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역대 손꼽히는 게임 시장 빅딜은?
얼마전 게임 업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게임산업의 1세대 경영자이자, 굴지의 게임사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이 가진 NXC 지분 전체를 매각한다고 밝힌 것.
NXC를 필두로 NXC->넥슨->넥슨코리아-> 네오플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난 넥슨 그룹의 특성 상 NCX 지분은 곧 넥슨의 경영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 사실. 더욱이 매각 예상가가 무려 10조 규모나 되어 국내 최대 규모의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정주 대표의 행보에 국내 산업 전체의 시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다.
이처럼 거대 기업들의 지분이 오가는 지분 인수 합병 이른바 M&A(Mergers & Acquisitions)는 하나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의 경영권이 움직임인다는 측면에서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져 언제나 큰 주목을 받는 일이기도 하다. 이에 이번 히스토리에서는 세계 게임 산업을 움직인 거대한 M&A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 역대 최강의 빅딜.. 비벤디의 액티비전 인수로 탄생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난 2007년 지금의 넥슨 이슈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빅 딜이 성사되었다. 바로 유럽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비벤디의 산하 기업인 비벤디 게임즈와 액티비전의 189억 달러 한화 약 17조 원(2019년 기준 21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합병이 발표된 것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 M&A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바로 비벤디가 블리자드의 모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콜오브듀티 등의 막강한 라인업으로, 세계 게임 시장을 움직이는 액티비전과 디아블로, WOW,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의 개발사로 불리는 블리자드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셈이었다.
이렇듯 수 많은 이슈 속에 이 두 회사는 2008년 유럽위원회의 승인을 마지막으로, 인수과정을 거치며, 액티비전의 바비 코틱이 새로운 CEO로, 비벤디 그룹의 르네 페니손이 회장으로 임명되어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법인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사명에서 보듯이 이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어느 회사의 완전한 소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대주주는 약 50%의 지분을 가진 비벤디이며, 그 외로 액티비전과 블리자드 순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합병 이후에도 각자의 제작사를 표기할 정도로, 자율권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협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2012년 비벤디 측에서 약 81억 달러(한화 약 9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61%를 판매하겠다는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루머도 아니고 모 회사인 비벤디 그룹의 회장 입에서 나온 이 발언에 대해 비벤디의 사업 정리 혹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시장 가치를 평가하려 한다는 등의 분석이 분분했지만, 실제로 비벤디 측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넥슨 등 자금력을 보유한 회사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면서 이 일은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세기의 매각’이 될 뻔한 사건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자사주 매입 식으로, 61%를 전량 인수해 버리며,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비밀 계약으로 진행된 거래인만큼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블리자드의 모 회사인 비벤디 게임즈가 사라지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법인이 남았다는 점과 임원진 대부분이 액티비전의 인사로 채워져 있었다는 부분에서 해외 언론들은 사실상 액티비전이 해당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인수 끝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 2017년 매출 7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블리자드와 킹닷컴(캔디크러시사가의 그 회사)가 각각 20억 달러를 달성하며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 차이나 머니의 절정을 보여준 텐센트의 슈퍼셀 인수
전세계를 휩쓴 차이나 머니의 절정을 보여준 사례도 존재한다. 바로 지난 2016년 진행된 텐센트의 슈퍼셀 인수가 그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엄청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유례없는 수준으로 성장한 텐센트의 슈퍼셀 인수 소식은 그야말로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의 위세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클래시오브클랜과 붐비치 등의 게임으로, 전세계 150개국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바 있는 슈퍼셀은 2015년 매출 23억 달러(한화 약 2조 2천 억원)에 달할 정도로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름 잡은 회사였던 것이 사실.
이 슈퍼셀의 대주주는 바로 일본 굴지의 IT 기업 소프트뱅크였다. 소프트뱅크는 당시 핀란드의 유력 게임 업체로 성장하던 슈퍼셀에 주목해 2013년 15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조 6,700억원)에 슈퍼셀 지분 51%를 인수한 것에 이어 추가 인수로 73%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러한 승승장구를 지켜본 텐센트는 2016년 소프트뱅크에 접근했고, 이어 투자사 펀드(컨소시엄) 방식으로 소프트뱅크의 지분과 슈퍼셀 지분 84. 3%를 약 86억 달러(한화 약 9조 9천 억)에 인수해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게임사로 우뚝 서게 되었다.
물론, 멀리는 액티비전, 가까이는 넷마블, 블루홀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수의 회사의 지분과 라이엇게임즈의 사례 같이 지분 상당수를 가지고 있는 텐센트지만, 슈퍼셀의 인수는 그 파급력이 남달랐다.
바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해외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며, 자신들의 자금력을 전세계에 보였다는 점과 중국에서만 머물던 자신들의 영향력을 해외로 뻗기 위한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더욱이 일본 최대의 회사 소프트뱅크의 지분을 그대로 인수했다는 점에서 세계 게임 시장의 흐름이 미국, 일본 등의 전통의 게임 강국에서 '차이나 머니'의 힘에 주도되고 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다만 현재 텐센트의 경우 중국 정부의 규제 속에 그 위세가 예전 같지 않은 상태이며, 슈퍼셀은 텐센트의 행보와 별도로, 최근 ‘브롤스타즈’ 등의 신작을 출시하며, ‘클래시 오브’ 시리즈의 성공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