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 대리체험. 프로젝트 하이라이즈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빌딩 구입이 부자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요즘 초등학생들의 꿈이 대통령, 과학자가 아니라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까?
이런 건물주의 기분을 게임에서나마 대리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 등장했다. SomaSim이라는 게임사가 개발한 인디 게임 프로젝트 하이라이즈다. PC로는 이미 2016년에 발매됐지만, 이번에 PS4 버전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DLC가 포함된 버전이며, 공식 한글화도 됐다.
어느 정도 게임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타워라는 게임이 생각날 듯한 이 게임은 자신의 빌딩을 대형 마트나 호텔 등 세계 최고의 건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현재 분위기에서 건물주라고 하면 임대인들에게 높은 월세를 받아가며, 놀고 먹는 졸부라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게임을 해보면 건물주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건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임대를 해서 월세를 받아야 하고, 임대가 잘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임대인들이 원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무실이라는게 달랑 공간만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보니, 임대를 원하는 사업자가 요구하는 전기, 통신, 상수도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하며, 좀 더 큰 규모의 공간을 원하는 대형 사업자들은 기본 이상의 조건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프로젝트 하이라이즈에서는 건물주가 됐다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바로 생계형 고민이 시작된다. 비어 있는 공간을 어떤 용도로 임대할지를 결정한 후, 필요한 기본 설비를 연결해야 하며, 그 뒤 원하는 사업자를 찾고(없으면 광고를 해서 구해야 한다), 이후에 사업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떠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반응을 살피며 청소, 배송 대행, 복사 등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줘야 한다. 현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동종 업계가 있다면 경쟁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므로, 받을 때도 업종이 겹치지 않도록 가려서 받아야 하며, 심지어 옆 가게의 소음 때문에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또한, 손님이 적으면 바로 임대료가 비싸다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건물 자체에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지도록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며, 초반에 낮은 건물일 때는 계단으로도 충분하지만, 높아질수록 엘리베이터가 붐비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고, 간혹 고장이 나도 시설반이 빠르게 수리할 수 있도록 해야만 임대인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특히 난이도를 올리면 임대인들이 더 까다로운 성격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리한 확장은 바로 파산으로 이어진다. 메뉴를 눌러 보고서를 확인하면 현재 건물의 운영 상태와 임대인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데,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현실에서 월급날이 다가온 사장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안정화궤도에 들어서면 건물을 더 확장할 수 있다. 게임에는 건축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증축을 할 수 있으며, 제한적이지만 옆으로 조금 공간을 확대할 수도 있다.
특히, 건물의 용도가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여유만 있으면 대형 상점가, 호텔, 오피스텔 등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건물로 변신시킬 수 있기 때문에, 능력만 된다면 세계 최고의 호텔, 세계 최고의 복합 쇼핑몰도 마음껏 만들어볼 수 있다. 자유 모드가 너무 심심하다면 1930년도에 시카고에서 개장한 머천다이즈 마트처럼 여러가지 상황을 설정한 다양한 시나리오 모드를 즐길 수도 있다.
인디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 구조가 상당히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장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편이지만, 시뮬레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초반부터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건물 내부에만 신경을 쓰는 게임이다보니 외형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그래픽이 상당히 심심한 편이다. 많은 돈을 들여 아무리 멋지게 인테리어를 해도 티가 안난다.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듯 취향을 많이 타는 게임이니, 원래부터 이 게임을 알고 있었고, 한글화된 완전판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