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디게임포럼, "창작의지 꺾는 사전검열은 없어져야"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서울산업진흥원(대표 장영승, 이하 SBA)이 24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집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마추어 창작 게임 사전 검열 논란과 관련해 ‘2019 인디게임포럼 게임이 밥(미래)이다!’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사전 검열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다.
이번 사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최근 청소년 개발자들을 위한 비영리 게임 공유 사이트인 플래시365와 주전자닷컴이 사전등급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게임 삭제조치 하면서 시작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논란이 커지자, 비영리 게임의 사전 등급 심사 비용 감면을 발표했으며, 문화체육부도 비영리 혹은 단순 공개의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배급하는 경우에는 등급분류 면제 규정 신설 등 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여전히 게임물 사전 검열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번 토론회에는 게임 개발자, 변호사, 게임 스타트업 대표, 게임 유튜버 등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여해 현 게임산업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발제를 하고, 관련 업계를 대표해 토론을 진행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버프 스튜디오 김도형 대표는 비영리 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에 대한 사전 검열을 없애고, 자율 등급 및 사후 심사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게임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을 보면 과거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공유하던 PC통신 창작게임동호회 출신들이 많다며, 그때도 지금처럼 사전검열이 있었다면 현재의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은 있을 수가 없었다는 것.
그는 도박을 막기 위해 설립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왜 청소년들의 창작 의지까지 꺾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유로운 창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게임은 절대 사전 검열로 막아서는 안되는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게임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우 변호사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1조 제2항에서는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 사전 등급 분류만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나, 등급 거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상 검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1조 1항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 이라는 문구는 포괄적 규제라며, 이에 따르면 사전으로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이용에 해당되기 때문에 규제 명확성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 쪽에서는 등급 사전 검열 관련으로 논란이 일어나자 헌법재판소에서 사전검열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게임 업계도 목소리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 선데이토즈 임원이자 현 R’FN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허양일 대표는 ‘게임은 질병인가? 게임 순기능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런 사태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양일 대표는 현재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을 글로벌 선두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이들도 게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최첨단 사업에 관련 신기술도 게임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며,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게임산업을 통해 어떻게 교육적, 산업적 성장을 이끌어낼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샐리의 법칙으로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6에서 최우수개발사로 꼽힌 나날이 스튜디오 박재환 대표는 ‘인디 게임 개발사라 바라는 게임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인디 게임 개발사에게는 규제보다는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대표는 스타트업 3년 후 생존률이 38.8%에 불과하다며, 샐리의 법칙도 정부지원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비오와 슈퍼셀도 노키아의 몰락 이후 핀란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덕분에 세계적인 개발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지금 여러가지 지원 정책이 있기는 하지만, 스타트업이 실패를 겁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제작비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된 주전자닷컴의 박훈 대표와 인기 유튜버 G식백과의 김성회 대표와 발표자들이 참가한 토론 시간에는 게임 사전 등급 분류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김성회 대표는 이 논리라면 이웃에 직접 만든 떡을 돌릴 때도 식약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치킨을 야식으로 먹으면 몸에 안 좋으니 치킨금지법이 나와도 할말이 없는 수준이라며, 현재 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끝이 아니라 조만간 WHO의 게임 질병 등재 문제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게임을 취미로 즐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취급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SBA는 이번 포럼 이외에도 게임은 밥(미래)이다! 라는 주제로 릴레이 영상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번째 주자로는 G식백과의 김성회 대표가 나서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호소했으며, 다음 주자로 박원순 서울 시장을 지목해 관심을 끌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영상 릴레이에 동참하게 될지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