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불타는 효자를 아우르는 강인한 어버이들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어머니, 아버지의 감사함을 표하는 날인 어버이날이 돌아왔다. 결혼을 했다면 두 어버이를 모두 챙겨야 하고, 평생 나를 위해 희생하신 어버이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자 지갑이 얇아지기도 하지만, 평소에 연락하기 힘든 부모님을 찾아뵙고, 가슴에 꽃 한 송이 꽂아드리는 정겨운 날인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이렇게 훈훈한 어버이날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부모의 속을 썩히는 자식들은 존재하기 마련. 이 부모님들의 속을 불타게 하는 '불같은 효자' 줄여서 '불효자'들은 단순히 밥투정이나, 취업을 하지 못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효가 아닌 상상이상의 행동을 일삼고 있는 것이 특징.
하지만, 이들 불효자들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감싸는 어버이의 사랑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게임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딸은 에로배우, 아들은 절도..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 GTA5의 마이클]
지상최강의 돌+I 트레버에서 살펴보듯 멀쩡한 상식인이 드문 GTA5의 세계관에서 마이클 드 산타는 유일하게 가정을 지닌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이 집안이 미국 가십 프로그램에 나오는 막장 가족 뺨치는 '犬 막장' 가족이라는 것.
우선 첫 딸인 아만다는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을 비롯해 직업이 에로배우(이것도 많이 순화한 것이다)여서 아버지인 마이클이 현장을 급습하는 미션이 있을 만큼 행동 하나하나가 부모님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행을 보여준다.
누나 만으로 골치 아프지만, 둘째인 아들 지미는 한술 더 뜬다. 집에서만 틀이박혀 게임만 하는 것도 모자라 흥미있는 물건이면 족족 사대는 지미는 아버지를 그냥 늙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부모님의 지갑에서 돈을 강탈하는 것은 물론, 아버지가 아끼는 요트를 팔아치우려 하며 심지어 아버지를 마약 중독자로 몰아가는 등 그야말로 폐륜을 숨쉬듯이 하는 캐릭터 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잡한 집안인 만큼, 마이클의 스토리 미션 중 상당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 이러한 아버지의 지극정성이 통했는지, 게임 후반 아만다는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마음을 고쳐먹고 직업을 구하기도 하며, 아들인 지미는 용병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운 아버지를 구하는 엄청난 전과를 올리기도 한다.
게임 초반 마이클도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이에 자식들도 맞받아치는 등 완전히 틀어진 관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GTA 시리즈 중 가장 훈훈하게 마무리된 집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입만 열면 욕설이었던 아이를 갱생시킨 '라스트오브어스'의 조엘]
등장과 함께 올해의 게임 GOTY를 수상하며, 게임 역사의 마스터 피스에 오른 '라스트오브어스'(이하 라오어)는 곤충의 살을 먹고 사는 곰팡이가 인간에게 퍼지면서 이에 감염된 감염자들이 등장하여 전세계가 쑥대밭이 된 그야말로 대재앙에 의해 모든 것이 무너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곰팡이에 감염된 감염자들이 진화한 '플리커'와 살인, 방화를 일삼는 집단들이 창궐하는 것은 물론, 식량을 얻기 위해 서로를 '사냥'하고, 인육을 먹는 것을 서슴지 않는 인간들로 인해 세상은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이 이 '라오어'의 세계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조엘은 대재앙이 일어난 20년 전 감염자로 오해 받아 딸을 잃은 남자로 모든 것에 무뚝뚝하고,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입에 육두문자를 달고 살지만, 어쩌면 인류의 희망이 될지도 모르는 엘리와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에서 온갖 고난을 겪은 조엘은 여러 사건을 함께 겪으며 서서히 감정이 열리게 되어 엘리를 몸을 던지게 된다.
특히, 이제는 볼 수 없는 딸을 떠올리는 조엘과 보호 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너무 험한 세상을 살아가 입만 열면 F로 시작되는 단어를 남발해 예의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엘리가 점점 조엘을 신뢰하는 과정을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몰입도를 더한 모습.
이중 납치당한 엘리를 찾기 위해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몸에 철근이 관통됐다!) 분노하며 고문까지 감행하며 엘리를 찾는 부분과 원래 가수가 되려고 했다는 조엘이 쑥스럽게 엘리에게 기타를 쳐주는 장면은 게이머로 하여금 '부정(父情)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감정을 절로 불러오는 장면으로 꼽히기도 한다.
["와~샌즈~~!"가 아닌 언더테일의 히로인(?) 토리엘]
인디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게임 언더테일에서 가장 초반에 만나는 등장인물인 토리엘만큼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캐릭터도 드물다. 처음 지하세계로 떨어진 주인공을 맞이하며, 생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 잠자리와 먹거리도 제공하는 등 끝없는 헌신을 보여준다.
'모르는 것이 최고의 리뷰'라는 평가도 존재할 만큼 스토리에 매우 민감한 언더테일의 특성상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 토리엘의 호의는 게임을 진행할 수록 게이머로 하여금 여러 추측을 자아내 의심하게 만들며,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토리엘의 변화가 극명하게 갈려 더욱 충격을 주고는 한다.
특히, 주인공이 지하세계 밖으로 나가는 것을 극도로 만류하는데,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지만, 토리엘이 왜 주인공을 그토록 만류했는지 그 이면을 알게 되었을 때는 마치 부모님에게 큰 상처를 준 것만큼의 느낌을 줄 정도의 감정이 느껴졌을 정도다. 자세한 건 언더테일을 직접 플레이해서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