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듄2부터 COC까지 전략게임의 역사 Part.2
해당기사는 '듄2부터 COC까지 전략게임의 역사 Part.1'와 이어집니다.
1993년 펜티엄 기반의 PC가 등장하고 윈도우의 보급 등으로 마우스가 PC에서 중추적인 역할로 자리 잡은 이후 전략 시뮬레이션은 그야 말로 날개를 달기 시작한다. 다수의 유닛이나 거대한 맵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지금의 PC 조작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전략 시뮬레이션은 기존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진화해 나갔다.
특히, 1인칭 슈팅(FPS)의 아버지이자 현 멀티플레이의 기본을 선보인 '둠'의 등장으로 인해 멀티플레이를 통해 서로의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게이머 간의 대전(PvP)의 범위가 확정된 것도 이러한 열풍에 큰 역할을 했다.
이 1993년부터 10년간 등장한 게임의 타이틀도 엄청나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문명, 마스터 오브 오리온, 에이지오브엠파이어, 히어로즈오브더마이트앤 매직 등 지금도 명작게임을 꼽을때 열거되는 수 많은 게임 시리즈가 바로 이 시기 출시되거나 가장 성공한 작품을 내놓으면서 전략 시뮬레이션은 전세계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장르로 위치를 확고히 했다.
특히, 다수의 유닛과 전술, 전략의 등장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범람으로, 당시 PC 잡지나 해외 유명 매체에서는 이들 게임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글로 넘쳐났으며, 매달 쏟아지는 이들 전략 게임을 소개하는 전문 코너가 있을 정도여서 게임 매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발 빠르게 해외 소식을 접한 국내 게임 개발자들 역시 스타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수 많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보이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시기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현재 세계 최고의 게임사로 이름을 알린 블리자드를 있게 한 게임인 워크래프트다. 당시 로스트바이킹, 블랙쏜 등의 게임을 통해 실력 있는 중소 게임사의 위치에 올라선 블리자드는 직접 퍼블리싱을 목표로 게임을 개발하려고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워크래프트였다.(원래는 근대를 다루려 했다가 개발진의 반대로 판타지로 개발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다만 첫 번째 게임인만큼 구설수도 많았다. 우선 게임 플레이의 경우 웨스트우드의 명작 ‘듄2’와 거의 흡사해 ‘판타지 듄’이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캐릭터의 모델링 이중에서도 메인 종족인 오크는 워해머에서 등장한 오크의 특징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은 듄, 레드얼럿 등 당시 큰 붐이 일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RTS) 장르에 전성기를 이끌며 많은 판매고를 올렸고, 이러한 성과는 블리자드가 중소 게임사를 넘어 개발, 퍼블리싱 등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워크래프트는 초창기부터 매우 기초적인 멀티플레이 모드를 지원했는데, 당시 캠페인과 자유게임으로 이뤄져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에 큰 변화를 주기도 했으며, 멀티플레이가 핵심 콘텐츠로 성장할 것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워 주기도 했다. 이에 한발짝 더 나아가 블리자드는 1995년 속편 ‘워크래프트2: 어둠의 파도’를 통해 당시 라이벌 게임으로 꼽히던 타이베리안선, 레드얼럿을 뛰어넘는 그래픽과 자원 채취, 유닛 구성, 전략 플레이 등 이전보다 진화한 게임 플레이를 선보였다.
더욱이 속편인 3편에 이르러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이어지는 세계관을 확립하고, 나서스, 쓰랄 등 게임역사에 영원불멸할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까지 등장시키며, 전세계 수 천만의 '와우저'를 양산하기도 했다.
시드마이어의 대표작 문명도 바로 이시기 절정기를 맞는다. 문명의 첫 작품은 1991년 등장했지만, 당시 PC 환경과 기술력은 청동기시대부터 미래까지 이어지는 게임의 시스템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고, 이 덕에 문명1은 '뭔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정작 재미는 없는'게임으로 혹평을 받아 그저 그런 게임으로 남을 뻔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운영체제가 윈도우 3.0으로 바뀌고, 저장매체 또한 대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CD-ROM으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5년 후인 1996년 발매된 '문명2'는 게이머들에게 '타임머신'을 선물하며,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문명2는 문명1에서 지적된 AI를 끌어올려 게이머들과 똑같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진화해 4000년 이상의 역사를 보다 스펙터클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의회의 복장과 어투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거나, 민주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등 어떤 정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는 등 지금의 문명의 기틀을 닦은 게임이 되었다.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에 힘입어 문명은 현재까지 등장하는 대표적인 프렌차이즈로 자리를 잡았으며, 6편까지 나온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한 것은 물론, 이후로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해 문명2는 2001년 1월까지 무려 5년의 세월 동안 약 300만 장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턴제 전략게임의 명작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도 빼놓을 수 없다. 3DO에서 선보인 이 게임은 영웅으로 온 맵을 돌아다니며, 자원을 획득하고, 군대를 모집하며, 전투를 벌이거나 거점의 건물에 따라 모집할 수 있는 병종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영웅의 마법이 혹은 특성이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지금의 턴제 게임의 전략을 한단계 높인 게임이었다.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1편을 넘어 1996년 발매된 속편에서는 특정 군대를 업그레이드하고, 향상된 능력치를 가지는 이른바 업그레이드의 개념이 더해졌으며, 영웅의 스킬 또한 더욱 늘어나 더욱 큰 볼륨을 선보였다. 아울러 캠페인 세력이 총 6개로 증가해 만티코어, 사이클롭스 등의 고대 몬스터부터, 지니, 타이탄 등의 정령 그리고 각종 악마를 부릴 수 있는 등 그야말로 판타지 장르에서 등장하는 유명 캐릭터가 총출동해 판타지 마니아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비록 5편부터는 그저 그런 게임으로 전락했지만, 90년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은 판타지 기반의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의 기틀을 세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후 게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으며, 문명, 풋볼매니저에 이어 세계 3대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발전하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1998년 급격한 전환을 맞는다. 바로 신 민속놀이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이 그것이다.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있는 PC방. 청소년들의 선망 직업으로까지 떠올랐던 프로게이머.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부각된 e스포츠. 이 모든 것을 태동시킨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트'와 그 확장팩인 '브루드워'였을 정도로 이 게임은 그야 말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에서의 영향력은 엄청나 전세계 판매량의 절반 가량인 450만 장이 한국에서만 팔렸을 정도로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PC방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으며, e스포츠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더욱이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은 국내 젊은 남성들의 취미생활 양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당구를 치러 몰려다니던 청년들은 당구장이 아닌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며, 청소년들은 그동안 다니던 오락실이 아닌 PC방을 향했다. 국내 아케이드 시장의 쇠락이 '스타크래프트'의 출시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래더랭킹 상위권을 한국 게이머들이 독식하는가하면, 스타2로 이어진 현재 대회까지도 우승을 놓치지 않으며,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이후에 국내 게이머들의 위상이 해외시장에서 높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하나의 게임이 한 국가의 문화 양식과 신규 직업을 탄생시킨 엄청난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런 스타의 광풍으로 국내에서도 이에 힘입어 임진록, 삼국지천명, 쥬라기원시전. 아트록스, 킹덤언더파이어 등 수 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략 시뮬레이션의 전성기는 ‘밀레니엄’의 공포를 벗어난 2000년부터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장르의 인기에 힘입어 차세대 스타, 워크래프트를 표방한 ‘양산형 RTS’ 게임들이 마구 등장하게 되자 게이머들은 점차 RTS 장르에 대한 흥미도를 잃어 갔으며, 더 이상 복잡한 전략과 전술을 파고들어야 하는 게임보다 콜오브듀티, 배틀필드 등 수려한 그래픽과 스토리를 접목시킨 FPS,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흡수한 실감나는 RPG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2000년대 중반들어 대부분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명맥이 끊겼으며, ‘토탈워와’같은 턴제와 RTS가 조합된 게임이나 기존 대형 프렌차이즈만 등장하는 것에 그쳐 90년대 전성기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전략 시뮬레이션의 몰락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이처럼 한 동안 그 자취를 찾을 길이 없을 정도로 게이머들의 눈 밖에 났던 장르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현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꾼 한 발명품에 의해 다시 태어나게 된다. 바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한 모바일게임 시장의 도래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