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미는 있는데...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어린 시절 접한 툼레이더 1편은 말그대로 충격적이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볼품 없지만, 당시에 라라가 보여준 모습은 마치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동작은 부드럽고 사실적이며, 폴리곤으로 구성된 캐릭터마저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주인공이 여성 캐릭터라는 점도 초등학생인 기자를 사로잡은 이유였던 듯하다. 당시만 해도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을 쉽게 볼 수 없었고, 그런 멋진 모험을 보여줄지 쉽게 상상도 못했다.
1편의 성공으로 툼레이더 시리즌 단숨에 인기 시리즈로 올라섰고, 2편, 3편, 4편이 계속해서 출시됐다.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이어갔다. 이후 매번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 툼레이더는 결국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야심작 툼레이더: 엔젤오브 다크니스를 선보이지만, 이후 암흑기에 들어섰다. 이후 툼레이더 레전드, 툼레이더의 10 주년 기념작인 툼레이더 애니버서리 등 흥행 작품도 있었으나, 언더월드의 부진한 판매량으로 사실상 툼레이더 시리즈는 빛을 잃었다.
특히, 이 시기쯤 플레이스테이션 진형에는 툼레이더의 존재감을 지우고도 남을 게임인 '언챠티드' 시리즈가 출시되며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툼레이더에게 남은 선택지는 얼마 없었고, 시리즈의 리부트를 선언하며 지난 2013년 새로운 '툼레이더'를 내놓았다.
결과는 많은 게이머들이 잘 아는 것처럼 성공적이었다. 그간 섹시한 이미지와 쌍권총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라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롭게 탄생했다. 그녀는 이제 더 심오한 분위기의 여전사가 됐으며, 그녀의 대표 무기는 활이 됐다. 툼레이더 리부트 위력은 그 정도로 강력했다.
그리고 2015년 후속작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가 엑스박스 진영으로 기간 독점으로 발매됐다. 기자도 그 시기쯤 엑스박스를 구매해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를 바로 즐길 정도였다. 리부트 1편이 워낙 마음에 들었기에 내린 결정이기도 했고, '라이브 오브 더 툼레이더' 자체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막을 내리는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지난 9월 14일 출시된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그 주인공이다.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리부트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인 만큼 그간 작품에서 적으로 등장한 '트리니티'와의 최종결전, 또한, 정글에서 펼쳐지는 생존과 암살 등 기존 작품보다 한층 늘어간 즐길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결론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난 뒤의 소감을 정리하면, 게임이 재미는 있다. 하지만, 게임을 끝내고 나면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스토리, 결국 전작을 넘어서지 못한 모습 등이 마음 한편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특히, 리부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이 더 아쉽게만 다가온다.(이하 리뷰는 PS4프로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의 게임 플레이 방식은 전작인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와 유사하다. 아니 거의 똑같다. 구역 맵 단위로 구성된 반쪽짜리 오픈월드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사냥부터, 보물의 탐색, 챌린지 무덤, 다양한 수집요소 등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다양하게 마련된 특별한 동물들을 사냥해 재료를 얻어 아이템을 제작할 수도 있다. 맵 자체에는 즐길거리가 상당히 많다.
물론 전작인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가 그랬던 것처럼, 맵을 순서대로 진행하며 모든 공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얻어 이미 지나간 맵에 다시 돌아와야 플레이 할 수 있는 무덤이나 지하묘지가 존재한다. 길고 긴 로딩은 덤이다.
문제는 이런 수집요소와 퍼즐 클리어는 스토리 진행에 도움을 주는 정도에 그친다. 게이머들이 플레이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부분이다. 다양한 무덤과 지하 묘지의 매력적인 퍼즐 플레이를 즐기지 않는 게이머들이 나온다는 얘기다. 이번작품이 경우 스토리를 진행하면서도 다양한 퍼즐을 만나게 설계되어 있는데, 차라리 이러한 요소들을 스토리에 더 담아냈으면 어떨까 한다. 후에 이야기 하겠지만, 짧은 스토리 분량을 늘려주는 것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인데 말이다.
여기에 맵 마다 마련된 다양한 챌린지 요소들도 전작에서 만나 볼 수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다. 특정 사물을 활로 쏘기, 물로 다이빙 하기처럼 말이다. 그나마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돌기둥 시스템이 새롭게 다가오는데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돌기둥은 일종의 퍼즐 시스템으로, 주어진 퀴즈를 풀어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일반 아이템이 아닌 특수한 아이템을 제공하는데, 이 때문에 정글에서의 동물들과 펼치는 사냥의 재미가 반감된다. 사실상 퍼즐만 해결하면 대부분의 아이템을 제작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한 새로운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도움을 주는 레펠링 시스템, 절벽을 타고 오르는 오버행 시스템 등 맵을 더 입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동 방법이 추가 됐다.
또한, 게어머들은 마을에서 라라는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받아 수행할 수 있다. 서브 퀘스트를 통해 다양한 아이템을 얻으면 게임플레이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 이번작품에는 장비의 다양한 업그레이드 요소 등이 대부분 상점 구매 방식으로 변경돼 한층 편리하다. 또한, 영원한 조력자 조나의 분량 증가나 상호 협동 액션으로 인해 처음부터 외롭다는 느낌이 덜하기도 하다.
여기에 전투에도 새로운 요소가 생겼다. 적을 혼란 시켜 서로 죽이도록 하는 전투 방식의 추가와 나무위에서 적을 사냥해 나무에 묶어 두는 시스템, 온 몸에 진흙을 발라 은신하고 암살하는 시스템 등 새로운 전투 방식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의 비중이 많지 않아, 전투를 더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게임 플레이 방식이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보면 이미 검증 받은 요소들이 가득해 재미는 여전하다. 게임의 편의성도 개선됐고 말이다. 다만, 새로움의 추가보다 기존 콘텐츠와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게임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아무래도 스토리가 아닐까 한다. 게임을 끝내고 나면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없을 정도로 임팩트가 약하다. 시리즈를 이끌어온 트리니티와의 최종결전치고는 너무 맥이 빠진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악당 캐릭터가 악역으로서 보여준 매력이 너무나 적고 가벼웠다.
게다가 스토리상 복잡한 라라의 내면을 전하려고 한 의도와 결과로 나온 스토리 분량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게임의 스토리만 플레이한다고 치면 겨우 9시간 정도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임을 마치고 나서는 이번 작품이 리부트 시리즈의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이렇게 끝나는게 너무 허무하게 느껴진 것이 기자만은 아닐 것이라 본다.
한편, 이번 툼레이더는 게이머들이 그도록 원하던 회차 플레이를 지원한다. 특히 새게임 플러스 모드를 통해 그동안 모은 아이템을 활용할 수도 있고, 매의 길, 재규어의 길, 뱀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 새로운 무기와 의상, 스킬로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게임을 재미있게 즐긴 게이머라면 게임을 한 번, 두 번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