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SI가 LCK에게 남긴 것
올해로 5회를 맞은 라이엇게임즈의 e스포츠 리그 '2019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2019 LoL MSI'가 유럽 지역의 챔피언 G2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MSI는 큰 화제를 낳았다. 한국, 유럽, 중국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던 북미 지역의 팀 리퀴드가 우승후보 1순위였던 중국의 IG를 스카너, 럭스 조합 등의 이색 조합으로 4강에서 3:1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2012년 이후 개최된 LoL 국제대회 중 최초로 서구권 팀 간 결승 대진이 성사되며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화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LCK에게 MSI는 많은 숙제로 남은 대회로 남을 모양새다. LCK 대표로 출전한 SK 텔레콤 T1(이하 SKT)가 4강 G2전에서 2승을 먼저 선점했으나 내리 2세트를 내줘 최종 스코어 3:2로 패배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은 물론, 그룹스테이지(예선전)에서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
MSI는 전세계 LOL 프로리그 스프링 시즌 1위 팀들이 맞붙는 대회다. 가장 권위있는 대회라 할 수 있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스프링 시즌 1위 팀들 간의 대결인 만큼 각 지역별 실력 차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 대회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제 LOL e스포츠 대회에서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한 것은 물론, 한국에서 열린 '2018 롤드컵'에서 단 한 팀도 4강에 오르지 못하는 등 '대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LCK가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후 벌어진 첫 국제 대회라는 점에서 이번 MSI에 대한 기대감이 유독 높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 불안했던 예선전.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SKT
이번 MSI 그룹스테이지에서 SKT의 행보는 불안하지 그지없었다. 첫 경기인 G2와의 경기에서 패배는 많은 이들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일이었지만, 이후 중국의 IG와 대결에서 전략적으로 내세운 벤픽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며, 이중 2일차인 11일 경기서 SKT는 IG에게 역대 LOL e스포츠 최단 시간 패배(15분 59초)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3일차에 접어든 SKT는 이전과는 달랐다. 비록 G2와 IG에는 패배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팀들을 모두 꺾으며, 승을 쌓아 나갔고, MSI 그룹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인 15일에는 9승으로 스테이지 전승을 노리던 IG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비록 G2와의 4강전에서 아쉽게 패배를 했지만, SKT의 행보는 작년에 보여준 LCK 팀들의 경기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 MSI에서 보여준 LOL 메타의 흐름은 여전히 LCK와 달랐다. 현재 세계 LOL 리그의 메타를 이끌고 있는 G2와 IG는 자신들의 유리한 패를 확보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대의 패보다 확실히 우월한 챔피언을 가져가는 벤픽을 선보였으며, 점멸이 없는 상대에게는 타워 다이브도 서슴지 않는 과감한 경기력을 선보여 끊임없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이는 확실하지 않으면 공격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이 챔피언에는 이런 챔피언으로 대응하는 일종의 공식이 설립된 LCK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이에 SKT 역시 미스포춘과 이른바 '소나타'로 불리는 소나, 타릭 듀오 등의 전략적인 픽을 선보였지만, 모두 미완의 대기로 남았고, 빠르게 변화하는 LOL 메타에 한 발짝 더 다가섰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 MSI에서 드러난 극단적인 비난. 이제는 달라져야 할 e스포츠 관람 문화
이번 MSI가 남긴 숙제는 또 있다. 바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극단적인 조롱이 난무한 LOL e스포츠 팬들의 비난이다. 이번 MSI에서 SKT가 거둔 성적이 비록 국내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고, 상대적으로 아쉬운 경기력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에게 가해진 비난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예시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끊임 없이 비난과 조롱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그야말로 광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들의 논리는 대략 이렇다. SKT의 극성 팬들 이른바 '슼빠'들이 여론 조작을 하고, 상대팀을 무분별하게 비난하니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식이다.
이들은 지난해 MSI 준우승을 차지한 킹존이 비난받은 사례와 맹목적으로 SKT를 찬양하는 극성 팬들을 지목하며, 수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나의 비난은 저들이 한 행동을 돌려주는 일이라는 당당함까지 엿보인다.
SKT는 대부분의 경기가 매진되고, 각 선수들의 인지도도 매우 높은 국내 LOL 프로팀 중 손꼽히는 인기를 누리는 팀이다. 때문에 팬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안티도 많아 SKT는 LOL 팬덤의 주요 이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팀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워낙 많은 팬을 보유한 팀인 만큼 SKT를 과분하게 칭송하고, SKT를 제외한 모든 팀들을 평가 절하하는 팬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 역시 같은 비난의 대상이 될 뿐 한 팀의 전체 의견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전무하다.
때문에 이 소수의 극성 팬들의 행동을 비난하며, 본인들도 똑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그들과 같은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들의 플레이나 경기 결과에 대해 비판이 생기는 것은 프로 스포츠에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는 실수를 개선하고, 더욱 높은 성적을 달성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날카로운 비판은 건강한 리그로 이끄는 좋은 토양을 다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과거의 실수를 끄집어 내고, 선수들을 평가 절하하며, 무분별한 비난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은 e스포츠 리그 전체의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이다.
이번 MSI에서 엿보인 선수들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보다는 객관적인 비판과 평가가 이어지는 달라져야 할 성숙한 e스포츠 관람 문화가 이제는 LOL에도 자리잡아야 할 때다.
이처럼 많은 이슈를 남긴 MSI는 막이 내렸고, 이제 가까이는 LCK 서머시즌과 멀리는 롤드컵이 LOL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서머시즌을 넘어 전세계 LOL e스포츠 리그에서 최고의 팀을 가리는 롤드컵에서 한국 LCK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또 이를 대처하는 팬들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