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LCK, 플레이오프 진출 행방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의 양상을 보이던 '2019 스무살우리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2019 LCK)가 마치 컵속의 물과 모래가 구분되는 것처럼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LOL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방송을 주관하는 것을 비롯해, 리그에 참가하는 프로팀 대부분의 명단이 뒤바뀔 정도로 뜨거웠던 오프 시즌을 거치는 등 이번 2019 LCK 리그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특히, 대대적인 선수들의 이적과 지난해 극강의 모습을 보인 그리핀, 각 팀의 에이스를 영입한 새로운 SK 텔레콤 T1(이하 SKT)의 탄생까지 이번 2019 LCK 스프링 시즌에 대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예측 불가'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매 경기가 이슈로 떠오른 것이 사실.
이렇듯 혼돈의 시기를 보내던 2019 LCK 스프링 시즌이 지난 1월 26일 막을 올린 이후 한 달여가 지나 서서히 플레이오프 진출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플레이오프에 가장 근접한 팀은 바로 그리핀이다. 지난해 승급팀으로 정규 시즌 1위, 최다 연승 등 현존하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그리핀'은 아쉽게 지난해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KT에 패배하며, 2년 차 징크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2019년 시즌 시작과 함께 파괴적인 경기력으로 '어나 더 레벨'로 불리며, 무패 우승까지 도전하는 있는 중이다.
현재 10승으로 샌드박스에게 내어준 단 1세트를 제외하고 패배가 전무한 그리핀의 강함은 어느 라인 하나 빠지는 곳이 없는 막강한 라인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라인전의 승패와 미드, 정글 라이너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현 LOL의 메타(전술)에서 그리핀은 탑, 미드, 바텀 모두 라인전에서 밀린 경우가 드물 정도로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이중 정글러 타잔(이승용)의 정글 운영과 라인 개입력은 객관적인 지표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한타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그리핀의 한타력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바로 지난 1월 23일 열렸던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의 경기로, 초중반 모든 라인이 파괴당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29분 바론 지역에서 믿을 수 없는 한타 대승을 거두어 그대로 경기를 뒤집어 버렸을 정도다. 현재 '2019 LCK 스프링' 리그에서 그리핀은 단 8경기 만을 앞두고 있으며, SKT와 샌드박스 등의 상위팀을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위권 팀들을 상대해 이변이 없는 한 유력한 '결승 직행' 팀으로 손꼽힌다.
SKT 역시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팀 중 하나다. 세계 최고의 LOL 프로게이머로 꼽히는 페이커(이상혁)을 필두로, 칸(김동하), 클리드(김태민), 테디(박진성), 마타(조세형) 등 각 팀의 에이스를 연이어 영입해 새로운 슈퍼팀으로 기대를 모은 SKT는 현재까지 3패를 기록하며, 현재 2위를 기록하고 있다.
LCK의 라인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이들이 한 곳에 모인 SKT는 리그 개막전부터 2연승을 내달리며 세간의 기대에 걸 맞는 성적을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리핀과 샌드박스에게 패배를 당하며, 우승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위권 팀들에게 연달아 패배를 당해 우려를 낳았으며, 이중 1월 31일 진행된 그리핀과의 경기에서는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경기 내내 무기력한 패배를 당해 SKT 위기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2월 마지막 경기에서 담원 게이밍에게 스코어 2:1로 패배하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SKT에 대한 평가는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아직 이적한 선수들과의 팀웍이 완전치 않은 상태고, 친정팀인 진에어에 이어 여전히 맹활약 중인 테디의 존재와 LCK 최고의 정글러로 성장하고 있는 클리드 선전까지 반전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는 평가다. 특히, 플레이오프 진출이 아닌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인 만큼 오는 3월 8일 다시 맞붙는 그리핀과의 경기에서 SKT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다.
그리핀에 이어 또 다시 신입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드박스 게이밍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력 팀 중 하나다. 2019년 첫 LCK 무대를 밟은 샌드박스 게이밍은 스프링 시즌 돌입과 함께 2017년 롤드컵 우승팀인 젠지(당시 삼성 갤럭시)와 킹존을 연달아 잡아내며, 다크호스로 떠올랐으며, 이후 상승세의 한화생명과 슈퍼팀 SKT마저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그리핀과 함께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샌드박스의 강점은 매 경기 보여주는 참신한 벤픽과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과 기존 LCK에서 활약하던 고스트(장용준), 조재읍(조커) 등의 선수들의 조화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한타와 경기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 대처하는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2월 2일 그리핀과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2세트를 승리하며, 그리핀의 세트 무패 기록을 끊기도 했다.
다만, 지난 2월 21일 아프리카와 경기에서 패배를 당한 이후 킹존에게 연패를 기록하는 등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킹존과 경기에서는 벤픽부터 라인전과 한타 전 분야에서 밀리며, 참패를 당해 다시 예전의 기세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순위는 혼전 상태다. 샌드박스와 함께 LCK 신입생으로 승격한 담원 게이밍과 샌드박스를 잡으며 상승세를 기록 중인 킹존 그리고 여전히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생명이 나란히 6승 4패를 기록하며,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는 모습이다.
특히, 원거리딜러 데프트(김혁규)의 의존도가 높았던 것과 이전과 달리 미드의 폰(허원석)과 정글러 커즈(문우찬)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한 킹존과 탑라이너 너구리(장하권) 원맨팀으로 불렸지만, SKT와의 경기에서 플레임(이호종)의 교체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둔 담원 등 이 두 팀의 상승세가 눈에 띄고 있어 이후 경기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생명 역시 이전 경기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독특한 벤픽과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돌적인 경기력으로, 시즌 초반 승리를 따냈던 저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한화생명의 기대감도 여전한 상태다.
여기에 전통의 강호 KT와 기인(김기인)이 이끄는 아프리카 그리고 젠지와 진에어에 이르기까지 하위팀들 역시 승강전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각 팀별 8게임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오는 4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2019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에 이름을 올릴 팀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이들의 경기 하나하나에 LOL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