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
금일(3일) 문화연대가 '세계보건기구(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과장, 양철모 시각작가, 온상민 E스포츠 해설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및 (가칭)게임질병코드 도입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표,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 이혜영 문화연구자가 토론자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누가/왜 우리를 환자로 만드는가?_게임중독의 질병과 역사에 대한 소고'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윤태진 교수는 게임중독 논문과 관련해 메타 연구를 진행한 인물이다.
게임장애는 2013년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 5차 개정안)에서 수면 위로 등장했다. 이에 5년간 추가 연구하자는 이야기 나왔고, WHO에서 2018년에 공개한 ICD-11(국제질병사인분류 11차 개정판)에서도 게임장애는 사라지지 않았다.
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중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동아시아 국가의 정신의학자 집단이다. 게임중독과 관련된 가장 많은 논문이 한국(91편)에서 나왔다. 이어서 중국(85편), 미국(81편) 순이다. 한국은 인구당 논문 편수도 1위다. 윤 교수의 발제 제목인 '누가/왜 우리를 환자로 만드는가'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생각해볼 점은 연구를 진행할 때 연구자들이 게임중독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연구를 통해 서로 나온 결과가 이야기하며 결론을 낸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 탑다운 방식의 연구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또한, 게임중독 연구의 주요 지원 기관은 한국과 중국의 연구 기관이다.
윤 교수는 게임중독에 대한 논란은 의료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과잉 의료는 사회 전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게임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면 학부모들이 가정 교육의 모자람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병의 한 종류로 치부할 수 있으며, 병원은 최소한 몇 년 동안은 비보험 치료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현 상황을 비틀어 꼬집었다.
윤 교수는 "게임중독이 의료화 과정을 겪고 있고, 게임 연구에 대한 한계는 결국 게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결과다. 과연 누가 왜 환자들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이동연 교수는 '게임, 중독물질 혹은 질병코드가 아닌 놀이문화의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 통제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에 책이 악마의 유혹이라며 읽지 못하게 했고, TV도 나쁜 매체로 매도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게임이다. 다만 게임이 과거 미디어와 차이점이 있다면 게임만 질병으로 취급받게 된 상황"이라며 운을 뗐다.
이 교수는 WHO의 질병 코드는 또 다른 단계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셧다운제의 경우 청소년 보호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보건 의료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국내 여론이 너무 조용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대로 가면 결국 WHO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질병 코드화가 이뤄지면 2013년에 발의된 게임중독법이 바로 발의될 것이라 봤다. WHO를 통해서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중독법은 게임의 가치를 모두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 게임 중독법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문화 예술계가 강력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도 이었다. 그는 관련 업계와 주무 부처 등에 더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게임에 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뇌과학자인 다프네 바벨리아는 비디오게임이 뇌의 학습 활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얻었다.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시력을 높이는 치료방법으로까지 동원된다. 독일의 비영리 연구 기관인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는 게임을 하며 뇌 기능이 향상된다는 요지의 연구 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게임은 가장 진화된 종합 예술이며,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가 융합된 콘텐츠다. 게임은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모호한 서드라이프 시대에 혹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하고 연구와 고민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서는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90년대 말 만화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문화의 문제는 문화로 풀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과거 노조와 같은 수직적인 갈등과 달리 개인화되어가고 있다. 개인들은 지배하는 수단 중 하나는 개인에게 위험을 주는 것이다. 게임을 질병화 하는 것도 이런 부분에서 읽어 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메타크리틱 점수가 90점 넘는 게임이 10~15개만 나왔어도 국내에서 지금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고 이야기했다.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오늘 자리에서 정부를 따끔하게 질책을 하셨는데, 가슴에 새길 수 있도록 하겠다. 게임이 가진 가치를 제고하고 있는 시점에 WHO 사태가 발생해 아쉽다. 문체부도 WHO에 게임 과이용과 관련해 과이용의 원인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게임 과몰입은 통계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얻었다. 게임이 마약이나 담배 등과 똑같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만약 질병 코드화가 된다면, 예측할 수 있는 문제가 1~2가지가 아니다. 판타지가 있고 상상력이 만연한 게임같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양철모 시각작가는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논하는 자리가 많아져야 할 것이며, 공동대응을 위해 출발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만화는 칸과 칸 사이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런 상상이 창의적인 것으로 발전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중독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게임은 우리 생활이 일부다. 일상을 침해하는 것으로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공대위에 정말 많은 기관이 모였고, 학회 이름으로 WHO에 의견을 전했다. 과거 게임중독법은 국내 이슈였으나, 질병 코드는 글로벌 이슈로 등장했다. 질병화에는 배후에 특정 의사 집단이 있다고 본다. 게임 산업계는 과거 스크린쿼터로 위기에 대응한 영화계와 같이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게임 문제는 세대 간의 갈등이다. 50대 이상의 학부모나 정치인들과 게이머의 대결이다. 게임이 질병 코드화가 되면 대략 400만에 가까운 진단 및 치료 시장이 열린다. 이번 질병 코드화는 게임과 비게임의 프레임은 100% 진다고 본다. 게임과 청소년 보호 논리와 산업 보호 논리도 그간 모습이 보여주는 것처럼 결과가 명확하다. 이번 질병코드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의 예술의 자유, 미디어의 자유로 프레임을 설정해야 많은 콘텐츠 업계와 손을 잡고 투쟁할 수 있다고 본다. 게임은 대한민국의 4차산업혁명에서 중요하고 우리의 미래다. 공대위에 많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질병코드 반대하는 세력이 커지면 우리가 옳다. 가능하면 시간을 두고 국내 도입을 최대한 유예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e스포츠가 2022년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이 될지 논의되고 있음과 동시에 질병 코드화 이슈가 나온 것이 아이러니다. 과연 게임 코드 질병이 현실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담론인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질병 코드화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이라도 대응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온상민 해설가는 "업계 종사자로서 이런 토론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게임이라는 타이틀 안에서만 논의가 되다 보니, 다양한 게임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다. 게임은 하나의 문화다. 그 속에서 정말 다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봤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영 문화연구가도 "아이들도 '게임 안 했으면 성적이 올랐겠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게임을 안 했겠지'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나 보드게임 예를 들면서 좋은 게임을 보여주며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변명을 한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생활 예술 보면 그냥 좋아서 한다. 게임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의 마무리는 다시 두 발제가 맡았다.
윤태진 교수는 "게임 질병 코드화에 나는 왜 반대하지? 진짜 반대를 하는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그럼 막자 어떤 논리를 내세워야 하는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두 가지가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게임 업계 있는 사람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 게임 질병화 반대를 위해서 팔 하나 자를 각오로 해야 한다. 게임 업계에서 사행성 게임을 못 놓고 있는데, 놔야 한다. 질병이 되어야 한다면 그런 게임은 도박 중독으로 가자 이런 마음이다. 게임 산업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연 교수는 "아직 질병 분류 자체가 기정사실로 된 것은 아니다. 20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내부적으로도 싸울 시간이 있다. 프레임과 전쟁과 문화전쟁이라고 본다. 가능한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싸우겠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상당수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 관계나자 학부모 그리고 정치인 등 설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