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급 게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막대한 개발비와 수 많은 마케팅 비용이 사용된 대작 게임을 일컬을 때 우리는 흔히 AAA급 게임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지만, 해외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 단어는 영화계의 블록버스터와 같이 공식적인 분류는 아니지만, 게임의 규모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명칭으로 사용되어 게이머들에게 보다 직관적으로 게임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 단어의 유례는 1990년 말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몇몇 게임사에서 자신들의 게임을 소개할 때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AAA GAM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3D 게임으로 전환되던 당시 개발비가 크게 증가하고, 마케팅이 보다 세분화되면서 현재까지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간 주력 게임을 일컬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최초의 AAA 게임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 세가의 비운의 명작 '쉔무'다. 1999년 세가에서 출시한 쉔무는 방대한 맵과 높은 자유도 그리고 모션 캡처를 통해 구현한 NPC들이 풀보이스로 등장하는 등 현재 등장하는 액션 어드밴처 게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이다.
당시 기준으로 70억 엔(한화 약 7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된 쉔무는 비록 당시 게임으로는 매우 혁신적인 시스템과 맵을 보여주었으나, 밤과 낮이 반복되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시스템과 투박한 액션 등의 이유로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해 드림캐스트의 쇠퇴를 앞당긴 비운의 게임으로 남았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 쪽에서는 '쉔무'를 극찬하는 개발자들이 많았고, 세가 제네시스(일본명 메가 드라이브)의 영향으로, 세가의 팬들이 많았던 북미, 유럽 지역의 게이머들에게 '쉔무'는 최초의 AAA 게임을 논할 때 가장 유력한 게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처럼 초창기 AAA 게임의 기준이 단순 개발비였다면 현재 AAA 게임은 일반적으로 개발비와 마케팅에 큰 예산이 사용되고, 많은 인력이 투입된 작품을 의미한다. 과거 Xbox 360과 PS3가 격돌했었던 2010년 경에는 약 1,500만 달러(한화 약 178억 원)에서 2천 만 달러(한화 약 238억 원) 수준의 금액이 투입된 게임이 AAA 게임으로 불렸다.
이후 2013년 락스타 게임즈의 GTA5가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합해 약 2억 6천만 달러(한화 약 2,792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되며 성공을 거둔 이후 현재 AAA급 게임은 오픈월드 장르의 경우 400명 이상의 개발인력과 마케팅 비와 개발비를 포함해 약 7천 만 달러(한화 약 833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많은 자본이 투입된 만큼 AAA 게임은 그래픽과 사운드, 모델링, 캐릭터 디자인 등 여러 부분에서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며, 언차티드 시리즈나 갓오브워(2018년 버전), 레드데드리뎀션2,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 헤일로, 콜오브듀티 등의 작품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AA 게임이 무작정 좋은 게임의 기준인 것은 아니다. 1천 억원 이상의 개발비와 마케팅 비가 소모됐지만, 치명적인 버그와 실망스러운 콘텐츠로 비난을 받은 앤썸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이 발매되는 피파 시리즈 등 AAA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주는 게임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이들 게임에 다수의 DLC(디지털 다운로드), 인게임 아이템 판매 등 게임을 즐기는데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나의 게임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만큼 게임사는 그에 상응하는 이득을 거둬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게 되고, 이에 수 많은 인 게임 아이템이나 랜담 박스 등이 도입되기도 했다.
2017년 EA에서 출시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가 그 대표적인 예로, 스타워즈 세계관에 맞춘 방대한 전장과 수 많은 캐릭터를 수준급의 그래픽으로 선보였지만, 캐릭터를 해금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사용해야 하며, 인 게임 플레이로는 게임을 즐길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과금 시스템을 선보여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하나의 게임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시작되었던 DLC가 기존 게임에서는 획득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게임 내 화폐 등의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유료 아이템으로 변질되기도 했고, 피파 시리즈의 경우 수 많은 랜덤 뽑기가 존재해 여러 국가에서 규제를 진행하는 움직임까지 불러 일으키기는 원인을 제공했다.
두 번째는 비슷한 후속작들의 양산이다. 전작에서 큰 성공을 거둔 AAA 게임의 경우 큰 변화나 새로운 시스템을 차용하는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 기존의 리소스를 재활용해 콘텐츠를 다시 선보이고, 시스템을 조금 변경하는 식의 안정적인 방식을 택하기 쉽다.
때문에 콜오브듀티나 어쌔신크리드 등의 오랜 시간 진행된 프렌차이즈 게임의 경우 비슷한 시스템과 텍스처만 바뀐 모션과 같은 기존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 주기도 한다.
이미 전작을 플레이한 게이머의 경우 이전까지 해왔던 게임의 신작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고, 조금의 변화로도 기존 게이머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 AAA 신작 게임 개발에 수 백, 수천 억원 이상의 비용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모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습 덕에 국내외 게이머들 중에서는 AAA 게임에 대한 반감을 지닌 게이머들도 많으며, 이는 기존에 성공한 프렌차이즈가 아닌 새로운 게임이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현재 게임 시장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아이디어와 참신함으로 시장에 도전하는 중소 개발사 혹은 인디 개발사는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이들 AAA급 게임의 그래픽을 구현하기 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발생하는 도트 그래픽 혹은 캐주얼 스타일의 그래픽의 게임을 주로 선보이는 중이다.
현재 세계 게임시장은 분명 게임은 수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AAA 게임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새로운 시도와 자본을 등에 엎은 뛰어난 퀄리티로 성공한 게임도 있지만, 도대체 돈을 어디다 썼는지 모를 퀄리티나, 기존 프렌차이즈의 이름만 답습한 게임도 많은 것이 사실.
AAA 게임의 실패는 곧 게임 시장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AAA 게임이 실패는 곧 많은 손해를 의미하고,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면 결국 게임 산업 전체에 투자가 줄어들어 자칫 전체 시장의 축소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
과연 2019년 수년 간의 개발기간 끝에 등장한 역대 급 AAA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작품이 게이머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혁신과 퀄리티를 선보이며, 기존 시장의 틀을 바꿀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