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성판으로 돌아온 성인 판타지, '캐서린 풀 보디'
<캐서린 풀 보디 타이틀 화면>
스토리나 캐릭터, 연출 등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게임의 장르가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지 않아 플레이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FPS 울렁증이 있는 게이머에게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스토리가 훌륭하다며 추천하기란 힘든 일이다. 아트러스에서 제작하고 세가에서 유통한 게임, '캐서린(Catherine)'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5년차 여자친구 캐서린(Katherine)이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서 빈센트의 고민은 깊어진다>
2011년에 플레이스테이션3와 엑스박스 360으로 출시된 이 게임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주인공 '빈센트', 5년 간 교제하면서 최근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여자친구 '캐서린(Katherine)',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빈센트의 마음을 흔드는 4차원적 매력의 미녀 '캐서린(Catherine)'등이 펼치는 성인 취향의 끈적한 이야기가 바로 캐서린이라는 게임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빈센트가 겪는 악몽이 '퍼즐'이라는 수단을 통해 전개된다는 점이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였다.
<도발적이고 끈적한 매력으로 빈센트를 유혹하는 캐서린(Catherine)>
물론 캐서린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퍼즐은 빈센트의 악몽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기에 적절한 수단이었다. 빈센트를 고뇌하게 하는 현실의 갈등(결혼, 임신, 삼각관계 등)들이 악몽의 세계에서는 각종 괴물로 변해 빈센트를 위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탑의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빈센트의 처절한 모습을 보자면 그야말로 악몽이 따로 없다. 하지만 퍼즐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이 작품의 스토리와 연출,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고자 게임에 도전했던 상당수의 플레이어들을 좌절하게 했다. 나중에 패치를 통해 난이도를 낮추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플레이어는 있었다.
<악몽이라는 괴물에게 쫓기며 위로 향하는 빈센트의 처절함을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플레이스테이션4(PS4)로 새로 출시된 '캐서린 풀 보디(Catherine Fullbody)'의 경우, 기존 캐서린을 기반으로 연출 및 캐릭터, 스토리를 보강함과 동시에 퍼즐에 자신이 없는 플레이어를 위한 저난이도 모드를 추가했다.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좀 더 폭넓은 게이머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난 셈이다. 캐서린 풀 보디는 말 그대로 캐서린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퍼즐의 난이도를 낮추는 다양한 시스템이 추가되어 쉽게 최상층 정복이 가능해졌다>
캐서린 풀 보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선택기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현실' 파트, 그리고 현실 파트의 갈등 요소가 꿈 속의 괴물이 되어 빈센트를 괴롭히는 '악몽' 파트로 나뉘어 게임이 진행된다. 악몽 파트는 퍼즐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캐서린 풀 보디는 제한 시간을 없애고 함정 블록이 전혀 나오지 않는 등, 난이도를 대폭 낮춘 '세이프티' 모드가 추가되었다. 심지어 컴퓨터가 직접 주인공을 움직이는 자동 플레이 기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퍼즐이 어려워서 게임을 못하겠다는 말은 못하게 되었다.
<본명과 나이 외에 성별까지 불명인 제 3의 캐서린, '린'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현실 모드의 전반적인 구성은 전작과 유사하지만 몇몇 연출과 선택기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두 캐러린 외에 제 3의 캐러린이라고 할 수 있는 '린(Rin)'이 추가되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린의 경우는 나이나 본명 외에 성별까지 분명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인데, 이를 통해 빈센트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하겠다.
<성인용 게임 특유의 '분위기'는 충만하지만, 대놓고 야한 장면은 생각보다 적다>
그리고 이 게임은 당연하게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다. 직접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은밀한 신체 부위가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건 아니지만, 성인남녀 사이의 에로틱한 분위기를 표현한 장면이 종종 나오며, 음주나 흡연 장면도 여과 없이 노출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혼이나 임신, 삼각관계, 바람 등, 남녀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미성년자라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혹시나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이 게임을 산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제대로 즐기려면 일본식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과 같은 반복 플레이가 필요하다>
한편, 캐서린 풀 보디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게임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게임의 볼륨이다. 어떤 루트를 선택하건 7~8시간 정도의 플레이 시간으로 엔딩을 볼 수 있다. 다음 플레이에서는 다른 선택을 해서 새로운 전개를 볼 수도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전에 봤던 장면을 적잖게 다시 봐야 한다. 이는 일본식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의 단점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2011년에 나왔던 게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PS4 게임 치고는 그래픽의 품질이 그리 높다고 할 수 없으며, 등장인물들이 아직도 폴더형 폰을 쓰고 있는 등, 2019년 작품이라고 하기엔 다소 어색한 부분도 적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옆에 왠 여자가? 이게 무슨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분명 매력적이다. 이 시리즈의 첫 작품부터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독특한 분위기의 연출, 그리고 게임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퍼즐 구조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 출시된 캐서린 풀 보디는 기존 작품의 매력에 더해 새로운 캐릭터 및 스토리를 추가하고 퍼즐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까지 배려하여 한층 폭넓은 플레이어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완전판'으로 재탄생했다.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끈적한 해프닝, 그리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갈등을 대리 체험하고자 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 도전해보길 권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