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 이끈 도탑전기. 서비스 종료됐지만 영향력은 계속된다

지난 2014년 출시된 도탑전기가 지난 6월 서비스 4년만에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도타와 워크래프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개발된 게임인 만큼 서비스 내내 표절논란에 시달렸지만, 그 당시 유행하던 국산RPG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 주목을 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도탑전기가 당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조각 모으기로 대표되는 새로운 수집 모델로 무과금 이용자도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원하는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구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게임들은 캐릭터 수집을 무조건 뽑기로 일원화 했기 때문에 운이 없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원하는 캐릭터를 획득할 수 없었으나, 도탑전기는 뽑기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 클리어를 통해 조각을 모으면 원하는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어 합리적인 과금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성장 시스템도 기존 장비를 계속 성장시키는 형태를 도입했기 때문에, 강력한 장비를 새롭게 획득하면 이전 장비를 버리게 되는 기존 게임보다 키우는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도탑전기는 오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서비스 종료를 선택하게 됐지만, 이 같은 도탑전기의 장점들은 다른 게임으로 이어져 계속 진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여전히 도탑전기 스타일의 게임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도탑전기가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게임 중에서 도탑전기 스타일을 도입한 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마블 퓨처 파이트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 코믹스의 인기 영웅들을 수집해서 싸우는 마블 퓨처 파이트는 전투 방식이 풀3D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게임처럼 보이지만,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도탑전기의 그것과 동일하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조각을 모아 원하는 영웅을 획득할 수 있으며, 영웅의 기본 장비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능력치를 향상시키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전까지 국내 개발사들은 잘 사용하지 않은 개념이었지만, 마블 퓨처 파이트가 개발되던 시기가 중국 시장에서 도탑전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발사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마블 퓨처 파이트는 업데이트를 통해 각성 개념을 선보이면서, 월드 보스나 PVP 등 특정 콘텐츠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재료를 모아 캐릭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형태로 진화했다.

원피스, 나루토, 킹오브파이터즈, 건담 등 잘 알려진 유명 IP를 도탑전기 시스템에 적용한 사례도 많다. 아무래도 중국을 겨냥해서 개발한 게임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게임들이 많긴 하지만, 킹오브파이터즈98 울티메이트 매치 온라인 같은 경우에는 지난 2015년에 출시돼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 100위 정도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애니메이션 IP들과 도탑전기의 결합이 많이 등장한 것은 중국 시장을 노리는 전략적인 선택도 이유지만, 획득한 영웅을 계속 강하게 키워나가는 재미를 강조하는 도탑전기 스타일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수집형RPG는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면 기존 캐릭터가 버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도탑전기는 자신이 선택한 영웅을 꾸준히 키워나가는게 핵심인 만큼, 핵심적인 등장 인물의 한계가 있는 애니메이션도 게임화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미소녀 캐릭터를 도탑전기와 결합하는 시도도 많다. 123게임즈가 출시를 준비 중이 비행소녀학원은 비행기를 미소녀화시키고 전투와 육성은 도탑전기 스타일을 그대로 도입했다.

미소녀 게임의 특성상 캐릭터 하나 하나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재미를 강조해야 하는 만큼, 버리는 캐릭터 없이 모든 캐릭터를 계속해서 성장시키는 재미를 강조하는 도탑전기 스타일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어떤 캐릭터로 조합을 하는가에 따라 같은 전투력 수치라도 승패가 갈리는 도탑전기의 전투 스타일도 여러 비행소녀를 수집해 전략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재미를 살린 비행소녀학원의 컨셉과 어울린다.

도탑전기는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도탑전기가 내세운 새로운 스타일은 여러 게임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어떤 게임들이 도탑전기의 새로운 진화 형태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