의 생생한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하교수는 한교수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인터넷게임중독으로 정신과 치료를 진행한 결과 20대 초반이 가장 많은 증상을 보였고, 게임 플레이를 하루 8시간 이상 플레이하며, 이러한 행위를 3~5년 혹은 그 이상 몰입하는 이들이 병원에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 중 상당수는 게임을 할 때만 기분이 좋아지는 만족감을 느끼거나, 현실과는 다르게 게임 속에서는 인정을 받으며, 공부는 아무리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지만, 게임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강해지는 정직함을 지니고 있다는 이들도 존재하는 등 그 이유도 매우 다양하다고 전했다.
특히, 인터넷게임중독의 경우 랭킹전과 대결을 즐기는 경쟁적인 성격이나, 현실을 피해 게임으로 파고드는 도피성,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관계 지향형, 상대를 처치하거나, 게임 아이템으로 사기를 벌이는 반사회적 게임중독 등으로 분류하고 치료를 진행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 게임중독 부정군 연구비만 100억, 게임사는 연구 협의조차 없어
현재 WHO의 게임중독 장애 질병 등록에 반대하지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하교수는 3년 전 한국에 인터넷 및 게임중독을 주제로 한 논문이 무려 2,900개에 달하지만, 이를 게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연구는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게임중독 질병 코드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콘텐츠 산업 수출 금액 1위가 게임산업이라는 등의 산업적인 내용은 이미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며, 여성가족부 등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단체에서 약 100억 원에 이르는 연구 비용을 사용할 때 게임사들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이러한 문제에 대처를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하교수는 중독 사례에 포함되는 경마 산업은 문제가 되는 2% 때문에 긍정적으로 즐기는 98%를 제재할 수 없다는 논리와 함께 중독에 처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재활 및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설득력 있는 대처를 하고 있으며, 게임산업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논문의 경우 게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결과도 분명히 존재하고, 게임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진행 중이지만, 게임사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러한 연구조차 하고 있는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제라도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협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