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게임 영토전쟁] 국내 게임사들 스튜디오 분업화로 자생력 키운다
[게임업계의 글로벌 영토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게임 시장의 국경이 옅어지고 모든 글로벌 국가의 마켓이 하나의 시장처럼 통합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게임사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국내의 게임업체들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 창간 14주년을 맞이하여 본지에서도 이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거대한 하나의 조직으로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에 대처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매년 혹은 매달 새로운 기술이 발전되고 융합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IT가 산업의 중심이 된 이후부터 기업들은 하나의 조직이 전체를 통솔하는 기업 형태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독립 부서 형태로 분리해 체질을 변화시켰다.
이는 프로그래밍, 기획, 아트, 마케팅,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거듭난 게임 시장에서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EA의 경우 비록 산하 개발사의 관리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FIFA, 매든, NFL 등의 스포츠게임을 전담하는 'EA 스포츠', 배틀필드 등의 액션 게임을 출시하는 '다이스', 심즈, 심시티 시리즈를 개발하는 '맥시즈' 등 다양한 개발사들을 스튜디오 형태로 관리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2K 게임즈 역시 문명으로 유명한 파이락시스 게임즈, 바이오쇼크를 개발한 아래셔널 게임즈를 산하 스튜디오로 두고 있으며, 유비소프트는 각 국가별 지부를 통해 현지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다수의 스튜디오에서 어쌔신크리드, 파크라이 등의 대형 프렌차이즈 게임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 게임사의 스튜디오 체재는 게임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이하 IP)의 깊은 이해도를 지닌 개발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여 보다 새롭고 독창적인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게임 프렌차이즈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모바일 게임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IP의 중요성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게임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 역시 이러한 장점에 주목해 최근 적극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스튜디오 체재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바로 넥슨이다. 넥슨은 이정헌 대표가 선임된 이래 지난 4월 11일 자사의 개발 조직 중 핵심으로 꼽히는 7개 팀을 별도의 스튜디오로 분리하여 각자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자체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에 새롭게 개편된 넥슨의 스튜디오는 마비노기 시리즈를 개발한 '데브캣', '야생의 땅: 듀량고'의 개발사 왓 스튜디오, 삼국지 조조전의 원 스튜디오와 띵소프트 넥슨지티 넥슨레드 불리언게임즈 등 총 7개로, 이중 넥슨 GT의 경우 상장사임에도 개발 스튜디오로 재편하여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제재 개편은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고자 하는 넥슨의 강수로 풀이된다. 실제로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은 온라인, 모바일에 합쳐 57개에 이르며, 이중에는 서비스 15주년을 맞은 게임도 상당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은 물론, 이 IP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 역시 개발 중인 상황이다.
더욱이 IP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다수의 유력 IP를 보유한 넥슨은 거대한 하나의 조직에서 이를 관리하기보다 IP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스튜디오에게 이들의 관리를 전담시켜, 보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게임 프로토타입을 보고 평가하기 보다 일정 단계 이상 게임을 개발한 이후 평가를 받는 구조로 진행된다는 넥슨 이정헌 대표의 발언처럼 이들 스튜디오에 신규 직원 채용 및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독립성을 부여한 상황이며, 이 신규 조직을 통한 활발한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카카오 게임즈 역시 게임 개발과 IP를 전담하는 프렌즈 게임즈를 설립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카오 프렌즈의 IP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조직으로 설립된 프렌즈게임즈는 프렌즈팝콘을 만든 권현미 PD, 다수의 스낵 게임을 만든 박우람 PD, 아스타, 오투잼 등을 선보였던 윤경옥 PD 등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이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국민 메신저를 넘어 이제 금융, 음악, SNS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카카오가 가진 막강한 IP의 게임 개발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육성 그룹을 탄생시킴에 따라 IP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본사는 이를 지원하는 WIN-WIN 전략을 내세워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프렌즈 게임즈의 설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프렌즈타운, 프렌즈레이싱, 프렌즈골프, 그리고 화이트데이 IP를 활용한 VR게임 화이트데이: 담력시험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혀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나의 기업을 각 분야별 전문 스튜디오로 전환해 완전한 조직개편을 진행한 데브시스터즈도 주목할 만하다. 쿠키런을 통해 국내 게임시장에서 괄목한 성장을 보여준 데브시스터즈는 신규 설립 자회사를 포함한 8개의 스튜디오 형식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특히 쿠키런 IP를 기반한 신작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고객 매칭 플랫폼 서비스 등 IP 관리, 게임 개발, 신규 사업 등 영역을 확대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나섬과 동시에 쿠키런 라이선스 사업 역시 공격적으로 진행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게임사들의 스튜디오 조직 개편이 마냥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 게임의 마케팅에만 수 십억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게임 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스튜디오와 본사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세밀한 조율이 필수적이다.
또한, 다수의 스튜디오들의 게임 발매 시점이 겹치는 등의 자칫 과도한 내부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 뒤처지게 된다는 성과 우선 주의에 사로잡혀 게임의 다양성보다 안정성을 택해 뻔한 게임이 등장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게임 개발 스튜디오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하여 새로운 사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물론, 기존 개발팀의 수장을 총괄 담당자로 임명하는 등 보다 유연한 개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들이 시도하고 있는 개발 스튜디오 체재가 글로벌 게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동시에 게이머들이 목말라 하는 독특한 컨셉의 작품을 선보이는 새로운 게임 문화를 만드는 토대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