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를 떠나야 하나, 강도높은 정부 규제에 업계 근심 깊어진다
'원천봉쇄', '박멸'
최근 게임업계를 대하는 정부의 입장을 요약해보면 이 4글자로 축약할 수 있다.
셧다운제 등 각종 게임 관련 규제로 게임업계의 신음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최근 아이들의 게임 놀이터인 플래시 사이트를 폐쇄시킨 것도 모자라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 규제, WHO 질병코드 등록 등 강도높은 규제 책을 연달아 예고하고 나섰다.
마지막 목숨줄 마저 졸라서 업계를 통째로 질식시키려는 모양새다.
우선 지난 2월 말에 정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를 동원해 '주전자닷컴'과 '플래시365'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5곳의 '자작 게임 게시판'을 폐쇄했다.
이 게시판은 청소년과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습작품을 올려 평가를 받고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주전자닷컴의 플래시게임 4만 건을 포함해 모두 7만여 건의 비영리 게임들이 전시된 곳이었다.
사행성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의 게임을 선보이는 곳이었지만, 정부는 이를 '민원이 들어와서'라는 이유로 강제로 폐쇄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모든 게임을 '바다이야기'같은 사행성 게임의 연장선상에 두고 있는 게임법을 준수한다는 취지였다.
뒤늦게 반발이 심해지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비영리 게임에 대해서는 심의를 면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단순 검토중일뿐 강도높은 정부 규제에 대한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정부의 강압적인 규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정부는 또다시 게임위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명분은 '청소년 보호'다.
지난 1월 말에 게임위 이재홍 위원장은 '청소년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고 전제한뒤,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 1차 회의가 끝난 상태이고 2차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규제안을 발표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달 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르면 3월과 4월 사이에 명확한 규제 정도가 정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게임업계에 큰 파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도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로 게임업계에 대한 압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성부는 지난 2011년에 도입한 셧다운제로 국산 게임의 국가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린 것도 모자라, 오는 5월에는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에도 셧다운제를 확대 적용시키기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만약 여성부의 뜻대로 셧다운제가 확장되면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과 콘솔 게임시장이 PC 온라인 게임시장 만큼이나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
마지막으로 오는 5월에는 WHO에서 질병 코드 등록이라는 큰 변수가 게임업계를 덮칠 예정이다. 만약 WHO를 통해 게임 장애라는 질병 코드 등록이 확정되면 정부 부처에서 게임업계를 상대로 노골적인 '삥뜯기' 시도를 해올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박성호 의원이 콘텐츠 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을 통해 게임산업의 매출 5%를 징수하려고 시도한 바 있으며, 손인춘 의원 또한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및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치유센터 건립을 목적으로 게임업계의 매출 1%를 걷어가려고 시도한 바 있다.
만약 게임 질병 코드가 확정되면 명분을 얻은 정치권에서 또 다시 매출 1~3% 범위로 게임업계 매출 징수를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상황에 게임업계는 울상이다. 이미 모바일 게임 순위 50위권 내에 절반 넘게 해외 게임들이 들어찰 정도로 경쟁력을 잃고 있고, 정부에서 '싸드' 이후 한한령을 풀지 못해 중국 수출 길이 2년 이상 막힌데다 강도 높은 규제들까지 예고되면서 '게임업계를 떠날 때가 됐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30~40명 수준의 중소 게임사들이 셧다운제 등 정부 규제와 한한령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폐업했다. 또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 연초에 넥슨의 매각 의사를 밝힌 것도 정부의 강도높은 규제의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규제 일변도인 상황 내에서 문체부가 오는 3월 말에 발표할 제 4차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 계획에 게임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 중장기 계획은 강한 규제 압박 속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어떤 입장에 설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최근 청와대에서 박양우 전 문체부 차관(현 중앙대 교수)을 문체부 장관에 내정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업계는 새 장관이 게임 관련 규제를 해결하는데 물꼬를 터 줄지에 주목하며 새 장관의 성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