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S4 게임 맞죠?" '풀메탈패닉!: 싸워라, 도전하는 자가 승리한다'
풀메탈패닉(Full Metal Panic)은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연재된 소설로 독특한 캐릭터와 세계관,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스토리 텔링으로 마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 원작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2002년부터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최근에도 일본에서는 풀메탈패닉의 애니메이션 신작(4기)이 방영되기도 하는 등 풀메탈패닉은 다수의 미디어를 통해 그 인기를 유지해 왔다.
< 풀메탈패닉 시리즈의 최신작이 PS4로 출시되었다>
사실 풀메탈패닉 시리즈는 단독 게임 혹은 메카닉물이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도 자주 출전을 했기 때문에 이를 즐겨했던 게이머라면 매우 친숙한 이름 중 하나다. 물론, 매 게임마다 연출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애니 혹은 소설에서 등장한 사가라 소스케와 치도리, 테라사 등 매력적인 인물들을 게임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풀메탈패닉의 신작이 PS4로 발매되었다. 바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한글화로 발매한 '풀메탈패닉! 싸워라, 도전하는 자가 승리한다'(이하 풀메탈패닉)이 그 주인공.
이번에 출시된 '풀메탙패닉!'은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와 달리 해당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단독 작품으로 출시되어 더욱 큰 기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러한 기대감은 금세 실망감으로 변해버렸다.
- PS4 게임 맞나 싶은 그래픽
사실 그래픽 부분은 아무리 원작의 골수 팬을 자처하는 이라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수준이다. 필자가 게임을 실행하고 첫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내가 지금 PS4 게임을 하고 있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서양의 AA급 정도의 게임과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내세운 일본의 게임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 작품은 2018년에 출시되는 게임들과 비교했을때 현저하게 그래픽이 떨어진다.
< 게임 화면을 보노라면 이것이 정말 2018년에 출시된 게임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지도에서의 그래픽은 다양한 정보들이 있으니 조금은 타협을 볼 수도 있겠다 싶더라도 전투까지 그래픽 품질이 떨어지다 보니까 차라리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또 발생한다. 전투 애니메이션을 임의로 넘길 수 없기 때문. 그나마 X 버튼을 누르면 바로 화면을 넘길 수는 있지만, 일단 전투 애니메이션이 시작된 이후에 종료되는 형태라 시간이 더욱 소모된다.
여기에 전투에 등장하는 기체는 대부분 3등신 정도로 흔히 SD라 부르는 형태다. 언 듯 피규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게임 성격을 본다면 차라리 실제 비율로 구현하거나,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는 PS4의 환경에서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 이야기 전개는 대부분 일러스트 한 장으로 마무리되어 생동감이 떨어진다. 대사가 모두 음성지원 된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캐릭터간 대화도 대부분 일러스트 한 장으로 끝나는 수준이다. 물론 일러스트 퀄리티는 원작팬이라면 환호할만한 수준이지만, 스토리는 진행되는데, 캐릭터의 움직임은 표정변화에 불과해 어떤 상황인지 음성으로 가늠해야 한다. 차라리 여기에서 조금 더 신경 써 '라이브 2D'나 조금의 손해는 감수하더라도 애니메이션 느낌을 주는 '카툰렌더링'을 적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전략의 요소를 찾기 힘든 전투 시스템
문제는 그래픽은 전투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부분이라는 것이다. '풀메탈패닉!'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각 기체마다 순번이 있고 그 순서에 따라 이동(혹은 대기) 후 공격과 회피, 방어 등 행동을 이어가는 슈퍼로봇대전 형태의 턴제 시뮬레이션과 유사하다.
이런 턴제 시뮬레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의 위치나 스킬에 따라 전황이 크게 변화하고, 지형지물이나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엇갈리는 등의 게이머의 전략으로 불리한 상황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등장해 의외의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풀메탈패닉!'의 전투는 지형지물이나 장애물을 활용한 전략도 전혀 구사할 수 없는 그냥 로롯끼리 치고 받는 형태가 반복된다.
< 게임 진행 방식은 슈퍼로봇대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지형에 따른 특성이 있는 슈퍼로봇대전과 달리 이게임에서는 전략적 요소를 쉽게 느끼기
어렵다.>
일례로 수 미터 이상인 거대한 형태의 인간형 전투로봇들이 건물 사이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건물 사이 등에서 엄폐 혹은 기습을 노리거나, 이를 가로질러 빠르게 공격하는 등의 전투를 펼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에서는 건물은 그냥 지형에 불과하며, 오롯이 적 앞으로 다가가 공격하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전투 방식이 없다.
그냥 적당히 이동해 무기 사거리 내에 적을 놓고 공격하는 것이 전부인 수준의 전투가 시나리오마다 계속 반복되다 보니 전투 자체가 지루해진다. 적어도 같은 장르인 슈퍼로봇대전은 지형에 따른 특성(지형보정)이라도 있었지만 3D로 변신했음에도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역시 성의 문제로 느껴진다.
< 부위파괴를 잘 활용하면 전략적으로 쓰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게 아쉽다.>
물론, '풀메탈패닉!'에는 부위 공격 시스템이라는 요소가 존재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기체는 몸(BODY), 머리(HEAD), 팔(ARMS), 다리(LEGS) 등 4가지 부위로 나뉘고 서로 이를 노려 공격하도록 만드는 등 전략 요소를 더하려는 개발팀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했다.
이 부위 공격 시스템을 처음 확인했을 때 필자는 흔히 각 부위를 공격했을 때, 팔이나 다리를 파괴하면 공격을 못하거나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지는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몸통이 파괴되는 것 외에 타 부위가 파괴되면 능력치만 저하될 뿐 행동에 아무 문제가 없다. 머리가 파괴되면 명중률이 떨어지고, 팔이 파괴되면 공격력이 저하되며, 다리가 파괴되면 이동 범위가 줄어드는 수준이다.
< 행동불능이 아닌 이상 부위파괴가 의미 없기에 게임 자체가 단순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게이머 혹은 적의 기체의 몸통이 파괴되어 행동 불능이 되지 않는 이상 모두 움직이며, 공격을 하기 때문에 귀찮게 다른 곳을 노릴 필요 없이 몸통만 공격하게 되고, 이는 결국 게임 자체를 단순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강한 보스들이 등장하면 머리나 팔을 노려 명중률과 공격력을 낮추고 몸통을 공략해 파괴하지만, 중반 이후 게이머의 기체가 강해지면 그런 전략을 쓸 필요가 없다.
한가지 나은 점은 각 기체마다 적재 가능한 중량이 존재한다는 것. 이 적재 중량이 가벼울 수록 턴이 빠르게 돌아오기 때문에 무작정 무기를 잔뜩 가지고 가는 것 보다 캐릭터에 따라 무기 중량을 분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 원작팬들을 위한 게임으로 남을 '풀메탈패닉!'
'풀메탈패닉!'은 분명 일반적인 PS4 게임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98년부터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원작을 접한 이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새로운 스토리가 다수 등장한다. 스토리의 경우 풀메탈패닉! 시리즈를 모르는 게이머라도 스토리 자체는 즐기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며, 2회차의 경우 새로운 선택지들이 등장하고, 원작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결말(if 루트)을 볼 수 있다.
스포 때문에 밝힐 수는 없지만, 원작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꽤나 충격적이고, 감동을 느낄 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기 위해서 게임을 즐긴다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풀메탈패닉!'은 원작 팬이라면 수긍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냉정하게 게임으로 평가했을 때는 PS4 타이틀이라고 믿기 힘든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미디어 원작의 게임을 개발할 때는 단순히 팬을 노리는 것이 아닌 원작을 몰라도 게임이 가진 콘텐츠의 재미를 통해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작품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 이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