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팝, '디즈니 캐릭터와 애니팡 개발 노하우의 달달한 만남'
'애니팡' 시리즈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대표 김정섭)는 지난해 12월에 글로벌 해외IP를 대거 확충하며 글로벌 성공 신화를 노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때 선데이토즈는 애니메이션 채널 카툰네트워크의 유명 IP 4종('파워 퍼프 걸(THE POWERPUFF GIRLS)',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FINN and JAKE’S ADVENTURE TIME)', '더 어메이징 월드 오브 검볼(THE AMAZING WORLD OF GUMBALL)' 등을 발표했는데, 이외에도 공개되지 않은 글로벌IP가 있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내왔다.
그 회심의 글로벌IP가 무엇이었을까, 다름아닌 디즈니였다. 우리가 아는 미키마우스, 곰돌이푸우, 도날드덕 등과 같은 글로벌 IP를 한국 게임사가 획득하다니! 약간의 감격과 함께 기대를 했고, 선데이토즈가 4월 출시를 발표하면서 이미 글로벌 퍼즐게임 시장은 심하게 요동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하겠다.
< 역시 선데이토즈, 퍼즐의 재미와 완성도는 극강>
서둘러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깔아보았다. 역시. 게임은 완성도적인 측면에서 나무랄데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 '애니팡2', '애니팡3', 나아가 '위베어베어스 더 퍼즐'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선데이토즈의 퍼즐 게임을 즐겨왔고 또 리뷰해왔지만, '디즈니팝'의 완성도는 환상적이라고 표현할만하다.
세련된 색감, 귀여운 캐릭터, 3매칭으로 이어지는 터치감, 각종 아름다운 효과들.. 하다못해 각 스테이지별 난이도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토리 등 퍼즐 분야 3매칭 게임에 한해 세계적으로도 선데이토즈를 능가할 개발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수년 간 퍼즐 게임 개발을 고집한 노하우는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까지 온 것 같다. '그깟 퍼즐 게임?' 이렇게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정말 모르는 얘기다. 만들기 쉽기 때문에 잘 만들기 어려운 것이 퍼즐 게임이다.(오히려 RPG가 만들기 쉽다) 그만큼 '디즈니팝'은 훌륭하다.
< 스토리와 꾸미기가 결합된 퓨전 퍼즐 게임>
단순히 퍼즐만 진행되고, 스테이지만 클리어해나간다면 '애니팡2', '애니팡3'와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이 게임에는 디즈니 캐릭터와 함께 강력한 동기요소인 꾸미기 요소가 등장한다.
우선 게이머에게 주어진 과제는 마을을 꾸미는 것이다. '꿈의집' 이후 이렇게 꾸미기와 퍼즐이 합쳐진 게임들이 퍼즐게임 시장의 한축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위베어베어스 더 퍼즐' 이후 '디즈니팝'은 더욱 안정화되고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을 이끄는 모습이다.
게이머는 주인공 캐릭터를 따라 집을 치우거나 새로 짓거나 울타리를 치거나..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나가게 되는데, 퍼즐을 잘 풀어내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시각적 효과를 가진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겨우 이 한스테이지 풀었는데 이정도로 이쁘게 집을 짓다니..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더욱 이쁜 마을을 만들어가면서 퍼즐을 더욱 잘 풀고싶다는 동기가 유발되고, 다시 퍼즐을 풀면서 귀여운 디즈니 캐릭터 처럼 꾸밀 수 있게 되고.. 그런 플레이 동선이 자연스럽게 구축된 점도 선데이토즈의 노하우가 괘도 위에 오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 디즈니의 적용은 다소 아쉬운 편>
다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디즈니 캐릭터의 더 적극적인 활용이 아쉽다. 디즈니 측에서 선데이토즈 측과 계약상으로 허락을 하지 않은 것인지, 혹은 꾸미기 아이템을 설정하고 그 아이템에 능력치를 부여하기 위해서 이렇게 기획을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디즈니 게임'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게임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배경이라도 더욱 디즈니에서 나오는 건물로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구피나 도널드덕 같은 캐릭터들이 돌아다니기라도 했다면 이같은 디즈니에 대한 갈증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디즈니' 캐릭터의 활용 측면에서만 보면 2군 게임 같은 느낌이 든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스토브의 기능 부재 부분도 있다. 친구찾기나 설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가 만족스러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낀다.
선데이토즈 입장에서는 이전부터 철저히 스토브의 적용을 거절해왔었는데, 친 스마일게이트 성향을 가진 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글로벌 지역에 나가면서는 스토브의 기능이 보다 명확하게 구현되길 기대해본다.
< 퍼즐은 전략으로.. 선데이토즈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디즈니팝'에서 느낀 점은 기존보다 전략적인 게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해본 게이머들은 알겠지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막히는 구간이 생긴다.
이러한 구간을 클리어하려면 적어도 3-4수 정도 앞을 보고 플레이해야하는데, 사실 후반으로 갈수록 녹록치않은 스테이지가 생긴다. 이처럼 높은 난이도의 스테이지를 몇 번이고 도전해서 클리어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한하트 기회가 왔을때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
또 캐릭터 꾸미기 복장의 능력치도 체크해야하고, 상성도 체크하면서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후반부를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퍼즐게임이면서도 아이템 뽑기 시스템이 들어가있다는 점은 색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게임성, 월드IP, 퍼즐의 진화까지. '디즈니팝'이 갖춘 방향성은 선데이토즈의 미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다양한 글로벌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나올텐데, 이러한 미래를 위한 준비는 참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디즈니팝'과는 별개로, 선데이토즈가 이제는 퍼즐 게임만 고집하지 말고 간단한 방치형 RPG 같은 것 정도로 타 장르로 외도를 해보는 건 어떤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정도 세련됨과 완성도라면 굉장한 퀄리티의 게임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소 소심한 모습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