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슈퍼셀의 5연타석 홈런. 브롤스타즈의 성공을 부러워만 해야 하나
핀란드의 개발사 슈퍼셀의 성공신화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헤이데이,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세계적인 개발사로 떠오른 슈퍼셀은, 출시 게임이 많지는 않지만 붐비치, 클래시 로얄 등 출시하는 게임마다 대박을 치면서 2017년 기준으로 2조 넘는 수익을 올렸으며, 중국 텐센트에 10조라는 놀라운 금액에 인수되면서 세계 게임사에 길이 남을 M&A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슈퍼셀이 올해에도 또 다른 성공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설립 이후 5번째로 내놓은 신작 브롤스타즈가 한달만에 700억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전세계 국가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MMORPG가 상위권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구글 매출 6위에 올라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올해 매출 3조 돌파가 유력하다. 텐센트가 10조에 인수할 때만 해도 상당히 비싼 금액이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지금 상황이면 10조라는 인수 금액이 저렴하게 느껴진다.
클래시오브클랜부터 클래시 로얄, 그리고 브롤스타즈까지 슈퍼셀이 내놓은 신작마다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슈퍼셀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 덕분이다. 슈퍼셀은 프로젝트가 출시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정리될 때마다 샴페인 파티를 열어 실패를 자축하고 있으며, 그 실패를 양분 삼아 다음 프로젝트때에는 도전적이고,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슈퍼셀의 발표에 따르면 5개의 게임을 성공시킨 이면에는 20종이 넘는 실패 게임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이런 슈퍼셀의 성공이 부러우면서도 씁쓸할 수 밖에 없다. 국내 개발사들은 높은 매출을 목표로 캐주얼 게임 대신 뽑기 중심의 MMORPG에 주력하고 있지만, 슈퍼셀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욕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선도하고 있는 진정한 개발사로 칭송 받고 있다. 도박 같은 확률형 뽑기, 주52시간 논란 등으로 사기가 꺾여 있는 한국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과거 인기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MMORPG가 상위권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으며, 모두의 마블만이 외롭게 캐주얼 게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대중적이고, 참신한 게임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산 게임이 언제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브롤스타즈 역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게임들의 단점을 보완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성을 만들었다고 보는게 정확하다. 현재 모바일 게임 전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왕자영요가 리그오브레전드를 모바일로 그대로 옮겼다면, 브롤스타즈는 그것을 3:3으로 좀 더 단순화시켰으며, 시선을 탑뷰로 처리하면서 초보자들이 좀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과거 구름인터렉티브에서 서비스했던 케로로팡팡도 브롤스타즈와 매우 유사한 방식이었다.
다만, 슈퍼셀은 브롤스타즈의 완성버전을 만들고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버그를 잡았으며,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발전시켰다. 오픈 하자마자 각종 버그가 터지고, 버그 이용자 계정 블록 사태로 난리가 나는 국산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국내 개발사들도 굉장히 대중적이면서도 참신한 게임들을 많이 선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처음 등장했던 그 시절에는 수 많은 개발자들이 대박 신화를 꿈꾸며 자신의 재능을 만개시켰으며, 그 결과 엄청난 명작들이 대거 탄생했다.
애니팡과 함께 스마트폰 게임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6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드래곤플라이트나, 액션디펜스 열풍을 이끌었던 팔라독, 후속작 오븐브레이크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쿠키런 등은 지금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참신하고, 개성적인 게임들이다.
하지만, 그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바일 게임들이 점점 더 대형화되고,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투자금이 늘어난 만큼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험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확률형 뽑기의 높은 수익률에 사로잡히면서, 게임성에 최적화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확률형 뽑기에 맞춰 게임 구조를 결정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게임들이 점점 몰개성화되고 있다. MMORPG는 물론, 캐주얼 게임까지 모두 확률형 뽑기 외에는 다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신작이 나와도 바뀌는 것이라고는 더 다양한 종류의 뽑기 상품들이다.
승리를 하면 모든 이들에게 동등하게 랜덤박스를 보상으로 제공하고, 보상 획득 시간의 단축 여부를 이용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클래시로얄이나, 자유로운 수집과 육성을 위해 캐릭터 생산을 게임머니로 할 수 있게 해준 소녀전선의 성공은 확률형 뽑기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개발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사도 돈을 벌어야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좀 더 안전한 길을 쫓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하고, 그 도전을 현실화 시킬 철저한 준비 또한 필요하다. PC 플랫폼 기반이긴 하지만 작년에 전세계를 놀라게 한 배틀그라운드도 도전정신이 낳은 결과물이다.
작년에 넥슨이 선보였던 야생의 땅 듀랑고는 아쉽게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도전 정신만은 높게 살만 하다.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이것을 통해 배운 것을 다음 작품에서 더 멋지게 승화시키면 된다. 시장 상황상 도전이 쉽지 않지만, 올해 네오위즈의 품에 안긴 파이드파이퍼스엔터테인먼트의 아미앤스트레테지, 넷마블의 품에 안긴 니오스티림의 리틀 데빌 인사이드 등 참신한 게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이 과거 온라인 MMORPG 장르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다시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게이머들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