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세기 말 서부, 착한 갱 시뮬레이터. '레드 데드 리뎀션2'
큰 히트를 기록한 '레드 데드 리뎀션'의 후속작 '레드 데드 리뎀션2(이하 레데리2)'가 드디어 지난달 출시됐다. 8년에 달하는 긴 개발을 시간을 거쳐 선보인 '레데리2'는 락스타게임즈가 현세대 콘솔 게임기기에 맞춰 디자인해(GTA5는 XBOX 360과, PS3가 발매 기종) 처음 선보이는 게임이다. 모든 면에서 역대 락스타 게임 중 넓고 깊은 세계를 자랑한다.
50만 줄에 달하는 대사량은 전작인 GTA5보다 2배 이상이며, 게임 내에 구현한 커스텀 애니메이션도 10배에 가깝다. 또한, 30만 개의 개별 애니메이션, 1,000가지 이상의 할 거리와 발견물, 1,000개가 넘어서는 배우 연기 등이 게임내에 구현됐다. 여기에 현 기기의 사양을 최대한 활용해 AI부터 임무 디자인, 그래픽과 조명,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 표정과 몸 애니메이션, 날씨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면을 동시에 업그레이드했다.
락스타게임즈는 8년의 개발 기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으며, 위의 요소들을 게임 내에 모두 녹여냈다. 게임 내 사소한 사물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살아있을 정도로 뛰어난 묘사를 자랑한다. 게이머를 게임은 1899년 미국 서부 개척시대 말기에 던져두고, 게임의 주인공인 아서 모건을 통해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락스타게임즈는 다년간 제작해온 오픈월드 게임 개발 경력을 살려 그들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놨다. 이는 19세기 말 서부 갱 시뮬레이터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본 리뷰는 PS4프로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를 하면 게임의 초반 연출과 그래픽부터 인상적이다. 게임은 오픈월드 게임인 것을 고려해도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며, 눈 위에 남는 다양한 이동 자국들이 시선을 훔친다.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모두 지원하며, 게임의 그래픽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주요 인물들의 표정 연기 몸짓 등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버튼 한 번에 영화 같은 연출을 보여주는 시네마틱 카메라도 강점이며, 게임에서 아주 전략적으로 활용해 멋진 그림을 보여준다.
또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다양한 환경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게임 내 장소들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숲속에서는 나무 사이를 뚫고 들어와 눈을 간질이는 듯한 샐빛이 인상적이고, 밤의 세계가 보여주는 19세기 하늘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리즐리즈 동부의 눈 쌓인 산길부터 중심지의 널따란 초원, 위험한 악어로 가득한 지류와 습지, 빠르게 발전 중인 도시, 고전적인 남서부 미개척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은 스크린샷 버튼 한 번이면 언제든 그림이 된다.
게임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게임의 디테일에 있다. 사사로운 것 하나까지 신경을 썼다. 지난해 오픈월드 게임 최고봉에 오른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어 이것도 되네?”, “이것도 될까?'라는 식의 접근법과 문제 해결 방식으로 오픈월드 게임의 매력을 전했다면, '레데리2'는 개발자가 모든 상황을 고려해 만들어 둔 디테일과 세부 설정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 같다. 되는 건 되고 안되는 건 안된다. 디테일, 즉 현실 세계의 반영에 무게를 둔 만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스토리 챕터2의 콘월 석유 마차 임무다. 게이머는 수많은 경비의 틈을 파고들어 석유 마차를 훔쳐 달아나야 한다. 이때 게이머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말그대로 경비를 모두 제거하고 마차를 훔칠지, 마차를 끄는 말을 다양한 방법으로 놀래 켜 마차를 이동 시킨 뒤 훔치는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심지어 다른 퀘스트를 먼저하고 오면, 갱단의 다른 멤버가 “네가 하지 않아서, 내가 했어”라는 식의 대화를 던지며 퀘스트를 해결해 두기도 한다. 이런식의 접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게임 내에 다양하게 마련됐다.
디테일이 보여주는 강점은 다양한 NPC와의 상호작용에도 있다. 인사하기, 적대시하기 등의 선택에 따라 NPC의 반응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며, 이후의 반응과 대사까지 바뀐다. 전에 사람 좀 때렸다고, 술집 주인이 이번에는 제발 조용히 술만 먹고 가세요를 부탁하는 등 오프라인으로 즐기는 게임임에도 살아 있는 듯한 NPC들과이 대화는 게임에 더욱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이 외에도 게임의 디테일을 칭찬할 부분은 너무나도 많다. 총기의 수입은 기본, 음식을 적게 먹으면 저체중이 되어 체력이 줄지만, 기력에서 이점이 생긴다. 옷도 당연히 추위와 더위에 대비해야 한다. 사냥을 마친 후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장소에 가면 동물이 뼈만 남고 사라진다. 여기에 현상금 사냥을 위해 포박한 현상 수배범을 물에 떨어뜨리면 질식하지 않기 위해서 발악하는 등 현실처럼 그려낸 장면이 많다. 현상금이 너무 올라 기껏 자수(항복)했더니, 같은 갱단의 멤버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탈옥을 시켜 현상금이 더 오르는 등의 모습도 나온다. 이러한 장치를 모두 찾는 것이 힘들 정도로 '레데리2'에는 현실 반영이 잘 되어 있다.
게임은 1899년이라는 서부개척 말기를 다룬 만큼 무법자인 갱들의 쉽지 않은 삶을 다룬다. 주인공인 아서 모건은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와 갱의 캠프를 발전시켜야 한다.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갱은 여러 위치로 이동하게 되며 다양한 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레데리2'의 스토리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수준이다. 전작인 'GTA5'가 '라스트오브어스'와의 그해 최다 GOTY 대결에서 무릎을 꿇은 이유 중의 하나를 스토리로 볼 수 있다. 1편에서도 뛰어났던 스토리는 이번 2편에서는 말 그대로 몰아친다. 초반 구간을 조금 넘어서면 오픈월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페이스 조절을 통해 게이머들이 스토리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게임의 또 다른 가장 큰 강점은 스토리를 즐기면서 만날 수 있는 엄청난 즐길거리다. 사냥, 낚시 등은 기본이다. 특히, 사냥의 중 활용하는 이글아이 모드는 동물의 냄새, 발자국, 배설물이 하이라이트 되어 동물을 멀리까지 계속 추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간단한 사냥 시뮬레이터를 즐기는 느낌일 정도로 완성도도 높다. 전설의 동물을 찾는 재미도 사냥에 재미를 더한다.
이 외에도 마을의 보안관을 찾아가 진행하는 현상 수배, 가정집과 상점, 열차 등을 터는 강도, 개인에 빚을 진 NPC를 찾아가 빚을 받아 내는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여기에 오픈월드 게임답게 낯선 사람들이 종종 도움을 요청하거나 공격해 오기도 하며, 다른 갱의 은신처를 털 수도 있다. 락스타게임즈가 그려낸 1899년은 지금과 비교해도 결코 심심하지 않을 것이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아울러 말의 육성과 주인공 캐릭터의 육성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체력, 기력, 데드아이가 주인공의 능력이며, 관련된 활동을 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어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특히, 데드아이의 경우 시간을 느리게 하는 것부터 대상의 자동 또는 수동으로 지정, 적이 치명상을 입는 부위를 보여주는 것 등 다양한 능력을 갖췄다.
말도 체력과 기력을 갖추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육성할 수 있다. 말과의 친밀도가 오르면 더 많은 동작도 가능하다. 잘 키운 말은 게임 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말이 죽어서 안장을 들고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게임 플레이 중 말이 죽으면, 본인 캐릭터도 빨리 사망하게 만들어 말을 잃지 않게 하고자 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놀라운 디테일, 다양한 즐길거리 등으로 무장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서부영화의 교훈이 권선징악이라고 해도, 악을 플레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실수로 버튼을 한 번 잘못 눌러 허공에 총질을 하거나, 말을 잘못 봐서 탑승하면 절도가 돼 지명수배자가 된다. 물론 빠르게 복면을 쓰거나 벗고, 옷을 갈아입으며, 목격자를 협박하는 등의 플레이를 통해 지명수배를 벋어 날수 있다. 하지만, 명예 시스템이 이를 가로막는다.
'레데리2'의 경우 선악의 정도를 구별하는 명예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악을 플레이 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지 않다. 총포상 커스터마이즈 추가 정도가 거의 전부다. 무법자의 삶을 그렸지만, 갱답게 악한 모습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의 비중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 남는다. 글 초반에 19세기 말 서부 갱 시뮬레이터라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는데, 한가지 단어를 더 붙이겠다. '19세기 말 서부 착한 갱 시뮬레이터'다.
한편, '레데리2'는 30일부터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베타에 돌입했다. 오프라인에서도 놀라운 상호작용의 모습을 보여준, '레데리2'가 온라인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